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설 여진 이유는…‘자이추’<자연스러운 이별 추구> 여권의 희망회로
“실제 하야 아니라도 선언만으로도 도움”
윤 대통령 대리인단 “말도 안돼” 일축
윤석열 대통령의 하야설은 갑자기 툭 튀어나왔다가 빠르게 잦아들었지만 여권 일각에선 일말의 가능성을 놓고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흐름도 눈에 띈다.

윤 대통령의 성정상 중도에 그만둘 확률이 제로라는 관측이 많고, 법적으로도 탄핵심판 중 자진사퇴 자체가 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는 점에서 하야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진이 계속되는 이유는 여권이 윤 대통령 중심으로 돌아가는 상황을 마감하고 조기대선체제를 빠르게 구축하는 일종의 전환점을 마련해줄 수 있다는 희망이 깔려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자이추에 대한 희망 아니겠냐. 윤 대통령과 자연스러운 이별 추구”라고 논평하기도 했다.
하야설이 불붙은 것은 지난 13일이다. 이날 윤 대통령 대리인단 중 한 명인 윤갑근 변호사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진행의 불공정성 등을 지적하며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후 정치권에서 ‘하야설’이 빠르게 돌더니, 같은 날 오후 보수 원로 조갑제씨가 “윤 대통령이 하야 성명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공개적으로 하야설을 띄웠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 측은 빠르게 선긋기에 나섰다. 대리인단이 나서서 “누구도 하야 같은 소리 입 밖에 꺼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말이 안 된다”며 “(조씨는) 망상을 입 밖에 꺼내지 말라”고 일축했다. 야당에서도 “하야 꼼수는 꿈도 꾸지 말라”(김민석 민주당 의원) “그 선택은 이미 늦었다”(박지원 민주당 의원)고 반발했다.
그러나 여권 일각에선 하야의 실현가능성과 별개로 정치적 선언시 유용성에 대해 관심을 두는 시각이 나온다. 16일 한 여당 초선의원은 “솔직히 (하야)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본다”면서도 “국가의 최고 지도자로서 지금이라도 정치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선언만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법적인 문제로 실제 자진사퇴가 불가능할지라도 정치적 결단을 내비치는 것만으로도 대통령과 여당에게 새로운 정치적 공간을 열어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대통령 입장에선 탄핵 심판 국면에서 보인 책임을 미루는 모습에서 벗어나고, 여당 입장에선 윤 대통령이 정치 전면에서 자연스럽게 퇴장하는 효과를 누리며 조기대선으로 빠르게 넘어갈 수 있다. 지금은 여당의 강경 지지층이 탄핵 반대와 윤 대통령 지지 쪽에 서면서 여당은 조기대선이라는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는데 이같은 상황이 어떻게든 변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이 섞여 있는 셈이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