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 불필요한 항생제 처방 ‘2292만건’
항생제는 감기치료제로 효과없어 … “의료기관 적정사용관리 강화 필요”
감기환자에게 불필요한 항생제를 처방한 경우가 2023년 기준 2292만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생제는 감기치료제가 아님에도 많이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항생제내성 예방을 위한 적정사용관리가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급성상기도감염’(감기)환자가 항생제를 처방받은 건수가 2292만9000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976만8000여명에 대한 건강보험심사 청구 건수다. 감기환자 한명이 2.3건의 항생제를 처방받은 셈이다.
코로나19 대유행시기 의료기관을 찾는 경우가 줄어들었던 2021년 427만6000명이 1268만건, 2022년 620만9000명이 8830만건이 처방받았다. 3개년도를 보면 감기환자 1명당 2건 이상 항생제를 처방받은 꼴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항생제 오남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항생제 내성을 보건의료위기로서 ‘조용한 팬데믹’으로 규정한다.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슈퍼박테리아로 2050년 연간 1000만명 정도가 사망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항생제 내성이 만연하게 되면 단순한 상처만으로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게 된다.
관련해서 우리나라 질병관리청 등 정부는 항생제내성예방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감기와 관련해서 질병청은 ‘항생제는 콧물약이 아닙니다’ ‘감기는 바이러스에 의한 생기는 질환이므로 세균을 잡는 항생제는 효과가 없습니다’라는 등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신나리 질병관리청 항생제내성과장은 “우리가 항생제 내성문제 해결을 위해 지금 노력하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항생제가 듣지 않아, 간단한 시술이나 감염치료도 어렵게 될 수 있다”며 “항생제는 감기를 빨리 낫게 하는 약이 아니다. 항생제 내성이 생기는 것을 막으려면 항생제 오남용을 막고 필요할 때만 제대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항생제 내성 예방을 위해 항생제 적정사용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의사는 항생제 사용은 최소화하고 필요한 경우에만 적정 용량과 치료기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와 가족은 의사에게 콧물감기 등 불필요한 항생제 처방을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
나아가 항생제 사용에 대한 의료기관에 대한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심평원이 조사한 2023년 ‘수술의 예방적 항생제 사용 적정성 평가’ 결과, 상급종합병원은 97.8%가 1등급을 유지했지만 종합병원과 병원은 각각 26.1%, 6.5%만 1등급을 유지했다. 4~5등급으로 평가받은 경우는 상급종합병원은 없고 종합병원 25.4%, 병원급 47.2%로 나타났다. 병원급의료기관의 인식 개선작업이 필요해지는 대목이다.
임종한 인하대병원 교수는 “의료기관 내 항생제 적정 사용에 대한 관리대책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주민이 자기가 거주하는 동네 의료기관의 항생제 사용평가 결과를 찾아 볼 수 있다. 심평원에서 운영하는 ‘우리지역 좋은 병원 찾기’에서 ‘항생제 적게 쓰는 병원 찾기’를 하면 알 수 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