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심사 ‘깜깜이’… 법안소위 통과 법률안 95% 미공개
소위·전체회의 원안통과 법안만 확인 가능
법사위 회부돼야 인터넷 통해 외부에 공개
의원에게 본회의 27분전 29개 법안 통보
상임위 법안소위에서 수정돼 통과된 법안들이 공개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수정돼 통과한 위원회안 역시 법사위에 회부돼야 비로소 일반인들이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국민들이 상임위에서 논의돼 통과하는 법안을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운 ‘깜깜이 심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9일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상임위 법안소위에서 수정돼 통과된 법안이 공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원칙적으로 법안이 공식적으로 접수가 돼야 공개를 한다”며 “법안 소위에서 통과된 내용이 곧바로 위원회안으로 성립 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법안소위에서 수정돼 통과된 법안이 여러 의원들의 법안을 종합해 만드는 상임위원장안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식 법안 접수로 볼 수 없어 공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상임위원장안은 법안소위에서 통과된 법안 등에 대해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논의하면서 이뤄진 수정안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나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들은 대부분 원안 그대로 통과되지 않는다. 상임위 법안소위, 전체회의를 거치면서 수정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수정된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이해당사자들이 심의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 국민들에게 공개되는 시점은 법안소위와 상임위 전체회의를 거쳐 체계자구심사권을 갖고 있는 법사위에 회부됐을 때다.
앞의 사무처 관계자는 “법안 소위에서 통과될 때 일부는 원안대로, 일부는 수정의견이 반영된 수정안 대로 통과된다”고 했다. 법안소위에서 통과될 때도 엄밀하게 법안으로 만들어진 상황에서 통과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법안소위에서 통과된 내용이 제대로 법안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채 통과되는 바람에 이를 공개할 경우엔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얘기다.
상임위 전체회의에서도 비슷한 경로로 통과되는데 다만 이때는 상임위원장은 상임위원들에게 “체계, 자구의 경우 위원장에게 일임해 달라”는 의결을 거쳐 전문위원실에서 정리해 법사위로 보내게 된다. 법안소위도 비슷한 경로를 거쳐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법안 심사과정의 비공개는 결국 비공식 통로로 입법 상황과 내용을 확인하는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하게 만든다. 국회 사무처나 의원실 등 ‘지인 찬스’를 쓸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거나 국회 로비창구로 활용되는 대관 업무 담당자를 갖추고 있는 대기업 등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는 얘기다.
원안통과율이 5% 수준에 머물고 대부분의 법안이 수정된다는 점에서 현행 법안심사 공개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 들어 처리된 국회의원 발의 법안 950건 중 원안 그대로 통과된 것은 4.3%인 41건에 그쳤다. 수정이 100건, 대안반영이 629건이었다. 법률반영된 법안(770건)으로만 따져도 5.3%만 일반에 공개될 뿐 95%의 수정된 법안은 ‘깜깜이’ 속에서 심의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정부안 역시 처리된 93건 중 원안 통과는 절반에 못 미치는 42건이었다. 수정 19건, 대안 31건이었다.
한편 본회의 상정 법안을 너무 늦게 국회의원에 통보해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들을 ‘거수기’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와 주목된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28명의 동의를 얻어 안보, 경제 등 불가피한 긴급 사유가 아니면 ‘본회의 안건 중 법률안의 경우 본회의 상정 1일 전에 의원에게 통지하고 전산망 등을 통해 공표하여야 한다’는 의무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의 목록 등을 작성한 의사일정이 본회의 개의에 임박하여 공표되고 있어 이로 인해 본회의에 상정된 법률안을 사전에 검토할 충분한 시간이 확보되고 있지 않고 있다”며 “실제로 22대 국회 개원 후 현재까지 법률안이 안건으로 상정된 본회의는 총 20회인데 안건의 목록이 포함된 의사일정이 통지된 시점은 평균 본회의 개의 2시간 전”이라고 했다. 이어 “심지어 본회의 개의 21분 전에 의사일정이 통지되거나(2024년 7월 3일 본회의), 상정된 법률안의 개수가 29개인데 본회의 27분 전에 의사일정이 통지돼 법안당 1분 미만의 검토시간이 주어진 경우(2025년 1월 8일 본회의), 총 83건의 법률안이 상정됐는데 본회의 개의 2시간 47분 전에 의사일정이 통지돼 법안당 2분 남짓의 검토시간이 주어진 경우(2024년 9월 26일 본회의) 등 본회의 표결에 참여하게 될 개별 의원들이 본회의 입장 전에 법안의 기본 내용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들이 빈번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회의원의 본회의 심의, 표결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기 위해서는 개별 의원들이 본회의에 상정된 안건을 사전에 충분히 숙지할 수 있도록 미리 의사일정을 공표하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며 “최소한 본회의 안건 중 법률안의 경우에는 국민의 권리, 의무 등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전에 충분히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