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독주’ 민주당…상법·연금개혁·특검법 단독 처리하나

2025-02-25 13:00:08 게재

조기 대선 앞 ‘다수당에 대권까지’ 유권자 불안감 커질 수도

‘이사 충실 의무’ 상법에 기업 반발 … ‘오락가락’ 논란 가중

“이재명 비호감 높일 수도 … 안정적 국정운영 능력 보여줘야”

더불어민주당이 다시 ‘독주’ 앞에 섰다. 상법, 명태균 특검법, 마약 상설특검요구안을 야당 단독 통과시킨 데다 연금개혁 모수개혁도 합의되지 않으면 야당 일방통행도 불사할 수 있다는 으름장을 내놓은 상태다. 하지만 민주당내 온건파에서는 조기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주도의 ‘독주’가 유권자 확보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대표에 대한 높은 비호감도의 저변에 깔려있는 ‘독주’ 이미지와 ‘절대다수의석을 가진 민주당에게 대권까지 준다면’에 대한 불안감을 오히려 강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타협과 양보 등 안정적인 국정운영능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민주당 원내대책회의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민주당 주도로 통과시킨 상법 개정안, ‘명태균과 관련한 불법 선거개입 및 국정농단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명태균 특검법),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진상규명’ 상설특검 요구안은 26일 전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27일엔 본회의에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장경태 의원 등 10명이 발의한 김건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수사요구안)은 일단 이번 달 처리 대상에서는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상법개정안, 명태균 특별법, 마약수사외압 상설특검 요구안을 모두 27일에 통과시킬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정무적 판단을 해야 한다”며 “아직 처리 일정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했다.

상법 개정안은 금융투자소득세 과세를 철회하면서 제안한 것으로 민주당은 밀어붙일 명분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상법개정안 통과를 강행할 경우 이재명 대표가 우클릭이라는 비판을 받아가며 펼쳐놓은 ‘친기업’ ‘중도보수’ 시도를 크게 약화시키면서 오락가락 이미지를 강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가 충실해야 하는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넓혔고 상장회사의 전자 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조항 등을 담고 있어 여당과 기업들이 반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전날 유튜브에 나와 이사의 충실의무 등을 상장회사가 아닌 가족회사까지 지켜야 하는 ‘상법’보다는 상장기업 중심의 ‘자본시장법’에 의해 다루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속도조절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민주당 단독으로라도 통과시키고 거부권으로 막힐 경우엔 공약에 넣으면서 민주당의 의지를 공개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명태균 특검법과 마약수사 외압 상설특검 요구안은 조기 대선을 앞두고 여당을 겨냥한 핵심 공격 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아 민주당내 강성지도부에서 밀어붙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명태균 특검법의 경우 국민의힘 잠룡들이 대거 수사대상에 올라갈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엔 ‘결정적 카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명태균 특검법은 제20대 대통령 선거와 경선 과정에서 활용된 불법·허위 여론조사에 명태균 씨와 윤석열 당시 후보 및 김건희 여사 등이 개입됐다는 의혹을 주요 수사대상으로 올려놨다.

마약수사외압 상설특검 요구안은 김건희 여사의 개입의혹에 대한 수사로 현 정부의 실정을 부각시키면서 내란죄 상설특검요구안을 실행하지 않고 있는 최상목 권한대행을 압박하는 수단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내 지도부에서는 거부권 행사가 돼 폐기되더라도 대국민 여론용이나 조기 대선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최소한 명태균 특검법은 단독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간 합의점에 거의 도달한 국민연금개혁에 대해서도 민주당이 강행처리 가능성을 열어뒀다. 여야는 현재 9%인 보험료율(내는 보험료)을 13%까지 올리는 데는 합의했다. 소득대체율(받은 연금)의 경우 민주당은 현재의 40%를 44%로, 정부와 여당은 42~43%로 올릴 것을 제안했다. 여당은 정부가 제안한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자동조정장치를 소득대체율에 가미하는 방안’까지 내걸었다. 민주당은 ‘국회 승인 조건부 자동조정장치’를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고 여당 역시 ‘소득 대체율 44%’와 관련해 “유연하게 협의할 수 있다”(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고 했다.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합의 도출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합의에 실패할 경우 2월 국회가 끝나는 다음달 4일까지 단독 처리하는 방안도 선택지 중 하나로 올라와 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합의가 안 되면 단독 처리도 검토한다”고 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최종변론이 예고돼 있는 만큼 다음 달 중순에는 조기 대선이 시작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민주당의 ‘단독 입법’ 등 독주가 실제로 독이 든 성배인 ‘독주’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친명계 한 다선 의원은 “지금부터는 모든 판단의 기준을 표가 되느냐, 안되느냐로 봐야 한다”며 “이재명 대표의 약점인 독주 이미지와 비호감이 연결돼 있는 만큼 더 이상 독주라는 이미지를 강화할 필요가 있느냐”고 했다. 그는 “절대다수 의석을 갖고 있는 민주당이 독주 이미지를 강화하면 ‘민주당이 대통령까지 배출하면 모든 법안을 맘대로 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가중될 수 있다”며 “민주당이 충분히 설득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국정운영을 안정적으로 할 것이라는 확신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서울지역 모 다선 의원은 “연금개혁 등 유권자들에게 인기가 없는 것을 단독으로 처리하는 것은 조기 대선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최소한의 것만 처리하고 차기 정부에서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2단계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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