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한마디에 들썩들썩 …‘1위’ 후보의 무게?
‘중도보수’ 놓고 갑론을박 … “텅 빈 오른쪽 선점 효과”
‘부자감세’ 비판하더니 잇단 감세정책 “기본소득 뭘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당’ 발언을 놓고 정치권이 소란스럽다. 민주당 안에선 ‘정체성 혼란’ ‘중도보수 대연정’ 등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대선만 생각하는 포퓰리즘·위장전입’이라며 비난했다. 차기 대선 지지율 1위라는 유력주자의 메시지가 끌어낸 반응이다. 여야의 비판과 엄호는 탄핵 정국 이후 주도권을 끌고 가려는 여야의 정치적 이해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자연스러운 변화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어떻게 지킬 것인가’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론조사 1위 주자의 메시지인 만큼 여론은 ‘약속’으로 받아들일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12.3 내란사태 이후 이 대표는 내란종식과 더불어 ‘성장을 통한 민생회복’을 강조하며 실용주의 노선을 강조해 왔다. 지난 19일 MBC 100분토론에서는 “현재는 안정과 성장이 더 중요하다”면서 “민주당 입장은 중도보수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대표 발언 이후 민주당뿐 아니라 국민의힘에서도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비명계는 정체성 훼손이라며 비판 목소리를 냈지만 다수는 옹호 입장을 내놨다. 김대중정부 청와대에서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의원은 KBS 라디오에 출연해 “김 전 대통령은 엄격하게 보면 중도보수”라며 “김 전 대통령도 우클릭해서 집권을 했다”고 말했다. 강유정 원내대변인도 “문재인 전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한 신문 인터뷰에서 ‘새누리당과 비교해 진보이긴 하지만 민주당은 정체성으로 보면 보수정당이다’라는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친명계 중진인 정성호 의원은 ‘중도 보수연대’를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까지 내놨다. 정 의원은 20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중도보수 노선에 대해 “합리적인 보수 또는 중도보수, 이런 분들까지 저희들과 같이해야만 국민을 통합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민주당 다수가 옹호 입장을 내놓은 반면 국민의힘은 ‘위장 변신’이라며 비판 목소리를 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일 “이 대표는 과거 미군을 ‘점령군’이라 부르고 ‘재벌체제 해체’를 운운하고, 당 주류는 과거 운동권 시절 반체제운동을 해 왔는데, 이제 와서 오른쪽을 운운하고 있다”면서 “영혼 없는 C급 짝퉁”이라고 지적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페이스북에 “중도보수 이재명의 민주당 환영한다”고 비꼬았다.
이 대표의 이같은 입장을 놓고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이 대표가 꺼낸 중도 확장 카드의 상징적 표현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엄밀한 의미에서 민주당은 보수정당의 틀에서 진보적 가치를 공유하는 진보진영의 일원”이라며 “보수진영인 국민의힘이 스스로 극우로 몰려가면서 텅 비어있는 오른쪽을 차지하기 위해 (이 대표가) 움직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 교수는 “대선을 앞둔 정치인이 자기 영역을 확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라며 “박근혜도 진보 아젠다인 경제민주화를 선점하면서 대선에서 승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론조사 1위 후보자는 확실한 의제 선점을 위해 유연하게 대처하는데 여당은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올해 들어 실시된 차기주자 적합도 등에서 30%대를 유지하며 2위 주자와 큰 차이를 보이며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4대기관의 전국지표조사(17~19일. 1000명. 가상번호 전화면접. 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p. 응답률 19.8%.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의 차기 대통령 적합도에서 31%로 김문수(10%) 오세훈(8%) 홍준표·한동훈(5%) 등에 앞섰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75%로 압도적이다. 민주당 대표직 수행과 관련해선 긍정 45% 부정 50%였는데 1월 4주 조사 대비 긍정평가 비율이 10%p 상승했다. 실용노선을 강조한 시점과 맞물려 있다.
이 대표의 변신을 긍정평가하면서도 보다 신중한 메시지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표 스스로도 신중한 태도를 강조하고 있다. 이 대표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이 대표는 2017년 대선 경선 과정을 언급하며 “오버하는 바람에 그 후과를 지금도 치르고 있다”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하기도 했다. 그는 “갑자기 지지율이 떠서 18%로 문재인 후보와 2%(p차)로 근접하니 ‘내가 한 번 제껴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렇게 마음을 먹고 인터뷰를 했더니 지지율이 폭락하기 시작했고, 그때 ‘제가 좀 덜 세게 해서 그런가보다’ 해서 더 세게 했더니 (지지율이) 더 떨어졌다. 그게 지금까지 10년 가까이 지났는데 후과로 남아서 여러 문제를 계속 일으키고 있다”고 했다. 개헌 등 민감한 주제와 관련해서 ‘지난 대선에서 약속한 바 있다’면서도 공개적 언급을 꺼리는 것도 이의 연장으로 보인다.
‘1위 후보 발언’은 대선공약으로 비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최창렬 교수는 “이 대표의 언급 하나하나는 대선 공약이나 민주당의 약속으로 받아들이는 상황”이라며 “반도체법이나 추경 등이 필요하다, 민주당이 추진하겠다고 언급하면 여론은 그 결과나 성과를 기대하며 지켜보게 된다”고 말했다. 실천을 염두에 둔 메시지여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이 대표가 잇따라 내놓고 있는 감세정책과 관련해선 당내에서도 우려가 제기된다. 보수정부의 ‘부자감세’를 비판하던 민주당이 보수진영의 감세 제안에 동참하더니 급기야는 근로소득세까지 손대겠다고 나섰다. 그러면서 세수확대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이 대표의 감세정책과 관련해 조국혁신당·정의당 등 진보진영은 ‘망국적 감세 정치’라며 맹공에 나섰다. 당 안에서도 세수 감세에 대한 대책 부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가 강조해 온 ‘기본 사회’를 위해서는 탄탄한 재정이 필요한데 재원 확보 방안 없이 감세 정책만 강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것이다.
신승근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한국공학대 교수)은 “세금을 깎게 되면 이를 어딘가에서 보충해야 한다”며 “세금을 깎자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부족한 부분을 어디에서 얼마나 메울지도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담을 후세대에 미루게 된다”고 했다.
이명환 박준규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