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위상 약화 …‘다중통화 시스템’으로 변화
지난 10년간 위안화로 발행된 무역송장 비율 0%에서 30%로
중국의 지속적인 위안화 국제화 노력과 기술 변화가 미국 달러의 지배적 위치를 약화시키면서 세계 경제가 ‘다중 통화 시스템’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24일 미국 싱크탱크 밀켄연구소가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진커유 런던 정경대학 교수는 “지난 10년 동안 위안화 무역 송장 발행 비율이 0%에서 30%로 증가했으며, 중국 자본 흐름의 절반이 위안화로 이뤄져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다”고 밝혔다.
진 교수는 “데이터를 보면 달러화가 서서히 하락하고 있고, 위안화를 제외한 비전통적 기축통화의 비중이 2%에서 11%로 급증했다”면서 세계가 장기적으로 ‘다중 통화 균형’을 향해 가고 있다는 데 경제학자들 사이에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널리 사용되는 국제 은행간 금융통신협회(SWIFT) 결제 시스템에 대한 대안의 등장은 금융 다각화 과정을 가속화하는 ‘거대한 흐름’이라면서 이러한 발전의 중요성이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몇년 동안 여러 가지 새로운 지불 시스템이 주목 받아왔는데, 여기에는 블록체인 기술로 구축된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 플랫폼인 ‘엠브릿지’(mBridge)와 중국에서 설계한 국경 간 은행 결제 시스템(CIPS)이 포함된다.
중국은 자국의 경제 발전을 위한 안정적인 통화 환경을 조성하고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대한 미국의 지배력을 줄이기 위해 위안화를 글로벌 통화로 전환하는 전략을 오랫동안 추구해 왔다.
퍼시픽인베스트먼트의 신용연구 부문 글로벌 책임자이자 사장인 크리스찬 스트랙은 SWIFT 결제 시스템은 “기술적 유물”이며, 궁극적으로 금융 “탈중앙화”로의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러한 전환이 “먼 미래의 일이지만 일어나지 않는다고 상상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황치판 전 충칭 시장은 지난해 국제금융포럼에서 위안화의 글로벌 결제 비중이 향후 10년간 매년 1%p씩 증가해 2035년에는 약 17%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금융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2월 현재 중국은 450억달러 규모의 위안화 표시 역외 판다 채권을 발행했는데, 이는 일본의 엔화 표시 사무라이 채권 규모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2월 보고서에서 40개 이상의 외국 중앙은행 또는 통화 당국과 양자 간 통화 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스트랙 사장은 “지정학적 긴장을 둘러싼 사건들이 발생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미국과 중국은 서로에게서 배우고 서로의 도구와 혁신을 사용한다”면서 “이는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성장 측면에서 긍정적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투자자를 위한 더 많은 안전자산을 창출하는 데 중국이 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 안전자산이 충분하지 않다”면서 “프랑스와 독일은 안전자산을 충분히 발행하지 않고 있으며, 안전자산이 부족해지거나 중국이 실제로 안전자산을 발행할 가능성이 있다”이라고 말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