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심판 최후진술에서 ‘복귀플랜’을 밝히자 대통령실도 업무 정상화 모드에 들어갔다. 탄핵기각과 대통령 복귀를 염두에 둔 정상화 플랜을 가동하는 셈이다. 일각에선 탄핵기각을 압박하는 ‘신종 여론전’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26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정진석 비서실장 주재로 진행되는 수석비서관회의를 다시 일요일 오후에 열기로 했다. 12.3비상계엄과 탄핵안 가결 등을 계기로 비서실장 주재 회의는 평일에 개최하는 것으로 바뀌었지만 다시 계엄 이전 일정으로 되돌리는 셈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존에 했던 대로 일정을 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전날 최후진술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이 공식 입장을 내놓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날 대통령실 대변인실 명의 입장문에서 “윤 대통령은 어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최후진술에서 임기 단축 개헌 추진, 국민통합 그리고 총리에게 국내 문제 권한 대폭 위임 등의 뜻을 밝혔다”면서 “대통령실은 대통령의 개헌 의지가 실현돼 우리 정치가 과거의 질곡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를 열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실 직원들은 각자 위치에서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직무정지된 이후 탄핵심판에 대한 언급을 극도로 삼가던 것과 비교하면 사뭇 다른 분위기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관련 내용에 대해선 “대리인단에게 문의하라”는 입장을 고수해왔지만 이번 최후진술에 대해서만큼은 별도 입장문을 내며 지원사격을 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이같은 변화된 분위기에 대해 대통령실 내에선 탄핵심판의 변론이 모두 끝나고 최종 선고만 남겨둠에 따라 대통령 복귀에 대비하는 것은 물론 내부기강을 다잡는 흐름으로 해석되고 있다.

다만 외부 시각은 그리 곱지만은 않다. 한 국민의힘 전직 당직자는 “대통령도 없는 대통령실이 정상화한다는 데 대해 국민들이 이해할지 모르겠다”며 “탄핵기각을 압박하는 신종여론전이라고 오해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의 전날 최후진술에 대해 높은 평가를 했지만 여당을 제외한 정치권에선 박한 평가가 나왔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내란 수괴 윤석열은 마지막까지 파렴치한 거짓말과 억지 주장으로 탄핵 심판정을 더럽혔다”며 “윤석열은 끝까지 내란을 뉘우치지도, 포기하지도 않았음이 확인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헌법재판소는 하루 속히 내란 수괴 윤석열을 파면해주기 바란다”며 “아직도 내란의 헛꿈을 버리지 못한 범죄자가 다시 권력을 잡게 된다면 대한민국 헌정질서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빠져들 것”이라고 말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70페이지가 넘는 장문의 최후진술 중 국민한테 죄송하다는 건 딱 한 번뿐이었다”며 “반성과 성찰을 하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는데 전혀 없었고 극우 세력에 대한 교과서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혹평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