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행동

청정산업정책 레이싱에서 이기려면

2025-02-19 13:00:07 게재

기후변화 대응 수단인 탄소중립의 성공은 본질적으로 청정기술의 확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취임 첫날 파리협정 탈퇴와 청정기술 지원 중지를 명령한 트럼프 대통령의 귀환과 편중되어 있는 청정기술의 중국 의존도가 다른 국가들의 환경적 지속가능성과 경제안보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이는 가운데, 국가별로 탈탄소 이행과 국가 경쟁력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청정산업정책이 다양하게 시행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7월 저탄소 전환과 연관된 ‘경제·사회 발전 가속화와 전면적 녹색 전환에 관한 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 친환경 산업규모를 2850조원으로 전망하며 비 화석에너지 소비비중을 전체 25%로 올리는 등 녹색전환을 기본으로 형성한다는 내용이다.

중국은 이미 태양광 및 풍력발전 보급 목표를 6년 앞당겨 작년에 달성했고, 2035년까지 전기차 판매 목표도 10년 앞당겨 올해 달성할 예정이다.

이러한 정책 성과의 핵심은 중국의 청정기술 활용 전략인데, 대부분의 청정기술에서 지배적인 글로벌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태양광 패널의 경우 전세계의 80% 이상을 중국에서 만들고, 리튬이온 배터리의 글로벌 1위와 2위 업체는 모두 중국 회사이며, 코발트와 리튬의 정제는 글로벌 시장의 60%와 70%를 책임지고 있다.

청정산업에서 성장동력 찾는 나라들

유럽연합(EU)의 경우 작년 12월 두번째 임기를 시작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공약이 ‘취임 100일 내 새로운 청정산업딜 제시’로 이를 준비 중이다. 청정산업을 새로운 산업 원동력으로 삼아 미국의 공백을 역내 경쟁력 제고의 기회로 만들자는 계획으로 보인다.

EU는 이미 2023년 초 ‘그린딜 산업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는 성장동력 확보, 에너지 위기 대비,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한 대응이었다.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수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재생에너지를 늘려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 해결 차원이기도 하다.

일본도 작년 5월 기시다 총리가 2040년 장기 탈탄소 및 산업정책 수립을 지시했는데, 이는 에너지공급, 산업구조전환, 시장정책이 골자다. 데이터센터 및 반도체 등 핵심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할 때 탈탄소를 경제성장의 주요 동인으로 보는 측면이 있다. 작년 말 공개된 정책 초안에 따르면,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45%까지 늘려 2035년 국가감축(NDC) 목표인 2019년 대비 60% 감축에 기여한다는 계산이다.

중국 EU 일본 등 주요국들의 이와 같은 움직임 속에서 한국도 산업 경쟁력을 고려한 탄소중립 이행, 경제안보 확립을 위한 청정기술 공급망 확보, 시장 선점을 위한 청정기술개발 지원 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탄소중립기본법에 근거한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하에서 17대 중점분야(재생에너지, 수소, 친환경자동차 등)에 대한 임무기반 기술혁신 전략로드맵을 작년말 완성해, 청정기술 국산화 및 차세대기술 확보를 위한 지원 정책의 청사진을 마련했다.

한국은 높은 화석연료 의존도와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로 인해 지속가능한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발전과 산업부문을 경쟁력 있게 전환할 수 있는 청정기술의 확보가 어느 나라보다 시급하다. 다만 한국의 청정산업정책을 다른 국가들과 비교할 때 추가로 고려되어야 할 지점은 대규모 지원금이다.

첨단산업에선 보조금 정책이 효과적일 수도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 10월 발표한 ‘주요국 첨단산업 지원정책 비교 및 시사점’에서 미국과 중국 일본 등 경쟁국은 경제 안보와 산업 부흥을 위해 수십조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한국은 보조금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이유다.

또한 친환경차의 핵심인 배터리 3사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2021년 30.2%에서 2023년 23.1%로 7.1%p 떨어졌다고도 예시하며, 선점과 승자독식 양상을 보이는 첨단산업에선 가격경쟁력과 기술력 확보에 보조금 정책이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했다.

국가별로 청정기술 제조 및 공급망 확보를 위한 청정산업정책 레이싱이 본격화되면서 이는 단순한 환경정책을 넘어 산업·일자리·경제·무역정책으로 자리잡았고, 이 흐름은 트럼프의 귀환과 자국보호주의에 의해 촉진되고 있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우리 기업이 많이 불리하지는 않도록 평평한 (적어도 덜 기울어진) 운동장은 만들어 주어야 한다.

김성우 김·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