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2030 혐중 정서’ 편승…민주당 ‘한미 동맹’ 강조

2025-02-18 13:00:07 게재

“윤 대통령 가세로 ‘혐중 정서’ 극단적으로 흘러”

민주당 , ‘균형 외교’보다 ‘국익 중심 외교’ 무게

트럼프 당선 후 중국 언급 자제, ‘한미 관계’ 주력

2030세대의 반중정서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의 ‘실용외교’가 강해질 전망이다. 문재인정부에서는 대북관계와 무역의존도 등을 고려해 친중성향을 가미한 ‘균형외교’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은 반중정서를 고려해 중국과의 거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경제문제와 연결돼 있다.

손팻말 든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 15일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비상계엄으로 탄핵 소추된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18일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우리나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추진에 대한 중국의 거친 반응 이후 이어진 2030세대의 반중정서가 최고조로 올라와 있고 문재인정부에서는 대북관계 등을 고려해 중국과의 관계를 친밀하게 가져갔는데 이게 친중으로 인식되면서 거부감이 커졌다”면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서 보수진영에서 선거, 집회 등에 대한 반중, 중국혐오 공격이 강해지면서 2030 세대들의 반중 혐오 정서가 더욱 강화되는 모습”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의 중국 관련 메시지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면서 “과도하게 중국에 대한 거부감을 보여줄 필요도 없지만 친중 이미지도 내보낼 이유가 없다”고 했다.

사드 보복, 코로나, 동북공정, 홍콩사태를 보면서 중국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커졌지만 12.3 계엄사태 이후엔 근거 없는 혐중정서가 확대됐다. 2030세대가 다른 세대에 비해 혐중정서가 강한 상황에서 탄핵정국에서는 2030 남성들의 혐중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빠른 발전 속도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도 ‘혐중’을 강화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욱연 서강대 중국문화학과 교수는 “혐중 정서는 예전부터 있어왔는데 계엄이 선포되고 나서 전혀 성격이 달라져 버렸다”며 “탄핵 국면에서의 혐중은 근거도 없고 사실도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종교적 신념이 돼 버렸다”고 했다. 이어 “탄핵 심판 과정에서 대통령과 변호인들, 여당의 주요 정치인들이 나서서 이 문제를 제기하니까 수면 위로 올라와 버렸다”며 “탄핵 국면이 끝나더라도 그런 주장은 계속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보수진영은 중국의 부정선거 개입, 탄핵찬성집회의 중국인 참여 등의 ‘가짜뉴스’를 반복적으로 제기했고 이를 윤석열 대통령이 호응해주면서 여론 극단화를 강화시켰다. 지난달 31일에는 중국 대사관 앞에서 멸공페스티벌이 열렸고 한 청년이 중국 대사관에 난입하려다 막히기도 했다.

보수진영은 조기대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민주당은 친중’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과거 이 대표는 ‘셰셰’사건으로 친중 이미지와 굴욕 외교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으면서 곤혹을 치른 바 있다.

나태근 구리시당협위원장은 ‘이재명 민주당의 카톡검열=인공기 그림’을 넣은 현수막을 내걸었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의 ‘옥중정치’ 확성기였던 국민의힘이 가짜뉴스 확성기로 변신해서 결국 또 빛바랜 색깔론을 꺼내 들었다”며 “급기야 인공기까지 넣은 국민의힘의 가짜뉴스 현수막”이라고 했다.

박원석 전 의원은 “2030 세대들이 갖는 반중 정서라는 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며 “아주 어릴 때부터 문화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잘 바뀌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왜 그런 것들이 형성됐으며 어떻게 그런 것들이 올바른 정보에 의해서 교정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좀 깊이 고민해야 될 것 같다”고 했다.

민주당은 대중 메시지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반중’에서 ‘혐중’으로 옮겨가 있는 정서를 고려해 중국에 대한 입장보다는 ‘친미’와 ‘한미 동맹’에 초점을 두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한미일 동맹을 강조하면서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재명표 ‘실용외교’다. 민주당은 당 강령을 통해 외교안보의 핵심 방향으로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주변국 및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국익중심 실용외교를 통해 한반도 및 동아시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한다’는 점을 명시했다.

그러면서 ‘이념 편향의 진영외교 극복’과 ‘전략적 자율성 강화’를 내세우며 ‘외교 지평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한미동맹을 토대로 주변국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유지해 당당하고 균형적인 외교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과거 민주당 대선전략에 관여해온 모 인사는 “대중 문제를 쉽게 건드리거나 해법을 제시하려고 할 필요는 없다”며 “다만 한미동맹 토대 속에 대일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이냐가 오히려 해답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중도층이나 2030세대에서는 반중친일 정서가 강한 만큼 일본과의 관계를 적대적으로 풀기보다는 ‘역사는 역사대로, 현실적 협력은 협력대로’라는 과거 민주당 정부의 정책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앞의 인사는 “어차피 반중, 혐중 정서가 강화돼 있는 상황에서 대중문제에 직접 관여하기보다는 중국에 대해서는 경제적인 측면을 강조하면서 적절한 관계 유지의 필요성을 설명하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국익을 위해서라면 동맹국과도 관세전쟁을 불사할 뿐만 아니라 적대 관계에 있는 나라들과의 대화·협상을 망설이지 않는다. 우리 역시 이 점을 배워야 할 것 같다”며 “견고한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 협력이라는 대원칙을 유지하면서도 국익과 평화를 지키기 위한 실용외교가 절실한 때”라고 했다. 최근 민주당이 ‘한미동맹 지지 결의안’을 발의하고 민주당 의원이 트럼프 미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고 이 대표 역시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지명하는 것도 고려하겠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정부와 일해 온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을 특보에 임명한 것 역시 ‘한미 동맹’을 염두에 둔 대목으로 읽힌다.

이 대표는 최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갈등 국면 속 한중관계에 대해서는 “미국 역시 중국에 적대적인 자세, 혹은 협력적 자세를 고집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국 역시 이같은 접근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이 미국과의 안보동맹을 강화하고, 미국과 일본 모두와 협력하는 것이 여전히 중요하다”며 “중국과의 관계에서 취하는 것보다 미국과의 관계 악화로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이라고도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박준규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