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비리’ 부각하는 여당…‘부정선거 프레임 강화’ 속내
지지세력 결집 목적 … ‘사전투표제 폐지’ 법안도 발의
김세환 전 선관위 사무총장 세컨드폰 두고 여야 공방 가열
민주당 “선관위에 대한 불신을 만들려는 정략적 의도”
국민의힘이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해 선을 긋기는커녕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한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채용 비리 감사 결과와 김세환 전 선관위 사무총장의 ‘세컨드 폰’ 논란을 계기로 여당은 선관위 비리를 유독 부각시키려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선관위의 채용 비리를 공정성과 연결하며 비판하고 있지만, 사실 선관위를 흔드는 기저에는 부정선거 음모론이 자리잡고 있다. 부정선거 음모론은 12.3 계엄을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여당 강성지지층과 극우 세력이 야당 의원을 부정하고 지지 세력을 결집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단골메뉴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여당은 지지층 결속을 위해 ‘부정선거 프레임’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보조를 맞추듯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부정선거 의혹의 주요 대상으로 꼽히는 사전투표제를 폐지하는 법안을 4일 발의한다.
이날 오전 장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사전투표는 2014년 투표율을 높이고자 처음 도입됐지만 도입 후 10년이 지나도록 투표율 상승에 대한 견인 효과는 불확실한 상황”이라면서 “오히려 ‘소쿠리 투표’로 대변되며 우리 투표제도의 후진성을 드러내는 대명사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제도적인 결함과 함께 선관위의 관리부실까지 더해지면서 사전투표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면서 사전투표제를 폐지하는 대신 부재자투표로 보완하고, 본 투표일을 연장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사전투표제 폐지’ 법안 발의를 통해 사전투표 논란을 키우며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강성 지지층의 기류에 편승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국민의힘은 ‘선관위 흔들기’를 통한 부정선거 논란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이날 오전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권성동 원내대표는 “채용비리와 근무태만의 온상으로 전락한 마피아 패밀리 선관위에 대해 국민적 불신이 커지고 있다”면서 “국민의힘은 부패 선관위 개혁을 위한 5대 선결과제를 추진하고, 이번주 중으로 선관위 특별감사관법을 발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주 금요일, 국회 행안위 차원에서 선관위 비리 감사를 위한 현안질의를 제안했지만 민주당 측에서 거절했다”면서 “민주당이 선관위 불법비리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도리어 부패 선관위를 비호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채용 비리와 함께 김세환 전 사무총장이 재임 시절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관위 명의의 ‘세컨드 폰’을 만들어 정치인들과 연락했다는 감사 결과를 두고도 여당은 공세를 취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김 전 사무총장이 지난해 인천 강화군수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 경선을 치렀다며 역공을 펴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3일 페이스북에서 “몇몇 극좌편향 언론인과 정치인들이 전 선관위 사무총장이 국민의힘 소속으로 출마했다는 점만 부각시켜 본질을 흐리려 한다“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선관위 사무총장이 차명폰으로 누구와 통화했는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어떤 타협을 했는지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채현일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세컨드 폰’ 논란은 결국 국민의힘의 비리를 스스로 입증하는 결과로 돌아왔다”며 “여당은 김 전 사무총장이 정치인과 몰래 접촉했다고 비난했지만, 국민의힘의 공세가 결국 자가당착이 된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연고지가 강화군이고 국민의힘 우세 지역이니까 기회주의적으로 기웃거렸을 뿐이지, 최종 후보가 되지도 못했다”며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했으니 차명폰으로 누구와 통화했겠나”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부정선거 논란에 기대어 선관위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아직 국정조사나 인사청문회 방침이 정해진 건 아니지만 국민의힘 주장이 대단히 정략적”이라며 “비화폰 이슈로 보이지만 내막엔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부정선거나 선관위 체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자 하는 나쁜 의도가 숨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지금 필요한 해병대원 국정조사 등에는 일관되게 반대해왔다”며 “유독 선관위에만 국조를 얘기하는데 부정선거 프레임과 선관위에 대한 불신을 만들려는 정략적 의도란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4일 YTN 라디오에서 “선관위가 편향되게 선거 관리를 했다거나 혹은 부정선거 음모론까지도 부추기는 것으로 (국민의힘이) 활용하고 싶어 하는 게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이것은 분명히 얘기를 하면 그거와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