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헌재 결정 무시’ 선관위 감사 결과 발표
지난 2022년 특혜채용 의혹이 불거진 이후 실시된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인력관리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가 나왔다. 27일 감사원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시도선관위가 실시한 총 167회 경력경쟁채용(경채)를 전수 점검해 총 662건의 규정 위반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번 선관위 감사에서 특혜채용이 주로 발생한 경채를 집중 점검했다고 설명했다.
감사 결과 서울선관위 등 7개 시도선관위에서 가족·친척채용 청탁, 면접점수 조작, 인사 관련 증거 서류 조작·은폐 등의 비위를 적발했으며 전 사무총장·차장, 인사담당 등 총 32명에 대해 중징계 요구, 인사자료통보 등의 조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선관위 직원 친인척의 위법·편법 채용 사례는 7개 시도선관위에서 확인됐는데, 주로 중앙선관위 고위직 등 전·현직 선관위 직원들이 채용담당자에게 자신의 자녀 등의 채용에 편의를 주도록 청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탁을 받은 채용담당자들은 시험위원을 내부위원으로만 구성해 형식적인 경채 전형을 실시하거나 응시결격 사실을 알고도 합격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충북선관위 A과장은 전 사무차장의 청탁을 받고 그의 자녀를 단독 응시자로 경채를 실시, 서류 및 면접을 내부위원만으로 구성해 모두 만점을 부여해 합격 처리했다.
또 면접시험 집계 시 사후 수정이 가능하도록 연필로 점수를 작성하거나 외부 면접위원에게 빈 평정표를 요구하고 서명만 미리 받아 점수를 조작한 경우도 있었다. 경남선관위 B과장은 채용담당자 2명에게 자신의 자녀가 경채에 응시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수시로 진행상황을 문의했고, 청탁을 받은 이들은 다른 후보자의 면접점수를 고쳐 이들을 떨어뜨리고 B과장의 자녀를 합격명단에 포함시켰다.
국가기관이 지방공무원을 신규 임용할 때는 소속기관의 전출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하거나 무시한 채 채용한 경우도 있었다. 서울선관위 C계장은 2021년 1회 경채 당시 전출동의를 받지 못한 합격자 5명 중 전 서울선관위 상임위원의 자녀 등 3명만 의원면직하게 해 임용하고, 나머지는 전출 동의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불합격시켰다.
특혜채용 논란이 불거지면서 수사가 시작되자 관련 자료파기 등을 시도한 사례도 확인됐다. 전남선관위 D과장은 사무총장이 자녀 특혜채용 의혹으로 수사의뢰되자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이 담긴 파일을 삭제 또는 수정하도록 부하직원에게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중앙선관위가 2022년도 양대 선거를 앞두고 시도선관위로 하여금 대규모 경채를 시행하도록 하면서 친인척 특혜채용을 우려하면서도 미온적으로 대처했고, 부족한 인력채용에 급급하여 국가공무원법령을 위반하도록 불법을 조장했다고 지적했다.
또 국가적으로 채용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강화되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소극적으로 대처하거나 행정편의적으로 운영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중앙선관위 위원장에 시도선관위 채용 업무 지도감독 등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통보, 주의를 요구하는 한편 채용 비위자들에 대해서는 14명은 징계 요구, 10명은 주의 요구, 8명은 인사자료로 활용하도록 했다. 이밖에 ‘선거관리위원회 공무원 인사운영기준’에 연령으로 응시자를 차별하는 내용을 삭제하고 상위법령에 맞게 개정할 것을 요청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