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판결 뭉개는 최상목 권한대행…우 의장 “조속 임명”
“헌재 판단 나왔는데도 마은혁 임명 안하면 또다른 위헌행위”
최 권한대행측 “결정문 잘 살펴보겠다” … ‘각하’ 부분 주목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또 멈칫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최 권한대행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보류를 위헌으로 판단했지만 즉각 임명하기는커녕 또다시 차일피일 시간을 끌 가능성이 높게 제기된다. 이 경우 헌재 판단을 무시하는 것은 물론 공직자로서 위헌 상태를 빨리 해소해야 하는 의무를 다하지 않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28일 최상목 권한대행 측은 내일신문에 “헌재 판단을 존중한다”면서 “헌재 결정문을 잘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최 권한대행 측은 헌재 판결 이후 이틀째 같은 입장을 반복중이다.
전날 헌재는 ‘마 후보자를 최 권한대행이 임명하지 않은 것이 국회의 헌법 또는 법률상 권한 침해’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권한쟁의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을 했다.
앞서 최 권한대행은 국회에서 통과시킨 3명의 후보자 중 정계선·조한창 후보자만 임명하고 마 후보자에 대해선 보류한 행위가 국회 권한을 침해하는 위헌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 임명 시점에 대해 언급을 아끼고 있는 이유는 복잡한 정치상황 때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등 여권이 여전히 마 후보자 임명에 대해 불가 입장을 고수하는 등 여야 입장이 첨예하게 갈린다는 점, 현재 탄핵심판을 받고 있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다시 직에 복귀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최 권한대행이 임명하는 게 맞느냐는 일각의 지적, 마 후보자 임명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에 영향을 줄 가능성 등 정치적 고려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 탓인지 최 권한대행 측은 헌재 결정 중 마 후보자가 이미 재판관 지위에 있음을 확인해 달라는 국회 쪽 청구를 각하한 데 대해 ‘아전인수’격 해석을 하는 흐름도 엿보인다.
전날 헌재는 마 후보자가 이미 재판관 지위에 있음을 확인해달라는 국회 쪽 청구를 각하했다. “헌재가 권한 침해를 확인하는 것을 넘어 일정하게 법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결정을 할 수 있다는 헌법 및 헌법재판소법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부 측 인사는 “헌재 결정문을 좀 더 살펴봐야겠지만 지위 확인 부분을 각하한 것을 봤을 때 즉시 임명해야 한다거나 하는 뜻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최 권한대행의 시간끌기 조짐이 보이자 우원식 국회의장은 물론 야권에선 최 권한대행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우 의장은 헌재 판결 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권한대행은 임명 절차를 조속히 진행하여 헌법재판소 9인 체제 복원을 매듭짓길 요청한다”고 말했다.
국회측 대리를 맡았던 양홍석 변호사는 “(최 권한대행이) 위헌적 상태를 해소하지 않는 것은 또다른 위헌 행위”라고 지적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헌재의 결정은 국회의 결정을 멋대로 재단하고 무시했던 최상목 권한대행 체제에 대한 경종”이라면서 “최 권한대행이 계속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다면, 헌법 수호 의무를 저버린 책임을 져야 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한 총리 복귀 전까지는 마 후보자를 임명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의하더라도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강제할 권한이 없다”며 “여야 합의가 있을 때까지, 조만간에 한덕수 국무총리가 복귀할 때까지 이 결정을 해서는 안 된다“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 후보자를 임명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헌재에서 낙태죄를 위헌으로 판단한 후 국회는 몇 년이나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며 “(민주당이) 최 대행에게만 임명 빨리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뻔하지 않냐”고 민주당을 공격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