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항생제 처방 부적절 '심각'…사용량 전체 의료기관 중 최다
처방의 64.8% 부적절
광범위 사용 증가 추세
고령의 환자들이 많은 요양병원에서 항생제의 부적절한 사용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적절한 처방이 35.2%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적정사용을 관리할 인력과 인프라가 부족한 게 원인으로 분석된다.
최근 질병관리청은 2020~2022년 간 요양병원의 항생제 사용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양적·질적 평가와 의사들의 인식을 조사했다.
18일 질병관리청이 최근 발행한 ‘국내 요양병원의 항생제 사용 실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항생제 사용량은 의료기관 종별 중 요양병원이 가장 많았다. 요양병원의 항생제 사용량은 2020년 대비 2022년에 28.1% 증가하였으나 항생제를 처방받은 환자들의 처방 적정성은 35.2%(252명/715명)로 나타났다. 요양병원 의사들 상당수는 항생제 부작용을 인식했지만 사용량 등 적정관리에 대한 인식이 낮았다.
공동저자 신나리 질병관리청 항생제내성관리과장 등은 “요양병원은 항생제 적정사용 관리 프로그램 수행에 필요한 인력 및 감염병 진단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요양병원 맞춤형 지침 개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기 입원 고령환자, 항생제 내성 위험 높아 =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2020년 고령사회(15.7%)로 진입한 이후 2024년 12월 20%를 넘어섰다. 이러한 인구통계학적 변화로 인해 장기요양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요양병원 기관수가 2016년 1428개에서 2020년 1582개로 연평균 2.6% 증가했다.
요양병원 환자는 일반적으로 고령으로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고 밀집된 공간에서 장기 재원함으로써 감염에 취약하다. 국내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요양병원 환자의 44.9~77.8%가 연간 한 번 이상 항생제 치료를 받았다. 그런데 처방된 항생제의 최대 75%는 부적절하거나 불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2020~2022년) 국내 요양기관 종별에 따른 환자당 항생제 사용량 조사 결과, 요양병원 사용량은 평균 27.5 DID로 가장 많았다. 2020년 대비 2022년 증감률은 의원(19.4%)이 높게 나타났다.(그림)
2020~2022년까지 1764개 요양병원에 139만2171명의 환자가 입원했다. 이 가운데 77만6992명(55.8%)이 항생제를 사용했다. 항생제 사용 환자는 65세 이상(85.4%)과 여성(60.7%)이 많았다. 전체 입원 기간에 비해 항생제 사용 환자가 더 장기간 입원(210.3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생제 사용 환자에서 기저질환은 치매(47.6%)가 가장 많았고 뇌졸중(23.5%) 고혈압(20.5%)이 뒤를 이었다.
한편 20개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항생제사용을 조사한 결과, 2023년 7월 10일부터 10월 31일까지 항생제를 처방받은 환자는 총 740명으로 이 중 715명(96.6%)이 감염증 치료 목적으로 항생제를 처방받았다. 내과계 562명(75.9%) 및 일반병동 환자가 739명(99.9%)으로 많았다. 665명(89.9%)이 스스로 보행이 불가능했다.
전체 885건의 항생제 처방 중 855건(96.6%)이 감염증 치료 목적이었다. 경구제(31.5%)에 비해 주사제(68.1%)가 많았고 감염증별 다빈도 처방 건수는 호흡기 감염(48.5%), 요로 감염(23.6%) 및 피부연조직 감염(9.7%) 순으로 나타났다.
감염증 치료 목적으로 사용된 전체 855건의 항생제 처방 건에 대한 적정성은 투여 경로 적정성이 99.6% (852건)로 가장 높았다. 하지만 항생제 선택과 처방 용량에 대한 적정성은 62.0% (530건)와 56.1% (480건)로 확인됐다. 또한 감염증 치료 목적으로 항생제를 처방받은 환자 715명 중 적정 처방을 받은 환자는 35.2%(252명)였다. 항생제 다빈도 사용 감염증에 대한 적정성은 호흡기 감염 40.7%(169건/415건), 요로 감염 37.1%(75건/202건) 및 피부연조직 감염 21.7%(18건/83건) 순이었다.

◆항생제 적정사용량 인식, 부적절 상당 = 요양병원 의사들은 항생제 사용에 부작용을 잘 인식하고 있었지만 항생제 적정사용 관리에 대한 부적절한 인식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요양병원 의사 106명이 참여한 익명 설문조사 결과, 의사들의 상당수는 항생제를 사용할 수 없는 임상 상황에서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고(17.9~30.2%), 항생제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96.2%)과 요양병원의 높은 내성률(76.4%)에 대해 잘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항생제가 원인불명의 발열(66.0%)과 염증 수치(72.6%)를 개선시킨다는 부적절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상당하였다. 또한 항생제 사용 전 세균 배양검사가 저조(49.1%)한 이유에 대해 59.3%가 검사 인력 부족과 내성균 확인 시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의사들은 요양병원의 항생제 적정사용 관리 체계를 구현하기 위해 항생제 사용관리 중재 활동(88.7%), 의사 대상 항생제 및 감염질환 교육(74.5%), 요양병원 맞춤형 지침서 개발(84.9%), 전문가 및 전문기관의 도움(73.6%), 노력에 대한 보상(85.8%)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이번 연구에서는 의료기관 종별에 따른 항생제 사용량은 다른 종별에 비해 요양병원에서 가장 높았다. 요양병원은 3~4 세대 세팔로스포린 및 카바페넴 등 광범위 항생제 사용량이 가장 높은 증가 추세를 보였다. 이러한 현상은 고령 및 기저질환 상태에 있는 요양병원 환자들의 임상적 특성, 요양병원 수의 증가 및 항생제 치료 기간 중 급성기병원으로부터 환자 이입 증가 등 다양한 요인과의 연관성을 추정해 볼 수 있다.
감염증 치료 목적으로 처방된 환자들의 부적절한 항생제 처방률(55.2%)은 국내 요양병원(41.3%) 및 급성기병원(27.7%)을 대상으로 한 다른 연구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 과장 등은 “다빈도로 항생제가 처방되는 호흡기 감염, 요로 감염, 피부·연조직 감염증에서 부적절 처방(21.7~40.7%)이 많았다”며 “요양병원에서 항생제 적정사용 프로그램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