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책, 미경제 침체 부를까
애틀랜타연은 침체지표에
로이터 ‘트럼프리세션’ 경고
미국경제의 실시간 풍향계로 꼽히는 지표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급속한 위축을 가리키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빠른 속도다. 로이터통신 칼럼니스트 제이미 맥기버는 4일 ‘트럼프리세션(Trump+Recession)’ 가능성을 거론했다. 트럼프정부 경제정책이 미국경제의 침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의 ‘GDP나우(GDPNow)’ 모델은 3일(현지시각) 올해 1분기(1~3월)를 기준으로 미국 연간 GDP 성장률을 추산한 결과 2.8%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달 전만 해도 이 모델이 추산한 결과는 4.0% 성장이었다.

GDP나우는 새로운 경제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업데이트돼 정기적으로 공개된다. 애틀랜타연은은 지난달 11차례의 GDP 추산치를 공개한 바 있다. 직전 추산치는 지난달 28일 발표됐는데, 올해 미국 GDP가 1.5% 위축된다는 예상이었다. 미국기업들이 트럼프 관세 부과에 앞서 수입품 쟁여놓기에 나서면서 1월 무역적자가 1530억달러에 달한다는 지표를 반영하면서다. 물론 3일 추산치(-2.8%) 역시 향후 경제지표에 따라 플러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애틀랜타연은의 GDP나우 추산은 상대적으로 비관적인 그림이다. 그와 비슷한 뉴욕연방준비은행의 ‘나우캐스트(Nowcast)’는 지난달 28일 올 1분기를 기준으로 한 미국 연간 GDP를 2.4% 성장으로 추산했다. 댈러스연방준비은행의 ‘주간경제지수’도 지난달 27일 올해 미국경제가 2.4%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맥기버 칼럼니스트는 “하지만 애틀랜타연은의 GDP나우는 역사적으로 가장 신뢰도 높은 모델로 평가 받는다”며 “GDP나우뿐 아니라 최근 많은 경제지표들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올 1월 소비심리지수는 3년반 만에, 소매판매는 2년 만에 가장 큰 폭 하락했다. 실시간 소비지출 역시 2021년 초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하락했다. 소매대기업 월마트는 올해 험난한 상황을 맞을 것에 대비하고 있다. 씨티그룹이 공개하는 ‘미국경제 서프라이즈지수’ 역시 마이너스 영역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맥기버는 “이런 지표들의 공통점은 고율관세로 상징되는 무역보호주의 등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들이 야기하는 극도의 불확실성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금융시장은 향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확실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나스닥은 지난 10거래일 기간 9% 하락했다. 빅테크기업들의 주가는 더 떨어졌다. 투자자들은 도피처를 찾아 미국채로 몰리고 있다. 지난달 말 미국채 2년물 금리는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4.0% 아래로 하락했다. 10년물 금리는 1월 중순 대비 0.6%p 떨어졌다.
이런 상황은 ‘자산효과’를 통해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디스 수석이코노미스트 마크 잔디는 최근 “미국 재산상위 10% 부자들이 현재 전체 소비지출의 절반을 차지한다. 역대 최고 기록이다. 이들은 또한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며 “만약 증시가 하락세라면, 그들은 허리띠를 졸라맬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뉴욕연은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필 서틀은 “트럼프 정책이 올해 미국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지만 곧 부정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만약 트럼프의 재정·무역정책이 미국경제에 예상보다 큰 타격을 준다면 연방준비제도(연준)가 2분기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맥기버 칼럼니스트는 “연준은 금리인하 사이클은 현재 보류된 상태다. 트럼프정부 무역·재정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 때문”이라며 “하지만 연준은 현재 ‘트럼프리세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