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조심스럽지만 과감한 시도, 경기도 주 4.5일제 시범사업
요즘 개헌이 화두다. 87년 헌법 체제가 구시대적이라는 점에 대체로 공감하는 여론인 듯하다. 그런데 1953년 제정돼 70년 넘게 고수하고 있는 근로기준법에 근거한 1주 단위 상한의 근로시간 규제와 단축 방안에 대해서는 별로 구시대적이라거나 고쳐야 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
누구든 근로시간 단축 필요성 자체를 반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방법론인데 법률로서 규제시간을 줄이는 것도 유연성을 부여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기업의 의지와 노사 간 합의, 생산성 향상을 통해 자율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결코 쉽지 않다.
근로시간 단축 기업 3년간 임금 일부 보전
그런데 이를 위해 경기도가 줄어드는 근로시간에 상응하는 임금을 일정 부분 보전해주며 근로시간 단축 의지를 가진 기업을 3년간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시행한다고 한다. 올해 도내 50개 기업을 대상으로 주 4.5일제 시범사업을 도입한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노사 합의를 통해 격주 주 4일제, 주 35시간제, 매주 금요일 반일 근무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말하자면 근로시간 단축의 가장 큰 걸림돌인 임금보존 문제를 경기도가 지원해줌으로써 기업이 먼저 나서서 근로시간 단축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그 과정과 결과에서 기업의 경쟁력·생산성 저하 방지책, 근로시간 운영 방안, 노사 간 만족도 제고 방안 등 다양한 시도와 결실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비록 적지 않은 예산이 들어갈 수는 있겠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탁상공론만 하는 것보다는 훨씬 건설적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주 44시간제 도입 시, 주 40시간제 도입 시, 주 최대 52시간 도입 시 당장에 기업과 나라가 전부 망할 것 같은 이야기가 난무했다. 하지만 이후 상황이 어떠한지는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기업, 특히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히 달가운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비현실적이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 다만 현재 회사 내에서 낭비되고 있는 근무시간은 없는지, 인구감소와 초고령 사회 진입이 명확한 현시점에 노동력에만 의존하며 장시간 근로로 기업의 경쟁력을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민해 봤으면 한다.
타 기업과 노사에 좋은 선례 남기길
또 시범사업이라서 소수(50개) 기업만 지원한다고 하니 그 파급효과가 적을 수밖에 없고 투입되는 예산 대비 3개년 사업의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원하는 돈은 도내 사업장에서 일하고 생활하는 근로자들에게 임금으로 지급되는 만큼 매몰비용으로 볼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고민만 하고 있을 때 작은 변화라도 시도해보겠다며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50개의 기업에 3년 간 인건비로 지원되는 예산이 과연 과도하고 무의미한 지출이라고 비난받을 일인지도 다시 생각해 봤으면 한다.
필자가 좋아하는 말 중에 “하려고 하면 방법이 백가지, 안 하려고 하면 핑계가 백가지"라는 말이 있다. 법률 개정에만 의존하는 근로시간 단축이 아니라 기업이 의지를 갖고 노사가 합심해 법정 근로시간보다 실근로시간을 줄이고자 노력하는 방법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
경기도의 시범사업이 핑계가 아닌 방법을 찾고자 하는 기업과 노사에게 좋은 기회가 되고 타 기업과 노사에게 좋은 선례를 남겨주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