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약인가 독인가
주택 8% 붕괴, 재건에만 100조원 투입 … 실속은 미국·유럽 기업에, 미수금 등 손실 우려도
전쟁으로 인해 우크라이나 주택 중 8%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수로는 140만 가구다. 이를 다시 짓는데 드는 비용은 686억달러(약 99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 건설 관련 기업들의 수주 청사진이 나오고 있다.
17일 한국토지주택연구원의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진출을 위한 전략 수립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종전 후 우크라이나 주택·기반시설·산업시설·피난민지원 등을 재건하는 데에 총 4863억달러(약 702조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이미 미국기업들은 현지 실사를 준비 중이고 국내 건설 기업들도 실사 이후 나올 발주시장 참여를 위해 현지 업무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재건사업 중 국내 건설 관련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분야는 주택과 에너지시설 재설치 사업이다. 50여개 이상의 발전소와 변전소가 손상됐고 전력망과 송배전선을 재건하는 데에만 최소한 57억달러(약 8조2000억원)가 필요할 전망이다.
재건사업의 기본 설계는 미국과 유럽 기업들의 수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기업은 기본설계에 따라 시공이나 기계설비, 장비 투입 등을 수주할 수 있다. 기본 건설장비는 글로벌 매출이 가장 큰 캐터필러를 비롯해 미국의 각종 건설 장비와 자재 기업들이 주력으로 나설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현대건설기계 등 주요 건설장비기업들이 재건사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HD현대 건설기계 3사는 우크라이나에 장비를 반입하고 현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HD현대건설기계 30톤급 크롤러굴착기와 HD현대인프라코어 21톤급 휠굴착기, HD현대사이트솔루션 LPG지게차 등 5대가 피해지역의 긴급 복구를 위해 투입됐다. 현지 딜러사와 유럽 인근지역에 장비기지(DEPOT)도 구축했다.
현대건설은 우크라이나 보리스필 공항 확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원자력 전력공사와 의향서(LOI)를 맺은바 있다. 이는 웨스팅하우스 대형 원전 9기 및 홀텍 SMR 20기를 설치하는 프로젝트다. 대우건설도 폴란드 건설협회와 현지 건설기업 ERBUD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한미글로벌은 폴란드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유럽 내 건설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고 영국 자회사 K2그룹을 통해 조인트벤처 등을 통해 재건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국내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수주에 따라 손실도 예상된다. 종전 후 재건사업의 경우 불확실성이 높은데다 우크라이나가 재건비용을 해외에 의존하기 때문에 미수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앞서 한화 건설부문은 이라크 전쟁 이후 총 사업비만 13조원에 달하는 비스마야 신도시 공사를 맡아 진행했지만 이라크 정부가 대금 지급을 미루면서 10년 만인 2022년 공사를 중단하기도 했다. 이때까지 받지 못한 미수금이 8000억원대에 달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