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부자·서민 전방위 ‘감세 포퓰리즘’ 쏟아내
금투세·가상자산 과세 폐기·연기 이어 상속세·근로소득세 축소 추진
‘부자감세’ 비판서 선회 … 줄어든 세수 보충 방법 제시하지 않아
조국혁신당·진보당 맹공 … “감세 정치로 서민만 독박 써야 하나”
더불어민주당의 감세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보수 정부의 ‘부자감세’를 비판하던 민주당이 보수진영의 감세 제안에 동참하더니 급기야는 근로소득세까지 손대겠다고 나섰다. 그러면서 세수확대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진보진영이 ‘망국적 감세 정치’라며 맹공에 나섰다.

19일 진보당 정혜경 원내대변인은 “상속세, 증여세 인하, 반도체 기업 세금감면 등에서 거대양당이 거의 한목소리”라며 “조기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니, 당장 득표에 유리한 것만 보이느냐”고 했다. “감세에 감세에 감세 정치로 또 서민들만 독박 써야 하느냐”고도 했다. 그러면서 “망국적 감세정책에 반대한다”며 “부자감세를 철회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상속세 공제한도를 부부공제와 자녀공제를 합해 10억원에서 18억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다. 진보진영은 이를 ‘부자감세’라고 봤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은 이 대표가 제시한 상속세 공제한도 확대에 대해 “상속세 감세의 혜택은 대부분 고소득, 고액 자산가에게 돌아간다”며 “상속세 공제금액을 10억원에서 많게는 18억원까지 올리면 그 사이 가격의 주택을 보유한 사람만이 아니라 더 비싼 집을 보유한 사람도 18억원까지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상속세는 중산층 세금이 아니다”며 “서민은 내고 싶어도 못 낸다”고 했다. 올 1월 11일 기준으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평균 거래 금액은 9억9544만원이며 2023년 기준, 전체 피상속인 29만2545명 가운데 상속세를 내는 이들은 1만9944명으로 6.6%에 불과하다. 김 권한대행은 “감세의 결과는 중산층과 서민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10억원 이상의 집을 상속해 주는 세대가 ‘중산층’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의 ‘민주당에 의한 부자감세’ 비판은 민주당의 가상자산 과세 연기와 금융투자소득세 과세 폐기 때도 나왔다. 특히 금융투자소득세는 연간 주식투자로 5000만원 이상 순차익을 실현할 경우에만 과세되도록 설계됐고 이에 따라 과세 대상자가 주식투자자의 1%에도 미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융투자소득세 과세 폐기는 민주당이 주장해온 과세정의를 외면한 ‘부자감세’라는 비판이 많았다. 조국혁신당은 “제1야당 대표가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세금 깎아주는 일에 동참하면 민생은 누가 지킨단 말이냐”고 했고 진보당은 “자본이득에만 세금이 없다는 건 조세 형평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했다.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내놓은 ‘근로소득세 감세 추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월급쟁이는 봉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물가 상승으로 명목임금만 오르고 실질임금은 안 올라도, 누진제에 따라 세금이 계속 늘어난다”며 “초부자들은 감세해 주면서 월급쟁이는 사실상 증세해 온 건데, 이거 고칠 문제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 대표가 공유한 기사는 임광현 민주당 의원이 기재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토대로 대규모 세수 부족에도 근로소득세 수입이 늘어나 지난해에만 60조원을 넘어섰다는 내용이었다. 이 기사엔 법인세 수입은 17조9000억원 줄어 근로소득세와 비슷한 규모까지 축소됐다는 얘기도 들어가 있다. 그러자 진성준 정책위 의장이 근로소득세 개편안을 내놓겠다고 했다.
법인세 감소와 근로소득세 증가를 기업의 세부담 감소와 월급쟁이의 세부담 증가로 해석한 것이다.
하지만 법인세와 근로소득세의 세수 차이는 법인의 이익규모는 큰 폭으로 줄어들었고 근로자들의 명목 소득은 소폭 늘어난 때문에 나타난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소득세수 61조원은 임금근로자수 증가와 명목임금 상승률 개선 등으로 전년의 59조1000억원에 비해 3.2%인 1조9000억원이 늘었다. 법인세수 62조5000억원은 법인실적 부진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로 2023년(80조4000억) 대비 22.3%인 17조9000억원이 줄었다.
민주당이 빠르게 근로소득세 감세를 추진할 것 같지는 않다. 이 대표는 근로소득세 개편에 따른 세수감소 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나 다소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전날 MBC 100분 토론에 나와 “오늘(19일) 낮에 보고를 받았는데, 물가상승을 반영해 (과세표준을) 바꾸면 12조원 정도 연간 세수가 줄어든다고 한다. 그럼 문제가 생긴다”며 “이걸 어느 정도 선에서 조정할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공론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신승근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한국공학대 교수)은 “세금을 깎게 되면 이를 어딘가에서 보충해야 한다”며 “세금을 깎자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부족한 부분을 어디에서 얼마나 메울지도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담을 후세대에 미루게 된다”고 했다.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정부의 부자감세로 나라살림의 근간이 되는 세입기반과 과세형평이 완전히 무너졌다”며 “부자감세를 단계적으로 정상화시켜 세입기반을 강화하고 기업과 가계 간 기울어진 과세형평을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