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중소기업 경영자의 책임
일본에는 중소기업가동우회(中小企業家同友會)라는 경영자단체가 있다. 1957년 설립되었고, 1969년 전국 조직 중소기업가동우회 전국협의회(中同協)로 확대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협의회는 자주 민주 연대를 내걸고 활동하는데 회원사는 2021년 약 4만6000개사에 이른다. 회원사 1사 당 평균 종업원 수는 30명, 자본금은 1500만엔이다. 그후 회원사가 늘어 2025년 1월 현재 4만7499사인데 일본에서 회원사가 지속해서 증가하는 유일한 경영자단체다.
이 협의회는 47도도부현에 지방조직이 있고, 또 기초지자체 단위로도 조직(지부)을 둔 곳도 있다. 필자는 2005년 중소기업 노사 커뮤니케이션 조사 때 처음 동 협의회의 존재를 알고 협조를 받아 회원사에 대한 여론조사 심층인터뷰조사를 실시했다.
바른 노사관계 수립이 가장 중요한 책임
필자는 지난해 이 협의회의 도쿄 세미나 최종 발표회에 초대받아 참가했다. 이날 세미나는 각사 경영자가 약 30분 발표하고, 참가자가 솔직하게 질의하고 응답받는 형태로 진행됐다. 경영을 왜 하게 되었는지,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지,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종업원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그들의 처우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를 발표하면서 때로는 눈물을 흘린 장면도 있었다.
회사 경영은 이익추구가 목적으로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많은 자원을 동원하게 된다. 그중 하나가 종업원이다. 세미나에서 어떤 경영자는 “이익 추구를 통해 경영자의 인생을 풍부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종업원의 인생도 소중하다”며 그동안 후자를 희생시키는 경영을 했던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다고 털어놓았다.
이 협의회 회원사가 바이블처럼 여기고 있는 책자가 있다. ‘중소기업 노사관계의 견해’(노사견해)인데 노사대립이 매우 격렬했던 1975년 만들어진 책이다. 거기에 맨 처음에 나오는 것이 경영자의 책임이다. 경영자인 이상 기업환경이 아무리 어려워도 시대 변화에 대응해 경영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책임이 있다고 밝히고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기업의 모든 기능 자원을 완전히 발휘해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른 노사관계를 수립하는 것이라고 천명한다.
또 노사관계는 ‘대등한 관계’로, 노사는 각각 독립된 인격체이고 권리를 갖고 있고 노동력과 보수를 둘러싸고 거래를 하는 주체이기에 대등성을 견지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노사관계의 기본은 경영자가 노사협상에 성심성의껏 임하는 자세 태도가 가장 중요한데, 노동자의 입장 사고방식 감정을 최대한 이해하려는 자세도 겸비해야 한다고 했다.
노동조건의 개선에 있어서도 바로 실행 가능한 것, 실행을 검토해볼 만한 것, 당장은 불가능한 것을 명확히 하고 중요한 과제가 있으면 모든 정열을 기울여 모든 각도에서 이해와 협력을 구하는 노력을 하면서 노동자를 설득해야 한다. 모든 기회를 살려서 노사의 의사소통을 꾀해 기업의 현황, 경영자의 방침, 자세를 명확히 설명함과 동시에 노동자의 의견이나 감정을 가능한 한 정확히 받아들이는 노력이 필요함을 밝히고 있다.
중소기업 환경 어려울수록 경영자 책임의식 중요
일본의 중소기업은 2000년 약 470만사에서 매년 줄어 현재 약 350만사 정도다. 최근 물가인상 임금인상 저출산고령화 인구감소 노동력부족 등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데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영자의 책임의식 및 그것의 발휘가 대단히 중요하다. 중소기업가동우회 회원기업에게는 ‘노사견해’의 실천, 경영자의 책임의식이 더욱 필요한 시기다.
최근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은 일본 이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 중소기업가동우회의 활동이나 노사견해에서 조금이나마 시사를 얻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