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동네 한가운데, 군부대가 왜 있어야 하나

2025-02-17 13:00:00 게재

소원이 이루어지는 하늘길을 걷다 보면 감성 있는 카페와 맛집을 만난다. 한강과 가까운 합정동은 도심 속 자연을 만끽할 수 있어 매력적인 동네로 입소문을 탔다. 그런데 왜 주택가 한가운데 군부대가 있는 걸까? 1970년대 조성 당시 합정동은 도심 외곽이었으나 도시 공간이 확장되면서 군부대 주변이 주거지로 개발된 것이다.

합정동 군부대는 한강과 인접한 뛰어난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오랜 시간 주민에게 개방되지 않는 보안시설로 개발이 어려웠다. 마포의 을지역이 갑지역보다 더디게 발전하고 있는 것도 군부대로 인한 지나친 고도제한이 원인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군부대 주변 지역 주민들은 막대한 재산상 피해를 보고 있다.

군부대로 인한 고도제한에 주민 피해 커

2009년부터 군부대 이전을 촉구하며 사업을 추진했지만 2018년 무산됐다. 그러나 민원은 더 거세져 구청장으로서 이 문제를 방관할 수 없었다. 지난해 9월 마포구 공무원과 주민 등으로 구성된 민관협력 전담반을 꾸려 본격적으로 이전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2월 4일에는 주민 30여명과 합정동 군부대 이전을 촉구하는 주민 1만4272명의 염원이 담긴 서명부를 세종시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합정동 군부대 이전은 오랫동안 마포구민의 염원이 담긴 숙원사업이다. 그러나 이 일은 지방자치단체의 노력만으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지방자치가 발달하고 주민 의식이 높은 현실에서 군부대 이전으로 인한 공공갈등은 민-관-군 모두의 협력이 필요한 문제다.

먼저, 군부대가 주택가 한가운데 있는 게 국가 안보와 군사적 전략상으로 필요한지 따져봐야 한다. 과거에는 대공방어 목적으로 설치했으나 방공체계 변화로 그 유지 필요성이 줄어들었다. 군부대로 인한 주민 갈등은 더 심화되고 있으며 일반주거지역에 입지한 군사시설은 군의 효율적인 작전 운용과 지역 균형 발전에 장애 요소로 작용한다. 따라서 군부대를 이전하여 군의 효율적인 작전 운용과 현대화를 고려해 국방부와 군은 국방기본계획에 의한 부대 배치와 재배치 계획을 수정하여 부대 이전을 전면 검토해야 한다.

민-관-군 협력으로 슬기롭게 풀어가야

또한, 군부대 이전에는 대체부지 확보, 이전 비용, 시설 재배치 등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나 기초자치단체가 이를 추진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따라서 실질적 이전을 위해서는 국방부와 서울시 마포구 지역주민 전문가 등이 함께 협의체를 구성하여 사업방식과 예산 확보 방안 등을 논의해야 한다. 군부대 이전은 일방적인 행정이 아닌 민-관-군이 협력으로 추진할 때 상생과 공존의 행정을 실현할 수 있다. 국방부와 군은 전통적 안보에서 벗어나 포괄적 안보주체의 역할을 확장하고 공공갈등을 위한 적극적 참여가 요구된다.

한강을 가장 길게 접한 마포구는 강변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전국의 시인 묵객이 즐겨 찾은 낭만의 고장이었다. 그러나 지금 마포에는 마포유수지와 당인리발전소, 합정동 군부대, 마포소각장 등 온갖 기피시설의 집합체로 서울시민을 위해 활용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한강을 접한 7개의 자치구 중에서 오직 마포구만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

이제 마포구민이 받은 불이익에 대해 보상이 제공되어야 한다. “혼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적지만, 함께 하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헬렌 켈러의 말처럼, 민-관-군이 협력하여 다양한 방법과 대안 모색을 통해 슬기롭게 풀어가야 한다.

박강수 마포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