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채 공식보유량, 2009년 이후 최저
7590억달러로, 정점 대비 5500억달러 ↓
금 매입으로 전환 또는 미국 외 비공식 보유
중국의 미국채 공식보유량이 2009년 이후 최저치로 하락했다. 금 등 대체자산 보유로 다각화하는 한편 미국 외 국가들에 분산예치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미국 재무부가 18일(현지시각)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미국채 보유량은 2024년 12월 기준 7590억달러였다. 연초 대비 570억달러 하락했다. 이 자료엔 중국이 다른 나라 기관에 예치한 미국채 보유량은 포함되지 않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중국은 외화자산을 금과 같은 대체자산으로 다각화하고 있다. 동시에 다른 나라에 등록된 보호계좌(custodian accounts) 등으로 분산예치하면서 미국채 보유량의 진짜 규모를 위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재무부 관료 출신으로 현재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인 브래드 셋서는 FT에 “중국은 2010년쯤 미국채를 보유하는 데 리스크가 따른다고 인식했다. 중국의 상당한 부가 지정학적 경쟁국인 미국 손바닥에 놓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셋서는 이어 “중국의 미국채 보유량 감소는 과장됐을 가능성이 있다. 일부 보유량을 벨기에 ‘유로클리어’, 룩셈부르크 ‘클리어스트림’ 등 국제 예탁결제기관으로 옮겼을 수 있다. 공식 데이터상에선 해당 국가의 미국채 보유량이 늘어난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중국이 미국채로 무엇을 하는지, 그같은 조치가 글로벌 시장에 어떤 충격을 주는지 등을 추적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중국이 공개한 미국채 보유량은 2011년 정점 대비 약 5500억달러 감소했다. 영국의 미국채 보유량은 지난해 342억달러 늘었다. 벨기에 보유량은 602억달러, 룩셈부르크 보유량은 840억달러 늘었다. 일본은 세계 최대 미국채 보유(지난해 12월 기준 1조598억달러) 국가다.
미국채 보유 변동 정보는 면밀히 감시된다. 미국정부의 막대한 예산적자는 미국채를 통해 메워진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도 양적긴축 일환으로 미국채 보유량을 자체적으로 줄이고 있다.
중국 외환관리에 정통한 한 인사도 FT에 “중국이 보유한 모든 미국채가 직접적으로 미국 예탁기관에 예치된 건 아니다”라며 “중국은 외환자산 일부를 유로클리어 또는 클리어스트림 등 기관을 통해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중국의 미국채 보유량이 점진적으로 줄어드는 흐름은 명확하다. 중국은 지속적으로 외환자산을 다각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소재 싱크탱크 공적통화금융기구포럼(OMFIF)의 미국 대표인 마크 소벨은 “중국 인민은행은 금과 같은 자산을 늘리고 있다. 금은 경제·금융적 스트레스 시기에 도피처로 인식되는 자산”이라고 말했다.
금 가격은 올해 들어 약 12% 급등했다. 큰손 구매자들 사이에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신호다. 세계금위원회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4분기 15.24톤을 사들였다. 이 기간 전세계 3번째로 많은 매입량이었다. 인민은행의 금 보유량은 지난 2년 동안 13% 늘었다. 하지만 인민은행 총 외환에서의 비중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낮다.
소벨은 “중국의 미국채 보유량이 감소했다고 해서 중국이 달러자산 전반을 매도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중국은 미국채말고 기관채권 등 안전한 다른 달러자산 매입을 늘리고 있다”며 “나는 중국이 전반적으로 달러자산 보유량을 줄이는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중국이 여러 경로를 통해 광범위한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은 명확하다”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