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포용’ 시험대…이낙연 끌어안나, 강성지지층 밀어내나

2025-02-24 13:00:31 게재

비명계 ‘일극체제 해체’ 요구 … 원탁회의 소수정당 “들러리인가”

비명계 연쇄회동서 경선룰 변경, 개헌 등 “행동 보여 달라” 요구

이 대표, 강성지지층에 ‘경고’ … 친명계 “과감하게 내려놔야”

조기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진보에서 온건보수’까지 포용대상으로 선정한 가운데 이 대표가 실제 어느 수준까지 말이 아닌 행동으로 ‘통합’ ‘포용’을 보여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비이재명계에서는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과 결별하고 과거 총선 공천에서 불거졌던 ‘비명횡사’ 사과 등 이재명 대표 중심의 ‘일극체제’ 해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 대표와 대선후보 경선까지 갔다가 탈당한 이낙연 전 대표와의 관계 회복 여부도 관건이다. 지난 총선의 ‘위성정당’들로 꾸려진 ‘원탁회의’에서 소수정당은 ‘들러리’ 수준이었다는 불만도 있어 ‘당 밖’의 진보와 온건보수도 끌어안을 수 있을 것이냐는 숙제도 남아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찬회동 중 박용진 전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박용진 전 민주당 의원은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를 만난 이야기를 꺼내며 이 대표가 자신에게 수차례 ‘미안하다’고 표현했고 이는 진정성과 상관없이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했다. 박 전 의원은 “저한테 세 번, 네 번 미안하다고 하시니까”라며 “이재명 대표가 전화하던 날도 미안하다 얘기를 하고”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가 절박했고 또 필요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20~30대가 몇 가지 이벤트 한다고 해서 지지가 다시 돌아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이재명 대표가 조기 대선이 만일에 열리면 민주당이 켜켜이 쌓여 있는 내로남불을 청산해내고 세대교체와 586 정치의 청산의 길로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에 앞서 박 전 의원은 이 대표에 대해 “본인을 지지하는 조직은 최대한 넓혀놨지만 그로 인해서 생기는 부담, 그 부분을 이제 어떻게 넘어설 거냐가 조기 대선 때 국민들이 유심히 바라볼 포인트 중 하나”라며 “(이 대표가) 일관성이 없지? 정체성은 뭐지?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 또 이재명 대표가 비명횡사 과정 그리고 당내에서 일극체제 이렇게 표현되고 있는 건 이재명 대표가 안고 있는 부담”이라고 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지난 13일 이 대표의 비명계 인사와의 첫 회동에서 ‘더 넓고 강력한 연대’ ‘팬덤정치 극복하고 토론과 숙의가 가능한 오프라인 시스템 마련’ ‘정체성과 노선에 대한 토론과 숙의 절차’를 제안했다.

이날 김부겸 전 총리와의 회동에서도 ‘포용성 확대’와 개헌제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총리는 “당 운영에 있어서 포용성이 부족했지 않냐, 너무 이 대표 주변에 있는 분들만 가지고 당을 운영해 왔지 않냐, 이 대표 하고 생각이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것 자체가 억눌리는 그런 분위기 이런 것도 좀 바꿔 달라라고 말씀드릴 것”이라며 “계엄 내란으로 이어지는 이 정국의 이런 헌정의 마비 상태를 정상화시키려면 개헌을 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겠다”고 했다.

◆이낙연 전 대표 끌어안을까 = 2022년 대선경선 과정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진 이 전 대표에 대해 이 대표가 어떤 행보를 할지도 주목된다. 이 전 대표는 대선 출마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 주변에서는 이 전 대표를 2022년 민주당 대선 경선과정에서 드러난 ‘배제의 정치’의 피해자로 보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윤석열 이재명 정치의 동반 청산’을 내세우며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부각시키고 있다. 이 전 대표는 “그 많은 재판을 정지시켜 사법리스크를 유예하기로 작정한 정치는 법을 지키며 사는 수많은 국민, 작은 실수로 처벌받고 불이익을 겪는 국민을 바보로 만들고 법치주의를 마비시킨다”며 “민주당이 좋은 후보를 내면 당연히 협력의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전 대표를 포용대상에서 제외하려는 움직임도 있지만 이 전 대표마저 품지 못한다면 포용의 테두리가 과도하게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야 5당이 모인 ‘원탁회의’ 역시 확장성을 의심받고 있다. 이 대표는 개혁신당을 포함한 온건보수와 시민단체들까지 모여들기를 바랐지만 내부에서조차 ‘이 대표 대통령 만들기 들러리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모 소수정당 핵심관계자는 “실무회담을 하다보면 구체적으로 민주당의 경우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해 고민하거나 노력하는 모습 없이 일단 내란종식, 탄핵심판에 집중하자는 입장”이라며 “요즘 민주당이 내놓은 정책이나 방향을 보면 진보진영은 가두리양식장처럼 이미 잡아놓은 것처럼 생각하고 산토끼만 찾으러 다닌다는 느낌”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결단에 쏠린 눈길 = 민주당이 넓게 펼쳐놓은 ‘포용의 넓이’만큼 행동으로 어느 수위까지 보여줄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이 대표가 우선 강성지지층에 경고를 보냈다. 페이스북을 통해 ‘지지자 여러분 비난을 멈춰 달라’는 제목으로 “상대에게 모멸감을 주는 방식으로 공격하고 의사 표현을 억압하는 방식으로 비난하면 생산적인 논쟁이 어려워진다”며 “결국 다함께 할 식구끼리 서로 비방하면 누가 좋아하겠느냐”고 했다. 이 대표가 보여준 첫 번째 통합행보다.

비이재명계가 요구하는 개헌, 대선 경선룰 변경, 강성 지지층과의 결별, 정체성 등 토론문화 활성화, 과거 일극체제에 대한 사과 등이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조국혁신당 등이 언급한 ‘새로운 대한민국’에 넣을 개혁방향 등도 주요 리트머스 시험대다. 진보부터 온건보수까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정책과제를 모두 담아낼 수 있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친명계 모 중진의원은 “이번 대선은 양 극단의 싸움으로 극우 세력을 제외한 모든 세력을 하나로 모아내야 이길 수 있다”며 “이 대표가 내려놓을 것은 과감하게 내려놓는 행보를 해야 한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박준규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