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일본의 지방재정 자립 정책
개인 소득에 부과되는 일본과 한국의 세액이 어떻게 다른지 환율을 1대 10으로 해서 원화 기준으로 비교해 보자. 연소득 6000만원의 한국 소득자는 세액공제가 없다면 소득세(국세) 477만원과 지방소득세(지방세) 48만원, 4대 보험료 564만원으로 합계 1089만원을 부담한다. 일본 소득자라면 소득세 200만 원과 주민세 300만원, 4대 보험료 875만원으로 합계 1375만원을 부담한다.
한국인은 국세인 소득세를 많이 부담하는 반면 일본인은 지방세인 주민세와 보험료를 많이 낸다. 다시 보면 일본에선 주민세가 소득세의 1.5배인데 한국에선 소득세의 10%에 불과하다. 일본은 2000년대에 지방재정을 강화하기 위해 소득세를 줄이고 주민세를 늘리는 세제개혁을 실시한 바 있다.
일본 지방재정 자립의 돌파구는'고향사랑기부제'
일본의 기초지자체 세입구조(2022년)를 보면 지자체가 자유롭게 사용처를 정할 수 있는 일반재원이 지방세 30.3%, 지방교부세 13.2%를 포함해 50%를 차지한다. 또한 특정 목적에 사용하는 재원은 국고지출금 20.3%, 지방채 6.1%, 광역지자체 지출금 6.8%, 기부금 1.5%, 전입금 2.9%, 기타 12.4%로 구성된다.
지방세 비율만 보면 ‘30% 자치’라고 회자되는 낮은 지방재정 자립도 문제에 돌파구를 열어 준 것이 후루사토납세(고향사랑기부제)다. 이는 도쿄 등 대도시권 기부자가 내는 주민세(지방세)를 자신이 선택한 지방에 기부금으로 내고 주민세 공제를 받게 하는 제도로 도시와 지방의 지방세 불균형을 완화하려는 목적으로 도입되었다.
후루사토납세는 지자체 재정에서 기부금 항목에 들어가 답례품 수수료 우송료 등 경비를 제한 후 전입금 계정을 통해 다음 연도의 일반회계에 계상된다. 그후 일반회계의 지정 항목 재원 또는 지자체 재량으로 사용되거나 ‘후루사토납세기금’으로 운영된다. 주요 사용처는 의료, 복지, 고령자지원, 육아, 교육, 지역진흥, 관광촉진, 환경 보호, 재해대책, 문화 스포츠 진흥, 애완동물 보호, 빈집 대책, 이주 촉진 등 지역활성화 프로젝트이다.
나가노현에 있는 스사카시(須坂市, 주민 4만9000명)는 2022년에 후루사토납세로 32억엔을 기부받아서 2023년 일반회계에 18억엔이 전입됐다. 스사카시 1년 예산 총액 263억엔 중 약 7%가 후루사토납세로 충당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지자체 예산으로 전입되는 금액은 후루사토납세기부금의 50% 정도이며 관련 비용은 대략 답례품비 30%, 결제수수료 및 배송비 10%, 민간 플랫폼 이용료(홍보 등) 10% 정도다.
답례품비는 지역 경제에 윤활유가 된다. 스사카시는 답례품을 외지인들이 찾아오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실행했다. 2024년 11월부터 스사카시를 방문한 사람(관광객 등)은 스마트폰 등을 통해 5분 이내에 후루사토납세를 할 수 있고 그 즉시 전자쿠폰을 답례품으로 받을 수 있다. 이 쿠폰(지역소비쿠폰, 여행쿠폰)은 숙박시설 음식점 등 가맹점에서 이용할 수 있다.
스사카시 방문자 입장에서는 3만엔을 기부하면 9000엔의 전자쿠폰을 답례품으로 받아 현지에서 바로 사용(현지결제형)하고 연말정산에선 2만8000엔이 주민세 공제대상이 된다. 3만엔 쓰고 3만7000엔이 돌아오는 셈이다. 스사카시 입장에서는 답례품 배송비가 절약되고 기부금 증가뿐 아니라 기부자를 지역으로 불러들여 지역 소비 확대로 이어진다.
지자체가 조세자율권 확대하면서 지역 문제 스스로 풀어가야
전자쿠폰은 발전하면 지역화폐처럼 기능할 수 있다.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는 일본 청년들에게 지자체가 주도하는 정책이 매력적이다. 지자체가 조세자율권을 확대하면서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풀어나가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지방자치의 모습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주민이 살아가는 방식과 생활 터전에 대한 이해가 있는 지자체가 스스로 정책을 창안하지 않으면 안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