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 시즌 ‘상폐주의보’
감사보고서 미제출 기업 속출
금양·국보·이오플로우 등 ‘의견거절’로 상폐 위험 높아져
작년 감사보고서 지연 제출 기업 절반, 감사 의견 비적정
3월 결산 시즌을 맞아 12월 결산 상장법인들의 감사보고서 관련 상장폐지 우려가 커졌다. 이미 금양과 국보, 이오플로우 등 30여개 상장사가 ‘의견거절’ 등 감사 의견 비적정으로 상폐 위기에 몰렸다. 이런 가운데 감사보고서를 마감 시한 내 제출하지 못한 기업들도 속출하고 있다. 감사보고서 제출이 늦어지는 기업의 경우 대부분은 감사인과의 의견차가 커 감사 의견 비적정을 받는 사례가 많다. 작년에도 감사보고서를 늦게 제출한 기업의 절반은 감사 의견에서 비적정을 받았다.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 44곳 =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결산을 마친 상장사들은 정기주주총회 일주일 전까지 외부감사인으로부터 받은 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올해 마지막 주주총회일이 오는 31일임을 고려하면 감사보고서 제출 마감은 지난 21일까지였다.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사업보고서도 낼 수 없고, 사업연도 종료 후 90일 이내에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하면 해당 기업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후 10영업일이 지나도 미제출 상태가 지속되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다.
현재까지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 공시를 한 상장사는 코스피 7곳, 코스닥 37곳 등 총 44곳에 달한다. 이들의 감사보고서 지각 사유는 대부분 ‘감사 지연’이다. 제출 기한까지 감사 절차가 끝나지 않아 기한을 맞추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추가적인 감사 절차 필요, 감사 증거 제출 지연 등을 사유로 제시했다.
문제는 이렇게 감사보고서를 늦게 제출하는 기업들의 경우 감사 의견 ‘비적정’을 받는 사례가 자주 발생한다는 점이다. 특히 올해는 금융당국이 문제가 있는 기업을 비롯한 한계기업 퇴출 절차 신속화 등을 예고한 상황으로 상폐 위기에 놓이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미 30여개사 감사 의견거절 = 상장사들 중 30여곳은 이미 감사 의견거절을 받았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금양, 국보, 웰바이오텍, 세원이앤씨, 아이에이치큐 등 9개사가 감사 의견거절을 받았다. 코스닥에서는 이오플로우 등 총 30여곳이 감사 의견 비적정 등을 이유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대표적으로 2차전지업체인 금양은 지난 21일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말 기준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6341억원이 더 많고 당기순손실이 1329억원에 달했다.
금양의 외부감사인 한울회계법인은 “계속 기업으로서 그 존속 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금양은 올해 초 4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지만 주주 반발과 금융감독원의 제동으로 이를 철회하면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바 있다. 금양의 소액주주 수는 24만2305명으로 이들이 보유한 지분율은 전체의 65.1%에 달한다.
국내 최초이자 세계 두 번째로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를 개발한 코스닥 상장사 이오플로우도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다.
이오플로우는 지난 21일 2024 사업연도의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인의 감사 의견이 감사범위 제한 및 계속 기업 존속능력 불확실성으로 인한 ‘의견거절’ 임을 공시했다. 미국에서 진행 중인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패소해 6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손해 배상해야 하는 위기에 처하면서 자금난에 처한 영향이 크다.
이오플로우의 감사인 한울회계법인은 의견거절 배경으로 “우발부채 및 충당부채,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공정가치 평가 및 사업용 고정자산에 대한 손상평가 등에 대해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입수할 수 없었다”며 “연결 회사의 재무상태표, 포괄손익계산서에 수정이 필요한 사항이 있는지를 결정할 수 없었다”고 적시하는 등 ‘감사 절차 제약’을 꼽았다. ‘계속기업 가정의 불확실성’도 문제다. 이오플로우의 작년 말 연결 기준 이오플로우의 유동부채는 328억원, 유동자산은 92억원으로 집계됐다. 2011년 설립된 이오플로우는 흑자를 낸 적이 없다. 이 때문에 재무 건전성이 꾸준히 악화되어 작년 영업손실은 610억원, 당기순손실은 64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도 1년 새 66억원에서 50억원으로 줄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