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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새로운 권력게임의 법칙과 효율성

2025-02-21 13:00:11 게재

인공지능(AI)이 촉발한 데이터 해체력 앞에서 권력과 자본의 불투명성은 더 이상 방어불가능한 전략이 됐다. 일론 머스크의 정부효율부(DOGE)가 트럼프행정부 출범 4주 만에 유엔개발기구 국방부 교육부 등 24개 연방기관의 예산 흐름을 파악한 사례는 단순한 기술 우위가 아닌 새로운 거버넌스 패러다임의 도래를 알린다. AI 알고리즘이 초당적 감시망으로 작동하는 시대, ‘투명성 부재’ 자체가 치명적 리스크로 부상했다.

DOGE팀은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플랫폼 기반 AI로 교육부의 85개 계약서를 72시간 만에 분석하며 1억달러 삭감안을 도출했다. 개인정보가 포함된 재정데이터까지 AI 학습에 투입되면서 공공기관은 이제 ‘불편한 진실’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가 지적하듯 정부는 AI 활용 시 편향성 확대, 프라이버시 침해, 알고리즘 불투명성 등 3대 위험에 직면했다.

이 같은 기술적 감시는 기업 영역에서 더 가혹하게 적용된다. 금융권 대출심사 AI의 편향성 논란, 채용시스템의 무의식적 차별 등이 노출될 경우 기업가치는 순식간에 추락한다. 젠데스크 조사에 따르면 75% 기업이 “AI 투명성 결여가 고객 이탈로 직결된다”고 인정했다. 이 현실은 데이터 윤리가 경영 생존전략으로 부상했음을 증명한다.

머스크의 DOGE 개혁 - 절단과 재생 사이

2025년 2월 현재 미국은 교육부 중소기업청 등에서 3% 공무원 감원이 진행 중이며, 식품의약국(FDA)과 질병통제센터(CDC)에서는 의료인력 1300명이 해고됐다. 머스크는 ‘연간 2조달러 예산 삭감’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IMF 분석에 따르면 재정 개혁 성공률은 투명한 의사소통(40% 지지도 상승)과 피해계층 보상 프로그램(35% 동의 증가)에 좌우된다. 그런데 DOGE는 정부 계약해지(1억달러)와 AI 시스템 도입을 앞세우며 시민 참여와 사회적 타협을 외면하고 있다.

1990년대 클린턴행정부의 ‘정부 재창조’ 계획이 관료들의 저항에 좌초한 교훈, 1930년대 루스벨트의 뉴딜정책이 공공사업 확대로 고용을 창출하며 성공한 사례는 개혁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개혁의 지속가능성은 ‘잘라내는 칼’보다 ‘새롭게 심는 삽’에서 나온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세계은행 연구에 따르면 효과적인 거버넌스 개혁을 위해선 다음 요소가 필수적이다. 첫째, 다층적 소통 체계다. 미국 진보주의 시대(1890~1920) 주민발안제 국민투표제 도입처럼 시민이 정책설계 단계부터 참여해야 한다. OECD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공론화 절차를 권고하며, 영국의 거버넌스 및 사회 개발 자원 센터(GSDRC)는 개혁 반대층의 목소리를 청취할 ‘공공포럼’ 구축을 제안한다.

둘째, 단계적 실행 로드맵이 필요하다. 우간다의 경제개혁 모델이 136개 이니셔티브를 55개 법안으로 분할해 성공한 사례처럼, DOGE의 급진적 구조조정보다는 교육부 DEI 프로그램 개선→세무행정 디지털화→공무원 역량 재교육 같은 점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셋째, 독립적 감시기구가 필요하다. 브라질의 부패방지청처럼 의회·사법부·시민단체로 구성된 ‘개혁 감시연대’ 설립이 중요하다. 영국 데이터 윤리·혁신센터(CDEI, Centre for Data Ethics and Innovation)가 도입한 알고리즘 투명성 기록표준(ATRS)은 AI 시스템의 판단근거 공개를 의무화하며 모범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AI 시대, 민주주의 효율성은 가능한가

DOGE의 현재 행보는 1930년대 기술관료주의적 효율성 추구와 유사하다. 행정시스템을 민간기업식으로 재편하며 ‘특별 정부직원’ 신분으로 기관 정보를 장악하는 방식은 단기 성과는 낼 수 있으나, 노조·시민사회와의 마찰을 증폭시키고 있다. 실제 2025년 2월 현재 공무원노조를 중심으로 7건의 소송이 제기된 상태이다.

반면 캘리포니아주가 1911년 도입한 ‘주민발안제’는 시민이 직접 법안을 발의해 112년간 136개 조례를 성사시켰다. 이는 ‘효율성의 민주화’가 가능함을 입증한다. DOGE가 진정한 성공을 원한다면 AI 알고리즘보다 시민 합의에 투자해야 한다. 예산 삭감액을 블록체인으로 공개하는 기술적 투명성과 함께, 감축 예정 부처 직원들에게 재취업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AI 투명성은 단순한 정보공개를 넘어 의사결정 프로세스의 전면 개방을 요구한다. 영국이 2024년 도입한 알고리즘 투명성 기록표준(ATRS)은 공공AI의 판단근거를 시민이 검증할 수 있게 했으며, 유럽연합(EU)의 AI법은 고위험 시스템에 대해 지속적 모니터링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DOGE팀의 경우 머스크 개인의 이익과 충돌 가능성이 제기되는 교육부 계약 검토 과정에서 AI 분석 로직을 공개하지 않아 논란을 빚었다.

이러한 모순은 투명성 구현이 기술 접근성 문제가 아니라 권력구조 개혁과 직결됨을 보여준다. 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가 제안한 ‘윤리적 설계 원칙’이나 OECD의 ‘다각적 거버넌스’ 프레임워크는 정부·기업·시민사회가 공동 감시장치를 구축할 것을 촉구한다. 특히 AI 시스템의 편향성 감사는 독립적인 제3의 기관이 수행해야 하며, 알고리즘 오류로 인한 피해구제 절차가 법제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 개혁의 성패는 단순 예산삭감이 아닌 국민의 체감효용 증대에 달려 있다. 일론 머스크 주도의 DOGE가 추진 중인 대규모 공무원 감축과 워싱턴 기관 이전 계획은 단기적 행정 효율화를 꾀하지만 장기적 성공을 위해서는 시스템 혁신보다 시민 신뢰회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역사가 증명하듯 진정한 개혁은 기술적 효율성과 민주적 정당성을 동시에 확보할 때 가능하다.

시스템 혁신보다 신뢰회복이 관건

한국 사회도 AI 투명성 확보를 위해 세 가지 혁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첫째, 공공데이터 개방을 넘어 ‘알고리즘 청문회 제도’ 도입이다. 행정안전부 주관으로 주요 공공AI의 의사결정 매커니즘을 분기별 점검하고, 그 결과를 증강현실(AR) 기술로 시각화해 공개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둘째, 기업의 AI 윤리경영 평가제 실시다. 금융감독원의 ESG 평가체계에 AI 투명성 지표를 추가함으로써 주주들이 윤리적 기술개발을 압박하는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근본적인 해법은 시민의 디지털 주권 의식 고취다. AI 오류는 인간보다 적지만 설명 불가능한 실수는 용납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 ‘AI 해설사’ 제도(시민 신청 시 공공AI 결정과정을 자연어로 설명 제공)와 같은 제도를 시범도입할 수 있다.

AI가 폭로하는 불편한 진실들과 마주할 때 우리 사회는 진정한 성숙을 시작할 수 있다. 투명성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디지털 문명의 필수 생존조건이다. 기술이 강제하는 개방성을 윤리적 진보의 발판으로 삼느냐, 아니면 새로운 감시 독점의 도구로 전락시키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결국 AI 시대의 진정한 승자는 가장 투명하게 공존하는 법을 터득한 개인과 조직이 될 것이다.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디지털 행정 전환은 DOGE 사례에서 중요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행정안전부의 공공AI 도입 계획에 ‘알고리즘 시민감시단’을 편성하고, 공무원 감축 시 행정효율성 지표 대신 ‘공공서비스 질 평가’를 반영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AI 오류 설명 의무화’가 도입되어 기술 개혁에 시민 언어로 소통할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

진정한 개혁은 속도계가 아닌 나침반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DOGE의 미래가 ‘잘린 예산 규모’가 아닌 ‘재편성된 예산의 사회적 효용’으로 평가되길 바란다. 우리의 개혁담론이 효율성과 공정성의 교차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기를 기대한다. 역사가 증명하듯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한 개혁은 설령 숫자로 성공하더라도 유령처럼 사라질 운명일 뿐이다.

안유화 중국증권행정연구원 원장 미국 어바인대(UI)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