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부도 이어지는데, 정치권 ‘나 몰라’

2025-02-28 13:00:02 게재

고용, 소비, 자영업 연쇄 악화 … “급한 불부터 꺼야”

추경 외면·법안심사 중단 … 여야 정쟁에 서민 외면

건설경기 악화에 따른 건설사 부도가 이어지면서 서민경제를 뒤덮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는 건설 고용 악화, 소비 위축, 자영업 부진 등 서민경제를 위기로 모는 연쇄 악순환의 출발점이다. 대증요법이라도 처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조기 대선을 앞두고 이해관계를 우선시하면서 외면하고 있다. 미분양, 재건축 해소방안을 담은 건설경기 회복 법안 논의가 멈춰 섰다.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은 편성권을 갖고 있는 정부가 찬성하는데도 여당이 강력하게 막아서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 건설 공사비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주요 대형 건설사 매출 원가율이 평균 9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16일 서울의 한 건설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자재를 옮기고 있다. 이날 건설업계에 따르면 2024년 시공능력평가 상위 건설사 중 현대건설과 금호건설은 지난해 매출 원가율이 각각 100.6%와 104.9%(이하 잠정 실적 기준)로 집계됐다. 매출 원가율은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매출 원가의 비율로, 이 비율이 100%를 넘었다는 것은 회사가 벌어들인 돈보다 지출한 돈이 더 많다는 의미다. 연합뉴스

28일 더불어민주당 홍성국 최고위원은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건설 경기 악화로 1년 반 전부터 이어져온 부동산 PF문제를 금융사들이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되면서 건설사들이 무너지고 이는 곧바로 서민 고용 악화로 이어지게 됐다”면서 “이는 서민경제, 특히 체감경기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문제로 급한 불부터 꺼야 하는 다급한 상황이지만 정부와 국회에서는 추경 등 현실적인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건설경기는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 건설투자는 전년 동기대비 6.7%나 감소할 전망이다. 지난해 하반기 감소폭인 5.5%보다 더욱 가파르게 악화된다는 얘기다. 이는 고용 사정을 더욱 나쁘게 만들 수밖에 없다. 통계청 1월 고용동향을 보면 건설업에서만 전년 동기대비 16만9000명, 8.1%가 감소했다. 208만9000명에서 192만1000명으로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에도 건설고용이 전년대비 7.2%인 15만7000명 줄었다. 건설고용의 악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은행은 올 상반기 취업자수 증가폭이 9만명으로 지난해 상반기 증가폭(22만명)의 절반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고용 위축은 소비 감소로 이어지고 자영업의 영업환경은 더욱 어려워지게 마련이다. 올 상반기 민간소비증가율은 1.0%에 그칠 전망이다. 수도권 지역구의 모 의원은 “지역구를 돌아다녀보면 건물마다 공실이 너무 많고 자영업자들은 죽겠다는 소리만 한다”면서 “지표보다 실제 체감경기가 훨씬 나쁜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조기 대선을 앞두고 뒷짐이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추경 편성에 여당이 반대하고 있다. 편성권을 가지고 있는 정부와 입법부내 절대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야당은 한 목소리로 ‘재정 투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여당은 ‘민주당 대선용 추경’이라며 가로막았다. 야당은 규모와 내용에 대해 협상할 수 있다며 열어놓고 있다. 여당은 연금 개혁, 반도체 산업 52시간 예외 확대 등을 전제로 내걸며 발목을 잡는 분위기다. 오늘 열리는 국정협의회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톱다운 방식으로 추경 편성 합의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국회 국토교통위 법안소위에는 부동산 PF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부동산개발사업법, 지방의 개발부담금을 100% 감면하는 개발이익환수법,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의 신속 추진을 위한 빈집 정비법, 경남도와 사천시의 우주항공복합도시 건설특별법 등 지방 살리기 법안 등이 논의 중간에 여야간 파행으로 멈춰 서 있다. 지방부터 불기 시작해 이미 수도권까지 진입한 미분양문제와 부동산 PF문제, 지방 빈집 문제 등을 해소하면서 건설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법안들이다. 맹성규 국토위원장은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할 것”이라며 “여야가 머리를 맞대면 충분히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박준규·김선철·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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