내일의 눈
‘헌재 흔들기’와 ‘개헌 띄우기’의 역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마무리 수순을 향하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헌법재판소 흔들기’ 강도는 더 강해지고 ‘개헌 필요성’에 대한 언급도 잦아지고 있다. 헌재 심리를 졸속·편파라고 비판하고, 권력구조 개편의 필요성을 이야기하지만 여당의 ‘조바심’이 느껴지는 건 왜일까.
윤 대통령에 대한 헌재 심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동안 국민의힘은 헌법재판관의 정치 성향을 문제 삼으며 편향성 논란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문형배 헌재 소장 대행과의 친분설을 제기하며 편파 재판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지난주에는 급기야 ‘음란물 게시’ 논란을 제기하며 문 대행의 법관 자격에 대한 억지 공격을 퍼부었다. 국민의힘은 문 대행의 댓글을 합성한 조작 사진을 들고 자격이 없다고 공세를 퍼부었다. 이에 앞서 국민의힘은 “(음란물 게시) 문제라는 것을 몰랐다면 법관으로서 심각한 자격 미달이며, 알면서도 묵인했다면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불법 음란물 유포 범죄의 공범”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인신공격적 억지 주장은 국민의힘을 더 초라하게 만들 뿐이다.
국민의힘이 헌재 판결의 정당성을 훼손시키려 할수록 역설적이게도 윤 대통령의 탄핵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걸까. 견강부회식 주장을 내놓을수록 그만큼 국민의힘의 조바심만 돋보일 뿐이다.
최근 들어 국민의힘이 개헌 카드를 들고 나선 것도 ‘헌재 흔들기’와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국면 전환용 단골 이슈인 개헌을 거론할수록 사실은 ‘윤 대통령 파면→조기 대선 임박’을 인정한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국회 차원에서 개헌특별위원회를 발족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우선은 당내에 개헌특위 출범을 준비 중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고, 제왕적 의회의 권력 남용도 제한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겪고 있는 정치 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개헌”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 12일 국회에서 ‘87체제 극복을 위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는 개헌 토론회였지만 오 시장의 대선 출정식 같았다는 평이 나왔다.
국민의힘이 공식적으로는 ‘조기 대선’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개헌의 필요성을 이야기할수록 사실상 조기 대선을 준비중인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역대 선거를 보면 당면한 선거에서 약세가 예상되는 쪽이 주로 개헌을 제기해온 경향을 보였다는 점에서 현재 국민의힘의 개헌 주장은 ‘정권 유지가 쉽지 않다’는 자백(?)을 하는 셈이어서 더 역설적이다.
박소원 정치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