셈 복잡한 ‘야권 연합’… 원탁회의 ‘오리무중’

2025-02-17 13:00:32 게재

탄핵심판 중심이냐, 사회대개혁 중심이냐

민주당-조국혁신당 미묘한 의견차 보여

탄핵심판 이후 야권 주도권 경쟁으로 번져

8년전 탄핵 이후 ‘민주당 주도 국정’ 경험

야권 연대를 추구하는 원탁회의가 의제를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진보당은 내란종식과 탄핵심판에 우선 주력하면서 힘을 모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조국혁신당은 탄핵심판을 전제로 한 사회 대개혁에 초점을 맞춰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기 대선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야권 등 정치권 외부의 시민단체들까지 포함한 연대에 민주당 등이 거리를 두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기득권 상실을 우려해 독자 대선을 준비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과 조국혁신당이 탄핵심판 인용 후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사회대개혁 선점’에 나섰다는 지적도 있다. ‘백가쟁명식’ 야권연대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민주당이 탄핵연대를 뒤로 하고 ‘독자적 국가운영’에 나선 점을 염두에 둔 진보진영의 행보로 읽는 시각도 있다.

17일 야권의 원탁회의 논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복수 인사의 말을 종합하면 “조국혁신당이 제안하고 민주당이 곧바로 수용한 야권 원탁회의가 12일 출범을 목표로 수차례의 실무협의를 진행했지만 의제를 두고 이견이 있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민주당과 진보당은 탄핵심판에 주력하자는 입장인데 반해 조국혁신당은 사회대개혁에 초점을 맞추자는 입장”이라고 했다. ‘연대’ 필요성에는 의견을 같이하면서도 논의의 초점을 어디에 둘 것이냐에 이견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원탁회의 실무회의에서는 ‘내란 종식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원탁회의’로 이름만 정했을 뿐 ‘1단계 내란종식, 2단계 사회 대개혁’을 주장하는 측과 ‘내란종식과 사회 대개혁 동시 추진’을 주장하는 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탄핵심판 반대 세력 만만치 않다” = 민주당과 진보당은 탄핵이 인용되더라도 ‘극우세력’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탄핵심판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탄핵심판 이후의 사회 대개혁을 같이 테이블에 올려놓는 게 초점을 흐리는 ‘시기상조’라는 주장이다.

진보당 김재연 대표는 “극우세력의 준동은 윤석열 파면 결정 이후 더욱 거세질 것”이라며 “윤석열 파면 이후 우리사회는 극우 내란세력과의 더욱 치열한 2차전을 치러야 한다”고 했다.

이는 민주당이 당 안팎의 강력한 요구에도 ‘개헌론’을 후순위로 밀어놓은 논리와 같다.

이에 반해 조국혁신당 등 일부 진보진영에서는 ‘사회 대개혁’을 위한 범야권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은 지난주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12.3 내란 우두머리의 파면이 확정되고 조기대선을 치르게 된다면 극우 내란세력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단단하게 연합해 압도적 승리로 집권해야 한다”며 “갈등과 혐오, 배제가 아니라 평화와 공존을 외치는 민주 시민들이 탄탄하게 연대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연대의 틀 안에서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의 모습을 제시해야 한다”며 △반헌법행위특별조사위 구성 △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 △정개특위 설치해 정치 양극화 극복 방안 △사회 대개혁 방안 등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결국 민주당의 결단? = ‘탄핵심판과 극우세력 대응’에 주력하자는 민주당 의견에 동의하는 진보당은 ‘원탁회의’가 우선 출발해야 한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진보당 김 대표는 “첫 제안 이후 2주일의 시간이 흐른 지금, 실무회의에 참여한 야 5당은 원탁회의의 출범 일정을 확정하지도, 큰 틀의 합의문을 도출하지도 못하고 있다”며 “원탁회의 참여를 준비하고 계시는 시민사회, 연대연합의 성사를 기대하며 지켜보고 계시는 국민들께 송구한 마음”이라고 했다.

이어 “빠른 시일 내에 원탁회의의 닻을 올리고, 공동 집회 개최 등의 행동 계획을 실행에 옮기자”며 “이대로 시간을 허비하기에는 내란세력의 준동이 너무나 위험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란세력 재집권 저지’라는 시대적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보다 대승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을 보여 달라”며 민주당의 역할을 주문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탄핵심판 인용 이후 곧바로 조기대선 체제로 들어설 경우 진보진영이 민주당의 들러리로 전락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의견들이 ‘사회 대개혁’ 추진 시점을 탄핵심판 결정 이전으로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조국혁신당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에 민주당이 보여준 모습을 보면 조기 대선으로 들어갈 경우 민주당 중심으로 아젠다가 만들어질 것이며 이때는 이미 ‘새로운 대한민국’ 연대의 의견이 반영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면서 “탄핵 이후의 정부는 민주당의 정부가 아닌 진보진영, 탄핵찬성 연대의 정부로 꾸려야 한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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