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줄잇는 가격인상, 소비자가 나설 때다

2025-02-20 13:00:02 게재

올해도 예외없이 과자 파이 빙과는 물론 빵 커피 컵밥 등 주요 식음료 제품가격이 올랐다는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급기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현재의 가격인상이 기업의 이익만을 최대한으로 끌어내기 위한 선제적 가격전략이라면 이에 대한 엄중한 질책이 필요하다”고 비난하며, 정부가 합리적 대책을 시급히 내놓아야 한다고 발표했다.

보통 기업은 원자재나 인건비 등이 오르면 제품가격을 올리지 않을 수 없으므로 이런 행태를 비난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매년 연례적으로 인상하거나 인상요인보다 과다하게 부풀려 올리는 경우, 이 기업 저 기업이 동조 또는 편승해 인상하는 사례, 인하요인이 있어도 최대한 천천히 인하하거나 아예 인하하지 않는 경우라면 이를 방치해서는 안될 것이다.

연례적 인상이나 동조 편승 인상, 가격 부풀리기 방치해선 안돼

가격인상에 대해 기업 행태를 비난하거나 정부 대책을 촉구하는 방법은 그다지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왜냐하면 기업의 경우 인상에 따른 비난을 예상하고 올리다 보니 웬만한 비난에는 꿈쩍도 안하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억지로 가격인상을 억제하거나 관세인하, 수입확대 등과 같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일시적 효과를 낼지 모르겠으나 일정 시기가 지나면 가격이 대폭 오르는 부작용을 낳을 뿐이다. 또한 신규 진입 허용과 같은 근본적 대책은 수립부터 어려워 실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격인상 문제를 해결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가격인상으로 손해를 입게 되는 소비자가 직접 나서는 방식이 있다. 먼저, 소비자가 가격이 인상된 제품을 구입하지 않는 것이고, 그 제품을 꼭 구입해야 하는 경우라면 구입량이나 빈도를 줄이는 것이다. 그리고 가격이 오르지 않은 다른 제품을 더 많이 구입하는 것이다. 물건값이 오르면 아끼고 절약하며 발품을 팔아 오르지 않은 제품을 찾아 소비하는 방법이다.

두번째로는 소비자가 가격인상된 제품과 비슷한 효용이 있는 다른 상품을 구입하는 방법이 있다. 버터와 마가린, 소고기와 돼지고기처럼 한 상품의 가격이 오른다면 이 상품을 대체할 수 있으면서 가격이 오르지 않은 제품을 구입하는 방법이다. 현실적으로 모든 특성이 완전히 동일한 대체상품을 찾아내기 어렵겠지만 소비자가 최대한 대체상품을 소비하는 노력을 기울일수록 기업은 쉽게 가격을 인상하지 못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소비자가 공동구매나 해외직구 구입 등을 통해 저렴한 상품을 구입하는 방법도 있다. 국내 과자가격이 계속 오르면 저렴한 수입과자 중에서 유사한 제품을 찾아서 소비하는 것이다. 그동안 해외직구 소비가 계속 증가한 것은 다른 요인도 있겠지만 국내 제품가격이 너무 많이 오른 탓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소비자주권 바탕으로 인상에 적극 대응해야

기업이 상품가격과 생산량을 결정하는 것을 생산자주권이라고 한다. 최근 소비자단체의 분석에 의하면 주요 식품기업의 경우 매출액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매출원가율)이 떨어지는 가운데 영업이익률은 올라가고, 국제 원자재 가격이 내려가거나 안정되고 있어도 상품 가격을 계속 올리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가격인상이 줄을 잇는 것을 보면 생산자 주권의 전성시대처럼 보인다.

반면 어떤 상품을 어느 가격에 얼마만큼 소비할지를 결정하는 것이 소비자주권인데 생산자주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축돼 있다. 그래서 가격인상이 있어도 해당 기업을 비난하거나 정부 대책을 촉구하는 정도의 소극적인 대응이 고작이었다. 이런 방법으로는 줄잇는 가격인상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이제는 소비자주권을 바탕으로 모든 소비자가 가격인상에 적극 대응해 나가야 한다. 그러면 기업이 가격인상을 자제하거나 신중하게 할 것이다.

지철호 법무법인 원 고문 전 공정위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