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려아연과 MBK 타협의 길, 정부가 도와야 한다
중국에서 출시된 인공지능(AI)모델 딥시크가 저사양 저비용 반도체로 고성능 AI모델의 가능성을 보여주어 서구 AI기업의 주가가 급락했다. 곧 각국 정부들은 정보유출 우려를 표명하기 시작했고 우리 정부도 전방위적으로 부처의 딥시크 접속을 차단했다. 딥시크는 기술쇼크로 왔다가 안보쇼크로 귀결되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안보의 중요성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중단 사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일본은 US스틸이 미국 내 광산과 저탄소 철강제품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전략적 인수를 추진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최종 거래직전에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는 자국 기업의 국외 매각이 안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도 매각불허 결정을 발표했다. US스틸 인수전은 자원산업의 중요성과 국제관계 이익이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는 우리 시대의 단면을 보여준다.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총성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비철금속 분야 세계 1위 기업인 우리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세계 각국 자원 안보경쟁 치열한데
영풍·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로 촉발된 고려아연 사태는 고려아연이 자사주 취득을 통한 방어를 시도한 후 최근 임시주총에서 상법상 비모자회사 간 주식 상호보유를 통한 2차 방어에 성공하며 교착상태에 빠졌다. 가까스로 경영권을 방어한 고려아연은 과도한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우량기업의 경영 불안정성과 기업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듯 임시주총 직후 영풍·MBK파트너스에 경영 참여를 제안하는 등 상생방안을 제시해 놓은 상황이다. 그러나 영풍·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화해 제스처에 반발하고 있다.
공수 양쪽 모두 치킨게임을 반복하며 대치만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영풍·MBK파트너스는 왜 타협을 거부하고 있을까? 투자기간이 제한된 사모펀드의 특성상 MBK파트너스는 투자금 회수를 위해 언젠가는 지분을 매각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매각 대상이 고려아연을 기존 사업과 결합해 수익성을 올릴 수 있는 기업이나 펀드일 가능성이 큰데 이런 투자자를 국내에서 찾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투자자를 찾더라도 시장지배력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더욱이 MBK파트너스는 경영권 분쟁으로 고려아연 가치가 급등한 것과 상관없이 계속 수익실현을 보류해야만 해외매각에 대한 시장의 의심이 오해로 끝나게 된다는 딜레마에 봉착한다.
자국산업 보호투쟁으로 혼란스러운 국제정세 속에 제련기술은 국가 기간산업의 일부라는 주장의 설득력이 높아지고 있어 고려아연 사태는 일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정책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실제 비철분야에서도 국가 간 대립이 시장 충격을 발생시킨 사례가 있다. 2020년 인도네시아정부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 광물인 니켈 원광 수출을 금지시켰다. 채굴부터 가공까지 인도네시아 내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이었다. 마찬가지로 몇년 전 있었던 중국의 석탄수급 불균형으로 초래된 요소수 대란도 광물자원의 안보적 의미를 상기시킨다.
경제안보 불확실성 가중되지 않도록 해야
아무쪼록 정부와 정치권이 좀 더 관심을 갖고 고려아연 분쟁이 양측의 타협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만 우리나라에도 경제안보 불확실성이 가중되지 않을 것임은 자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