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표 뉴딜정책’ 시도…침체 빠진 독일 공부하는 민주당
‘경제민주화’ 추종에서 장기침체 ‘반면교사’ 삼기로
제조업 수출 침체·빠른 고령화에도 재정건전성 주력
과감한 재정투입으로 성장·복지 동시잡기 나설 듯
이재명, 대공황 극복 루즈벨트 ‘가장 존경 인물’로
독일경제가 경기 침체국면에 들어가면서 경제민주화 등 독일을 앞세웠던 더불어민주당이 ‘반면교사’ 대상으로 삼고 있어 주목된다. 제조업 수출경제 중심의 독일 경제는 올해까지 3년 연속 역성장 가능성이 예상되고 있다. 민주당은 독일 연정이 재정준칙에 막혀 세금 투입을 하지 못하면서 경제구조 전반에 마중물을 내보내지 못한 대목에 주목하고 있다. 민주당이 대규모 재정투입을 염두에 둔 ‘이재명표 뉴딜정책’을 구상하는 이유다. 민주당은 과감한 투자로 독일경제와 비슷해져 가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 상황을 극복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17일 홍성국 민주당 최고위원은 “우리나라 경제가 일본이 아닌 독일의 침체국면과 같이 움직이고 있다”며 “유럽의 병자로 전락한 독일 경제를 보면 제조업과 수출중심 경제라는 점, 대규모 재정투입을 하지 못한 점,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다는 점 등에서 우리나라가 따라가고 있는 실정으로 이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했다. “과감한 혁신과 전략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민주당은 지난주 ‘경제는 민주당’ 공부모임에서 독일 경제에 대해 집중 점검했다. 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장인 김태년 의원은 “글로벌 경제 위기가 심상치 않다”며 “유럽은 이미 장기간 ‘수축 사회’로 접어들었고, 독일은 건국 이래 최악의 불황을 겪으며 쇠락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독일의 위기를 가볍게 볼 수 없다”며 “특히 높은 무역 의존도와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는 우리나라와 매우 닮아 있다”고 했다.
◆독일 경제를 막아 선 ‘재정건전성’= 독일 경제 위기의 원인 중 하나는 정부의 공공 투자와 인프라 투자를 줄인 탓이다. 독일은 헌법에 재정준칙을 규정하고 있다. ‘부채 브레이크’(Schuldenbremse) 준칙은 정부의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0.35% 이내로 묶어 놨다.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가 1차 내각 시절인 2009년에 독일의 헌법인 기본법 109조 3항과 115조에 명시해 놓은 내용이다.
이후 독일 경제는 2023년 –0.3%에 이어 지난해 –0.2%로 2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고 올해도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제기된다. 독일정부는 0.3% 성장을 예상치로 제시했지만 독일산업연합은 –0.1%의 역성장 가능성을 열어 놨다.
게다가 사회민주당(SPD), 녹색당(GRÜNE), 자유민주당(FDP)이 모인 신호등 연정이 깨지면서 오는 23일 조기총선을 치를 예정이지만 연정이 제대로 ‘2030 개혁안’을 추진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정치적 불확실성 지속, 고물가와 트럼프 2기의 통상압력은 추가적인 악재다.
김 의원은 “독일 정부가 ‘균형 재정’을 이유로 과감한 지원과 투자를 하지 못한 결과, 미래 산업과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뒤처지는 상황을 초래했다”며 “우리나라의 고령화와 저성장 문제는 일본과 비슷한 경로를 밟고 있고, ‘건전 재정’을 앞세운 정부의 무책임한 방관은 독일과 무척 유사하다”고 했다. 이어 “주요국들이 겪는 위기의 원인을 명확히 진단하고, 이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도 했다.
◆추경에서 보여준 ‘이재명식 뉴딜’= 조기대선 주자로 나설 채비를 마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대규모 재정투입을 전제로 하는 ‘이재명식 뉴딜정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경제위기(대공황)를 재정의 적극적 투입으로 막아내려 했던 프랭클린 D. 루즈벨트 전 미국 대통령을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았다. 루즈벨트 전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존경하는 인물로 지목한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집권 시절 “루즈벨트 대통령의 정책들을 본받아 한국판 뉴딜을 펼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2021년 20대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직후 연설에서도 루즈벨트 전 대통령을 롤모델로 제시하며 “국가 주도의 강력한 경제부흥정책으로 경제성장률 그래프를 우하향에서 우상향으로 바꾸겠다. 좌파 정책으로 대공황을 이겨낸 루즈벨트에게 배우겠다”고 했다. 이어 “경제에, 민생에 파란색, 빨간색이 무슨 상관이겠냐”며 “유용하고 효율적이면 진보·보수, 좌파·우파, 박정희 정책 김대중 정책이 무슨 차이가 있겠냐”고 했다. “국민의 지갑을 채우고, 국민의 삶을 개선할 수만 있다면 가리지 않고 과감하게 채택하고 과감하게 집행하겠다”고도 했다.
최근 민주당이 내세운 추경안을 보면 직접적으로 국민들의 손을 쥐어주는 ‘루즈벨트식 뉴딜정책’을 엿볼 수 있다. 민주당은 올해 예산안 총지출 규모(673조 3000억원)의 5% 수준인 34조7000억원의 추경안을 제시했고 전 국민 5122만명에게 1인당 25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기 위한 13조원 등 민생 회복 예산 23조5000억원을 포함시켰다. 이 대표는 ‘성장 우선주의’와 ‘흑묘백묘론’ 등의 기저엔 ‘대규모 재정 투입’이 전제되고 있음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