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양육비 이행은 아동 생존과 직결된 공적 사안

2025-02-25 13:00:11 게재

이혼은 법률적으로 가족관계의 조정을 수반하고 이혼 당사자와 그 미성년 자녀는 사회·경제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게 된다.

미성년 자녀의 양육을 맡게 되는 한부모는 자녀 양육을 직접 담당하는 외에 대부분의 경우 경제활동도 하게 된다. 양육비는 아동의 의식주·성장·학업·인지·정서적 발달 등 아동의 복리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리나라의 한부모 가구는 약 149만가구다. 2021년 한부모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비양육 부모로부터 양육비를 받지 못한 비율은 무려 72.1%에 달한다. 비양육 부모의 양육비 지급은 더 이상 한부모 가정의 문제만이 아닌 미성년 자녀의 생존권과 직결된 공적 사안으로 바라봐야 한다.

양육비 선지급제 7월 시행 예정

양육비를 받지 못한 한부모에게 국가가 먼저 양육비를 지급한 뒤 나중에 미지급 당사자에게서 회수하는 양육비이행법상 선지급제가 올해 7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국가가 양육비를 선지급한 경우 채무자의 동의 없이도 금융정보를 포함한 소득·재산을 조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하고 있다. 중위소득 150%(2인 가구 소득 552만3914원) 이하의 한부모는 자녀가 18세가 될 때까지 자녀 1인당 월 20만원을 지급받을 수 있다.

양육비를 사적 채무로 보았던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국가가 직접 양육비 채무에 개입함으로써 사회적 문제로 전환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양육비 선지급제의 안착을 위해서는 예산확보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선지급된 양육비의 회수율을 증대시키는 방안이 필수적이므로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확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아가 지불의사는 있지만 실직 등으로 지급 능력이 없는 양육비 채무자에 대해서는 직업훈련 고용연계 등을 통해 부모로서 최소한의 부양의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양육비이행법은 2021년 7월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공개 운전면허정지 출국금지 형사처벌을 도입했고, 2024년 9월 이행명령에 따른 양육비 채무가 3000만원 이상이거나 3기 이상 불이행 시 양육비이행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제재조치가 가능하도록 간소화됐다.

제재 실효성 확보와 사회적 공감대 필요

다만 제재의 최종 단계인 형사처벌은 여전히 법원의 감치명령을 전제요건으로 하고 있어 감치명령까지 거쳐 기소되더라도 실제 법원에서 징역형의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드물다.

이에 양육비 미지급은 사실상 아동학대에 준하는 범죄행위이므로 재산범죄처럼 미지급 기간 및 금액에 상응하는 양형기준을 마련해 형벌의 위하력(형벌 위협을 통해 범죄를 예방하는 힘)을 제고하자는 의견도 많다.

실제로 부양의무가 있는 보호자가 정당한 사유없이 아동 양육의 책임을 불이행하는 경우 아동학대로 규정하는 아동복지법 개정안도 국회에 계류되어 있다.

양육비 이행 확보를 위한 법적·제도적 개선 논의에 앞서 중요한 것은 비양육자의 양육비 지급은 더 이상 사적 영역의 채무가 아닌 최우선으로 변제해야 하는 채무로 인식하는 것이다. 적시·정기 지급될 경우에만 양육비 본래의 의미와 가치가 실현될 수 있고, 아동의 생존권에 직결된 사안이라는 점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가 소멸 위기에 직면한 저출산 시대에 이 땅에 태어난 아이들을 건강하게 잘 길러내는 것도 국가의 책무임은 분명하다.

서혜원 서울가정법원 조정전담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