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트럼프와 머스크, 그리고 한국
요즘 미국 트럼프 2기 정부에서 가장 잘 나가는 외부인은 일론 머스크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난 그는 테슬라(전기차), 스페이스X(우주항공), xAI(인공지능), 뉴럴링크(두뇌 칩), 보링컴퍼니(터널 굴착) 등 6개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작년 12월 말 기준 4320억달러(약 635조원)의 순자산을 보유한 세계 1위 부자이기도 하다.
평생 비즈니스맨이던 그의 운명은 작년 7월 13일부터 극적으로 바뀌었다. 트럼프 당시 대선 후보가 1mm도 안 되는 간발의 차이로 암살 위기를 모면하자, 머스크가 곧장 X(옛 트위터)에 트럼프를 지지하는 정치적 메시지를 날리면서다.
그후 지금까지 머스크는 열렬한 트럼프 지지자이자 조언자, 최측근이 돼 사실상 정치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정부에 새로 신설된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아 연방정부 공무원 감축과 예산 절약, 정부내 인공지능(AI) 혁명을 총지휘하고 있다.
공동 수장으로 함께 발탁됐던 비벡 라마스와미 전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를 밀어내고 단독 최고 책임자가 됐을 만큼 정부내 입지가 탄탄하다.
트럼프정부 내 확고한 입지 구축한 머스크
트럼프의 ‘퍼스트 버디(first buddy, 1호 친구)’로 불리는 그는 영국 독일 같은 외국의 정치까지 개입해 국내외의 불만과 논란을 유발하고 있다. ‘세계 최고 권력자와 최고 부자의 야합’ ‘부·권력·영향력을 독점하는 과두제 탄생’이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머스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는 강철 같은 수준이다.
무엇보다 머스크는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캠프에 단일 대선 기준 가장 많은 2억 7700만달러(약 4000억원)를 기부하고 열렬한 SNS와 직접 대중 연설로 트럼프 대선 승리의 1등 공신이기 때문이다. 그가 보인 물심양면의 활약은 트럼프에게 엄청난 정치적 빚으로 남아있다.
머스크 개인의 상품성과 능력도 큰 요인이다. 중국과 ‘테크 전쟁’에 목숨 걸고 있는 상황에서 그는 보기드물게 우주·방위산업·통신·AI·제조업 모두에 정통한 전문가다. 수년 전 트위터 인수후 회사 정상화 과정에서 입증된 구조조정의 달인(達人)이라는 측면도 매력이다.
일각에서는 강한 개성을 가진 2인자를 용납하지 않는 트럼프의 성격상 밀월이 빨리 깨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DOGE의 활동 기한인 내년 7월 4일까지는 두 사람이 어떤 형태로든 동맹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더 우세하다. 두사람은 단순한 동지 관계를 넘어 운명공동체이자 정치·경제공동체다.
여기서 우리는 두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출신 성분 등을 떠나 성과를 낸 능력있는 인재를 쓰는 트럼프의 용인술이다. 그는 취임식장에서 머스크를 비롯해 제프 베이조스, 마크 저커버그 등을 장관 후보자들보다 앞줄에 앉히며 명분이나 계급장보다 최고 ‘산업전사(戰士) 우대’ 의지를 분명히 했다. 또한 해리스 민주당 후보와 접전을 벌이던 트럼프를 선택해 ‘풀 베팅’한 머스크의 용기와 예지력도 돋보인다.
현명하고 실속있는 국가운영술 필요한 때
이는 미중 신냉전에서 양쪽 눈치를 보며 엉거주춤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한국에 시사점을 던진다. 현재로선 머스크처럼 우리도 과감하게 트럼프편에 서서 미국으로부터 독보적인 위상과 특별대우를 이끌어 내는 현명하고 실속있는 국가 운영술(statecraft)이 필요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