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초부자감세, 민주당은 부자감세”…진보진영 뿔났다
거대양당, 표심 겨냥 감세경쟁 … “부의 양극화, 대물림 해소 뒷전”
소수 4당·시민단체, 민주당에 “18억원 아파트 소유주, 중산층인가”
“매표나 다름없는 무책임한 감세정책” 지적 … 정책연대 균열 우려
보수성향을 드러내는 더불어민주당에 소수 4개 정당이 시민단체와 함께 반기를 들었다. 국민의힘은 ‘초부자감세’ 정책을 내놓고 민주당은 ‘부자감세’에 앞장선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이 내놓았던 금융투자소득세 과세 폐기, 가상자산 2년 연기에 이어 상속세 공제한도 확대, 근로소득세 감세 등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상속세 공제한도를 10억원에서 18억원까지 올리려는 민주당의 모습이 도마 위에 올랐다. 10억원 이상의 집(자산)을 가진 사람들에게 세금을 깎아주는 게 ‘부자감세’에 해당한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10억~18억원의 아파트 한채밖에 없는 중산층이 세금을 내기 위해 집을 파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상속세 공제한도 확대 이유를 제시했다. “상속세 때문에 집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비인도적”이라고도 했다.
27일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야 4당와 시민단체가 함께 한 기자회견에서 “대체 누가 중산층이냐”, “18억짜리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중산층이 맞냐”고 따졌다. 민주당이 ‘중산층’이라며 세금 감면을 제기한 ‘상속할 수 있는 아파트(순자산) 18억원을 가진 사람’을 두고 한 지적이다.
◆상층인데도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한국인 = 지난해 12월 기준 수도권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6억9000만원이고 서울 강북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0억원 수준이다. 아파트 가격이 평균 18억원에 달하는 지역은 서울의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강남 3구뿐이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지난해 자산을 보유한 가구의 주택자산 중앙값은 2억7000만원이고 순자산 상위 20%(5분위)의 평균 주택 가격은 6억3000만원이다.
OECD 기준 중산층은 중위소득의 75~200%인 가구다. 이 기준대로라면 2021년 기준 상층은 14.4%, 중산층은 50.6%, 하층은 35%다. 다만 우리나라 국민들의 인식구조에서는 스스로 상층으로 보는 시각은 실제 수치에 비해 매우 적은 반면 중산층은 실제보다 많다.
KDI는 지난해 1월 ‘한국의 중산층은 누구인가’ 보고서(황수경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선임연구위원)를 통해 “소득 상위 계층 중 대다수가 자신을 중산층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사회적으로 높은 중산층 기준 때문에 계층 인식에서의 하향 편향이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에 살지만 강남 3구의 고급아파트에 살지 않으면 ‘상층’이 아닌 ‘중산층’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이 보고서는 국민들의 정서적 계층 인식에 대한 고려없이 중산층을 겨냥한 정책(상속세, 종부세 등)을 펼치면 ‘정책 오류’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정치권이 중산층 지원을 강조하면서도 그들의 실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일반화된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속세 내는 중산층은 없다” =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의 상속세 공제안은 중산층을 위한 정책이라고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며 “명백한 부자감세다. 상속세를 내는 중산층은 없다”고 했다.
2023년 실제 상속세 대상자 비율은 35만건 중 6.3%에 지나지 않고 민주당 안이 적용될 경우 1.9%까지 떨어진다.(한국도시연구원 분석) 최근 상속세 면제 대상을 보면 상위권 11곳은 경기 분당, 서울 송파·강동·성동·강남·양천·마포·서초 등이다.
민주당이 그동안 부자감세를 반대했던 것은 부의 대물림에 따른 양극화 심화와 미흡한 소비 진작 효과 때문이었다. 상속세는 부의 재분배를 확대시키고 불로소득을 줄인다는 측면에서 민주당이 손대기를 꺼려왔다.
차 의원은 “18억원짜리 주택을 상속해도 상속세는 1억8000만원이고 16억2000만원은 부모 잘 만나서 챙길 수 있다”며 “뭐가 비인도적이냐”고 했다. 한 의원은 “상속세 공제액을 상향하면 일부 부유한 부모들이 자기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부의 크기만 더 커질 뿐”이라며 “조세형평성의 원칙을 훼손하고 부의 재분배 기능을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박용진 전 의원은 “감세 정책이라서 반대하는 건 아니다”며 “상속세를 줄여주면 내수를 진작하는 정책이다 그런 효과는 없다”고 했다. “세금 내던 그 구간에 있었던 상속 증여분이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일 뿐”이라며 “재산 형성에 크게 기여하지 않은 자녀와 배우자나 이런 분들이 그 재산을 불로소득으로 취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부의 대물림 현상만 강화하고, 사회적 불평등만 더 커지는 것”이라며 “경기 진작을 위해서 필요한 조치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했다.
민주당의 근로소득세 감세 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민주당이 금투세 폐지와 가상자산 과세 유예에 호응하더니 이제는 감세 경쟁에 나서고 있다”며 민주당이 검토했던 ‘소득세 물가연동제’에 대해 “감세 혜택의 상당수는 고소득자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했다.
세수부족문제에 대한 대안없는 감세에 대해서도 강도높게 비판하면서 ‘선거용’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윤 의원은 “사회 양극화 해소, 대외경제 변수 대응 등에 쓸 돈은 어디서 마련할 것이냐”며 “매표나 다름없는 무책임한 감세정책을 즉각 철회하라”고 했다.
차 의원은 “(감세로) 당장 표를 조금 얻을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대규모 세수부족 사태가 반복하고 복합위기 상황에서 국가 재정기반을 약화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 의원은 “5~6%가 세습하는 부에 매기는 세금을 포기한다는 것은 세수를 줄이고 복지국가를 포기하겠다는 것과 같다”며 “무책임한 양당의 감세경쟁으로 나라 재정을 망가뜨리고 서민들의 삶을 파탄낼 것”이라고 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는 “18억 이하 아파트 면세는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 포진한 계층에게 이익을 안겨주는 부자감세다. 이들은 상위 5%내에 속할 것”이라며 “상속세 인하는 세수감소, 복지위축으로 연결돼 결국 93%에게 희생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야5당 등 탄핵찬성 세력의 연합체로 만들 ‘원탁회의’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 이후 정책연대까지 추진하는 과정에서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