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진보정당인가’ 정체성 논란…이재명 “원래 중도보수”
진성준 “진보적인 중도보수” … 이념 넘나드는 ‘실용주의’ 채택
비명계, ‘토론 없는 일방적 정체성 규정, 보수정책 전환’에 집중타
친명계, “극좌부터 보수까지, 정체성 바꾼 게 아니라 규정의 문제”
이재명-비명계 첨예한 대척점 … 연이은 회동서 해법 찾을지 주목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민주당은 진보정당인가’라는 의문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그동안 민주당에 대해 막연하게 ‘진보정당’으로 규정해 왔으나 당 안팎에서 이를 부정하는 시각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실제로 민주당 의원 구성을 보면 극좌에서 보수까지 스펙트럼이 크게 벌어져 있다는 평가 역시 적지 않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민주당의 현주소에 대해 ‘중도보수’라고 단정짓자 비이재명계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진보 혁신 정당’을 내세우며 반발했다. 정당 정체성에 대한 내부 논의절차가 생략된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당내에서는 이같은 정체성과 지향점을 놓고 논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19일 MBC 100분 토론에 나온 이 대표는 최근 이 대표의 ‘원래 민주당은 중도보수’라는 발언이 거론되자 미국 일론 머스크가 중도 좌파였던 자신이 우파로 전환된 이유를 설명했던 내용을 소개했다. 일론 머스크는 자신은 원래 중도 좌파였는데 미국의 좌파가 너무 왼쪽으로 움직여 자신은 가만히 있었지만 의도하지 않게 우파와 밀접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가 제시한 그림은 자신은 2008년엔 좌파쪽에 서 있었는데 좌파들의 빠른 좌편향 이동으로 2012년엔 중도, 2021년엔 우파로 위치가 바뀌었다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원래 중도보수였는데 국민의힘 등 보수진영이 과도하게 극우화되면서 민주당이 진보로 비춰졌다’는 설명이다. 진성준 정책위 의장은 “민주당의 정치적 이념 성향을 구태여 규정하면 중도·보수적 스탠스”라며 “우리 정치 지형이 너무 보수에 치우쳐 있기 때문에 그동안 민주당이 진보적이라고 평가가 된 것”고 보충 설명했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유튜브채널 ‘새날’에 출연해 “우리가 진보 정권이 아니다”라며 “사실 중도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갖고 있다”고 했다. 19일 국회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서는 “민주당은 원래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보수”라며 “우리는 원래 진보 정당이 아니다”고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대한민국에서 민주당의 입장, 위치는 중도 보수 쯤에 있다는 것이 평소 소신”이라며 “당 정체성을 바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보통은 (민주당을) 중도 진보라고 불렀는데, 유럽 기준이면 민주당이 소위 좌파나 진보라고 할 수 있겠나”라며 “우리는 진보 역할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의 ‘중도 보수’ 규정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다. 내부 토론 없는 정체성 규정과 보수로의 지향점이 비판 대목이다.
김부겸 전 총리는 이 대표를 향해 “비민주적이고 몰역사적”이라며 “유구한 역사를 가진 우리 민주당의 정체성을 혼자 규정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했다. 이어 “민주당이 진보적 영역을 담당해 왔다는 건 역사적 사실이다. 이걸 하루아침에 중도 보수 정당이다 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며 “(이 대표)본인이 어떤 실용적 정치 지도자가 되겠다는 것과 당의 정체성을 이렇게 하루아침에 규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했다.
김경수 전 지사는 “유럽의 보수정당이 취하는 정책이 우리나라에서는 대단히 진보적인 정책이 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도 “진보, 보수의 구분은 시기와 장소에 따라 상대적인 것”이라고 했다. 이어 “탄핵 이후 민주당이 만들어 나갈 대한민국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서는 당내외의 폭넓은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당의 정체성과 관련한 중요한 의사결정은 당내 민주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한 번의 선언으로 민주당의 정체성을 바꿀 수는 없다”고 했다.
또 “오른 쪽이 비어있는데 건전한 보수, 합리적 보수도 우리 몫이 돼야 한다”는 이 대표의 ‘보수층 대변’ 의지 역시 성장우선주의, 중도실용주의와 함께 비이재명계의 반발을 낳았다.
김 전 총리는 “성장을 외쳐왔던 역대 정권들이 성공적이지 못한 이유는 뭐냐”며 “이미 우리 사회는 (성장과) 복지나 분배라는 양축을 같이 쓰지 않으면 선순환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성장의 과실 자체가 골고루 나누어지지 못했다라는 불만도 있었고 그러다 보니까 사회 곳곳에서 여러 가지 마찰음이 난다”며 “그것을 선순환시키려면 이제는 성장과 분배를 같이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잠룡들이 수면위로 올라온 가운데 민주당의 정체성과 정책 방향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 대표가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당내 인사들과의 연속회동에서 접점을 찾아낼지 주목된다. 이 대표는 지난주에 김 전 지사를 만난 데 이어 21일엔 박용진 전 의원, 24일에는 김 전 총리, 27일에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28일엔 김동연 경기지사와 회동할 예정이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