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제로베이스 논의
3월 시한 다가오는 데 아직 답 못 찾아
정부 '3058명 동결안' 검토에도 의료계 ‘감원’ 주장 … 갈등 장기화 조짐
정부가 의료계와의 갈등 해결을 위해 2026년 의대정원을 증원 이전 수준인 3058명으로 ‘원점 동결’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지만 2월 내 합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증원 이전 수준에서 감원도 제기하는 등 접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17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의정갈등 해소를 위한 협의에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13일 중앙재난대책본부 회의에서 “그간 정부는 의료를 정상화하고 전공의 개개인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전공의 수련특례 및 병역 특례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 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와 어떠한 협의도 현재 진행되고 있지 않아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2월 내 2026년도 의대정원에 대한 의정간 합의 도출이 매우 시급하다. 지난해 휴학한 1학년생 3500여명이 복학하고 올해 신입생 4000명이 더해지면 최대 7500명의 학생이 동시에 1학년 수업을 들어야 한다.
합의가 안돼 올해도 휴학사태가 이어지면 내년에는 1만2500명의 학생이 1학년 수업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의학교육 진행이 사실상 가능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2025년 교육은 문제없으나 2024학번이 늦게 복학하거나 일정 기한 내 2026학번 정원 조정이 안되면 교육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입생들의 수업 불참 움직임에 대해 당국자는 “재학생들이 신입생들의 동참을 유도하는 것으로 보이나 서울대 건양대를 제외하고는 1학년 1학기 휴학이 불가능하다”며 “학교에서도 신입생들의 수업 참여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대입 일정이 수험생 혼란을 막기 위한 사전예고제로 운영되는 만큼 늦어도 2월 말까지는 의대정원 문제에 대한 윤곽이 나와야 한다는 게 교육계의 중론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는 최근 대구에서 의료계 관계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권한대행 체제에서 의료개혁 아젠다는 사회부총리가 총괄하니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의료계 인사들은 “정부가 밖에서 보기에 휘둘린다고 싶을 정도로 문을 열어줘야 한다”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2026학년도 의대정원과 관련해 정부는 일단 ‘제로베이스’에서 논의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4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3058명부터 5058명 안에서, 특정 숫자를 염두에 두지 않고 수급 추계 등을 통해 현장 의견을 들어 조정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의사협회는 2026학년도 의대정원에 대해 공식적으로 숫자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제시한 ‘증원 백지화’ 요구를 고수하면서 정부가 정상적인 의대교육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먼저 제시하라는 입장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증원 이전 규모인 3058명에서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내고 있다.<내일신문 14일자, 1면 17면>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의료인력 수급추계기구 법제화 공청회에서 의협 추천으로 참석한 허윤정 단국대병원 외상외과 교수는 “2~3배의 학생을 받아 교육하는 것은 물리적·질적으로 불가능하다”며 “2026년도에는 의대생을 선발하지 않는 안식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부승 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는 “올해 증원된 1500명을 향후 3년에 걸쳐 3058명에서 감산해 반영함으로써 올해 증원분을 점진적으로 무효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증원 없는’ 3058명 규모도 논의사안으로 다룰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의료계에서 그것보다 적게 선발해야 한다는 ‘감원’주장도 제기하고 있는 셈이다.
관련해서 14일 국회 공청회에서 의료계를 제외한 학계 환자단체 소비자단체 측에서는 추계에 기반한 합의를 강조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교수는 “2026년 의대 입학정원은 시급성을 고려해 개정법안이 통과되면 우선적으로 추계위원회를 구성해 2026년도 의사인력 양성규모를 정하고 정부에 의견을 제출하면 교육부장관이 이를 존중해 대학별로 배정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추계에 따른 2026년도 의대정원 규모를 정하게 되면 법적 강제력은 높아 질것이다. 다만 입시행정 일정상 3월 초 2026년 정원 발표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의대 입시의 혼선은 피할 수는 없게 된다.
김규철 김기수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