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만 좇다 안전지침에'소홀'

2025-02-26 13:00:25 게재

고속도로 교량 149개에 특정공법 78% … 기술력 우수하지만 운영조작은 미숙

공사현장에 적용되는 건설신기술에 대한 안전 규칙을 점검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특히 고속도로교량에 적용된 특정공법(건설신기술 등)이 78%까지 늘어나면서 신기술에 맞는 조작 미숙 방지 등 안전규칙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25일 10명의 사상자를 낸 제29호선 세종~안성 고속도로 건설공사 제9공구 천용천교 교량 붕괴 원인중 하나로 꼽히는 ‘DR거더’ 공법이 안전문제에 취약한지 현장 점검이 이루어지고 있다. 26일 한국도로공사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이 도급을 맡아 시공 책임을 지고 교량제작은 장헌산업이 수행하고 있다. 교량에는 장헌산업의 ‘DR거더’가 적용됐다. DR거더는 2017년 건설신기술 제582호로 지정돼 2020년 신기술 보호기간이 만료됐다. 같은 기간 주요 공사에 적용돼 교량공법 최고 ‘히트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DR거더 공법을 이번 교량붕괴의 원인이라고 지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DR거더 공법에 사용되는 거더가 길어지면서 조작 실수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안전 규칙을 제대로 적용했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다.

◆안전 전문가, “시험운영 통해 확인해야” =DR거더 공법에서 콘크리트 거더 무게가 무겁거나 교각 높이가 높을 때는 ‘런칭 거더’를 이용한다. 거더의 길이가 점차 길어지며 무거워지고 있어 런칭 설비 이용이 늘어나는 추세다. 안성 고속도로 천용천교 교량은 최대 높이가 52m로 높고 거더 길이도 50m에 달해 이같은 런칭설비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런칭 설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공사현장에 설치된 CCTV 영상을 보면 거더 런칭설비가 완전히 분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울어지며 설치된 거더 상판이 모두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 토목설비 기술사는 “DR거더의 경우 강점이 많지만 제작과 시공이 복잡하다는 점에서 현장에서 설치 조작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초 건설 신기술을 도입할 때와 이후 현장에서 적용할 때의 변화된 상황에 맞는 안전 규칙을 세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교량 상부공 가설공법의 안전작업에 관한 기술지원 규정’을 보면 DR거더와 같은 PSM(분할된 교량을 사전 제작해 가설한 후 접합하는 교량 제작) 공법 적용 시 안전 작업 지침을 명확히 하고 있다. 규정에 따르면 런칭 거더와 교각 등과의 고정부는 정하중에 의한 안정성뿐만 아니라 동적 하중에 대해서도 충분한 안정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밖에 런칭 거더와 관련한 세세한 안전 규칙을 적용하고 있다. 전병곤 영남대 교수는 ‘교량 상부공 가설공법의 안전작업’과 관련해 “런칭 거더 설치 전과 후에 시험운영을 통해 각종 유압시스템 작동 확인과 순방향, 역방향 모두 추진을 해봐야 하고 처짐량을 확인해야 한다”며 “작업 전에는 필시 중량물 취급 작업계획서를 수립해 이를 준수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사비 절감 등 효과 좋지만 설비 다양화로 현장 운영은 미숙 = 이번 천용천교 붕괴사고가 건설신기술의 오류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DR거더 공법의 적용 사례에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건설신기술이 친환경과 공사비 절감 등의 효과가 높아 현장에서 무분별하게 선택되는 과정에서 안전 규칙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2023년 인천 검단신도시 주차장 붕괴사고에서도 당시 도입된 무량판 공법의 기술적 오류보다는 이를 시공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교량이나 터널 공사 등에 대한 안전 규정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천용천교 붕괴에 따라 도로공사에 적용되는 건설 신기술의 안전 진단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세종~청주 고속도로’ 등 5개 고속도로 설계 노선의 교량은 모두 149개다. 이 중 78.5%인 117개 교량(중복 포함)에 특정공법이 설계에 적용됐다. 나머지 21.5% 교량은 경간장 15m이하 라멘교 등으로 RC라멘 등 일반공법이 반영됐다.

고용노동부는 건설 신기술을 적용해 현장에서 설비를 조작할 때 이같은 규정을 명확히 적용했는지 따져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중앙산업재해수습본부 등을 구성해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해 엄정히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배·한남진·윤여운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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