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 협상 서두를 필요 없다”

2025-02-20 13:00:19 게재

여한구 위원, 한국 1차 타깃 아냐 … 타국 협상 주시하며 전략 준비할 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한달동안 ‘미국 우선주의’ 통상정책을 쉬지않고 쏟아낸 가운데 우리나라는 단기적으로 협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여한구(사진) 피터슨국제경제연구원(PIIE) 선임위원(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0일 경제기술안보연구원에 발표한 ‘트럼프 시대, 글로벌 통상질서 변화와 한국의 대응’ 리포트에서 이같이 밝혔다.

여 위원은 “트럼프 1기와 트럼프 2기는 상황이 다르다”면서 “한국은 국내 정치환경이 보다 안정화됐을 때 강한 권한을 가지고 협상에 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1기때 우리는 첫번째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 딜메이킹(dealmaking·거래성사)을 하면서 스마트하게 치고 빠질 수 있었다”며 “덕분에 불확실성을 조기에 제거하고 우리 기업들은 타국보다 안정된 통상환경을 누릴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타국보다 협상을 빨리 타결하면서 득도 있고 실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예를 들어 당시 미국측은 환율 관련 강행규정을 한미 FTA에 포함하려고 했으나, 우리 측은 강하게 버텼고 결국 협정문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와 달리 우리보다 늦게 협상했던 멕시코와 캐나다는 미국과의 다자협정(USMCA)에 환율조항을 반영했다.

반면 철강 232조의 경우 우리 측은 첫째번 협상주자로 나서면서 미국측이 제시한 하드 쿼터(쿼터를 초과하는 물량 수출 불가)를 수용했다.

우리보다 뒤에 협상한 국가들은 보다 완화된 신축적 쿼터(쿼터를 초과하는 물량도 관세를 내면 수출 가능)로 합의해 대조를 보였다. 전자는 빨리 타결해 득이 됐고, 후자는 실이 된 사례다.

여 위원은 “현재 우리의 정치상황에선 결코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이번에는 우선 타깃된 국가들이 어떻게 협상하는지 주시하며 민관이 협력해 협상준비를 철저히 할 때”라고 강조했다.

EU와 일본은 한국보다 약 4년이 지난 후 철강 232조 협상을 바이든 정부와 타결했다. 경쟁국보다 협상이 몇 개월 늦어질 경우 다소 손실이 있을 수 있지만 산업의 흥망성쇠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그는 “지난 1년여 원화 환율은 10% 내외로 평가절하됐다. 미국이 추가로 10% 관세를 부과할 때 상쇄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우리의 정치환경이 보다 안정됐을 때 대외 협상에 힘을 실어주면서 ‘딜 메이킹’을 시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또 여 본부장은 우리나라의 △중기대응으로 전략적 한미 윈윈 협력의 틀을 짜자는 것과 △장기대응은 미들파워 국가로서 다변화를 가속화하자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중국 공급과잉으로 인한 충격에 대비하고, 글로벌 사우스 등 80%에 해당하는 무역상대국과 다변화를 추진하자는 의미다.

아울러 미들파워 국가로서 다자무역 체제를 지속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리더로 역할을 하자고 입장이다. 글로벌 사우스는 북반구 저위도·남반구에 위치한 아시아·중남미·중동·아프리카의 신흥개발도상국을 의미한다.

한편 여 위원은 트럼프의 상호관세가 미국국민에게 설득력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반관세는 모든 국가·산업에 일률적으로 부과한다. 반면 상호관세는 미국기업과 상품을 불공정하게 대하는 국가·산업에 선별적으로 부과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등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적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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