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정상화 모드’에 설왕설래
계엄 석달 만에 정책 브리핑 … 외신 내용 홍보도
탄핵기각 여론전? 움직이는 잠룡들 경고? 원맨쇼?
박지원 “그렇게 대통령을 보필해 나라가 이 꼴 돼”
대통령실이 계엄과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정지 이후 약 석 달 만에 공식 브리핑을 재개하는가 하면 외신기사 홍보 등에 나서면서 정치적 해석은 물론 부적절하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 최후진술에서 직무복귀 의지를 밝히자 그에 화답하는 모양새라는 점, 직무정지된 대통령이 아닌 대통령 권한대행을 보좌해야 할 대통령실이 나서서 독자 행보를 하는 점 등이 비판의 포인트다.

27일 대통령실 해외홍보비서관실은 언론공지를 통해 “9년 만의 한국 합계출산율 반등에 외신도 주목하고 있다”며 “특히 반등의 주요 원인으로 정부의 저출생 대응 정책을 꼽았다. 정부의 과감한 인센티브 정책, 지자체의 지원, 기업의 출산장려 등 전방위적 정책 공조가 주효했다는 분석”이라고 밝혔다.
전날에는 유혜미 대통령실 저출생대응수석비서관이 나서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9년 만에 반등했다는 통계청 발표와 관련해 브리핑을 열어 정책 홍보에 나섰다. 윤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후 석 달 만의 공식 브리핑인 데다 대통령 직무 정지 이후 대통령실의 정책기능이 사실상 후선으로 밀린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이었다.
브리핑에서 유 수석은 “수요에 기반한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한 것이 청년들의 저출생 정책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출산을 결심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윤석열정부 정책을 출산율 반등의 배경으로 짚었다.
유 수석은 또 “내년부터 향후 5년간 적용될 저출생 대책의 마스터플랜인 제5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만들 예정”이라고 향후 업무계획도 내놨다. 헌재의 탄핵심판 결과가 나오지 않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미래의 업무계획을 언급한 것이다.
같은 날 대통령 대변인실은 언론 공지를 내고 “대통령의 개헌 의지가 실현돼 우리 정치가 과거의 질곡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를 열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그동안 대변인실은 야당의 공세나 언론보도에 대응하는 정도로 최소한으로 활동해왔다.
이처럼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 복귀를 준비하는 듯한 ‘정상화’ 모드에 접어들자 정치권 안팎에선 각종 해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의 탄핵 기각을 바라는 희망회로를 돌린 것일 뿐이라는 해석부터 한동훈 전 대표 등 조기대선 행보를 걷고 있는 여권 잠룡들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라는 말도 나왔다.
여권 관계자는 “여러 해석이 있겠지만 대통령실 참모들의 탄핵 기각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야권에선 대통령실 행보의 부적절성을 지적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직무 정지된 대통령의 비서관이 나서서 브리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27일 “대통령실이 그렇게 윤석열 대통령을 보필했기 때문에 나라가 이 꼴이 된 것”이라고 거칠게 비판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