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베일 벗은 미국발 관세전쟁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3대 무역 파트너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에는 25%의 관세를, 중국에는 10%의 추가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멕시코와 역내 자유로운 통상을 위한 협정(USMCA)을 체결했던 트럼프정부가 집권 2기를 맞아 돌연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기존의 합의를 번복하며 이들 국가에 관세를 부과하는 결정을 했다는 비난은 어떤 이유로든 피하기 어려워졌다. 또한 통상이슈와는 전혀 무관한 미국 국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세를 부과한 점 역시 목적이 정당하지 못하다는 논란이 인다. 그렇다 하더라도 캐나다 멕시코로서는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기에는 경제 안보적 부담이 너무 커 미 정부가 원하는 대로 이끌려 갈 수밖에 없다.
트럼프정부 2기가 포문을 연 관세전쟁은 우방국조차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최소한 우방국에게는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며 미국이 주도하는 공급망(GVC)에 편입시키려던 바이든정부의 정책과는 사뭇 다른 점이다.
트럼프정부 관세전쟁, 우방국에도 예외 없어
관세전쟁 1차전에서 소기의 성공을 거둔 트럼프정부는 유럽연합(EU) 및 인도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을 다음 목표물로 정조준하고 있다. 역내에서 생산되는 철강 알루미늄의 20% 이상을 미국에 수출하는 EU는 최근 트럼프정부가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한 결정을 놓고 협상을 시작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방미를 앞둔 인도에 대해 미국은 정상회담 전에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해 기선제압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본의 경우에는 미국이 관세 부과를 하기도 전에 일본정부 스스로 관세 부과대상에서 제외시켜 줄 것을 요구하며 선제적으로 대미 투자 규모를 1조달러 수준으로 확대할 뜻을 밝힌 상태다. 결국 트럼프정부는 관세를 보호무역 정책이 아닌 외교 안보 통상을 포괄하는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집권 기간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에 반해 미국과 오랜 기간 무역 갈등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중국은 미국의 관세전쟁에 대응하는 것이 다르다. 중국은 트럼프정부 1기 당시부터도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면 보복관세의 성격을 가진 대등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해왔다. 당장 미국의 이번 대중 추가관세 부과만 하더라도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즉각 제소하며 판정 결과에 따라 자신도 똑같이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미국정부의 도발로 다시 불을 뿜기 시작한 미중 간 무역갈등은 향후 상호 간의 비관세 조치로 확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미국은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 제품의 핵심재료인 희토류 공급을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데 미중갈등이 증폭될 경우 중국은 미국에 대한 희토류 공급 전면 중단을 협상카드로 내밀 수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정부가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우크라이나로부터 희토류를 받기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에 부정적이었으나 미중갈등이 미중 간 자원전쟁으로까지 번져나갈 것을 대비해 장기전을 준비하면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미중갈등은 앞으로 이전과는 차원을 달리해 더욱 치열하고 전방위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관세전쟁이 촉발한 세계경제 불확실성에 금값 치솟아
최근 대표적인 안정자산인 금값이 온스당 3000달러 수준으로 급상승했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불붙인 관세전쟁으로 세계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졌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같은 위기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힘의 지배를 꾀하는 트럼프정부 2기가 관세 전쟁을 언제까지 계속 이어갈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