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글로벌화 후퇴에 대응하는 일본

2025-02-24 13:00:06 게재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공세에 일본은 충격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는 한편 글로벌화 후퇴 현상과 보호주의 대응에 고민하는 모습이다. 미국의 관세공세는 트럼프의 선거공약보다는 다소 완화되고 협상의 여지도 있는 등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일본 연구기관들도 트럼프 관세폭탄으로 인해 세계 및 일본경제가 추락할 가능성을 현재로서는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해 일본기업은 올해 투자 계획을 아직 크게 하향 수정하고 있지는 않다. 일본은행도 지난 1월 금리인상에 이어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전망이 지배적이다. 또한 일본기업은 대미 수출 거점으로서 멕시코 공장의 조기 이전 등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으며 상황 급변 시 신속하게 대응하려는 자세다. 상호관세 등을 피하기 위한 일본정부와 미국정부 간 협상 추이를 지켜보면서 미국 제조업에 대한 투자도 모색하려는 모습이다. 다만 미국정부가 전정권의 방침을 쉽게 철회하는 등 변동성이 커 4년 임기의 트럼프정권의 정책만 믿고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가 어려운 측면도 있다.

관세충격 최소화 주력하며 글로벌화 후퇴와 보호주의 대응에 고민

트럼프의 관세공세와 같은 반글로벌화 조치는 대외개방과 자유화를 통해 국내 분업의 규모를 국제분업으로 확대해 경제적 자원을 보다 생산성이 높은 분야로 이전해 국민소득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의 후퇴를 의미한다. 반글로벌화에는 분명히 부작용이 따를 것으로 보이나 미국 정치권에서는 자유무역을 언급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일본기업으로서는 글로벌 경영에서 자사의 우위성, 해당 지역의 강점, 기업 조직내 무역 및 기술 거래의 우위성 등을 고려해서 수출을 할 것인지, 현지생산을 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지만 관세인상은 그 고려 사항 중 하나에 불과하다. 부품과 소재 조달 기반이 약한 미국에서의 제조업 투자는 어려움도 있다.

물론 미국에도 지역적 강점은 있다. 천연가스를 안정적으로 수입할 수 있는 여건이 있고 트럼프정부도 가스개발에 적극적이기 때문에 일본정부도 미국산 가스를 수입해 상호관세 철회 협상에 나서려는 전략이다. 다만 천연가스도 탄소 배출 에너지이기 때문에 가스를 활용한 수소·암모니아 등의 그린 에너지를 미국과 협력해 생산하는 기반을 구축해 이를 철강 등 전통산업의 재생 전략과 연계할 방안도 모색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제품의 차별성과 경쟁력 강화에도 주력할 전망이다. 지난 1기 트럼프 정권에서도 일본은 대미수출 철강재의 대부분(70% 정도)이 25% 관세를 면제받을 수 있었다. 이는 일본기업만이 만들 수 있는 제품 경쟁력의 강점도 작용한 결과다.

또한 후퇴하는 글로벌화 움직임 속에서 일본으로서는 자유무역 질서의 유지에 한층 주력하면서 인도 등 글로벌사우스 국가 등과의 경제관계 강화, 무역확대에도 주력하려는 모습이다. 미국의 상호관세 압력와 협상, 각국의 관세율의 인하, 비관세 장벽의 완화, 투자 및 현지 비즈니스 관행 개선 등을 통한 공정무역, 공정비즈니스 질서가 확대되도록 일본도 통상외교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경제단체인 경단련은 지난 2월 16~21일까지 중국을 방문해 비즈니스 환경의 개선 등을 요청했다.

한국도 중장기적 차원에서 반글로벌화 현상 대응전략 필요

우리의 경우도 트럼프 고관세 정책에 대한 대응과 함께 중장기적 차원에서의 반글로벌화 현상에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작은 차이라도 고객을 위해 가치 있는 차별점을 많이 개발하면서 독보적인 제품력을 확보해 가격인상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한편 반글로벌화의 복잡한 영향을 고려한 글로벌 경영 역량 강화, 일본 등과 협력하면서 아시아 역내 시장 활성화, 글로벌사우스와의 교역 확대, 공정무역 질서를 위한 리더십 발휘 등에 주력할 필요도 있다.

이지평 한국외국어대 특임강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