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학생부, 표준편차 삭제·5등급제 도입 대폭 변화

2025-03-26 13:00:26 게재

교과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분량 증가·성취도별 분포 추가…대학 평가방식 주목

2025학년 학생부 기재 요령이 지난 2월 공개됐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고 교과 석차등급이 9등급 체계에서 5등급 체계로 변경되는 등 교육과정과 내신 산출 방식의 변화가 크기 때문이다. 학생부는 최근 대입에서 학생부 위주 전형뿐 아니라 정시에서도 반영하는 대학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기재 요령을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과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그로 인해 대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봐야 한다. 고2~3은 전년과 큰 변화가 없지만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처음 적용받는 고1은 크게 달라졌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고 교과 석차등급이 9등급 체계에서 5등급 체계로 변경되는 등 교육과정과 내신 산출 방식의 변화가 크기 때문이다. 학생부는 최근 대입에서 학생부 위주 전형뿐 아니라 정시에서도 반영하는 대학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기재 요령을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과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그로 인해 대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본다.

학생부는 학생의 학업성취도 및 인성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평가한 내용을 교사가 기록하는 장부다. 학생 지도 및 상급학교의 학생 선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학생의 인적·학적 사항, 출결 상황, 교과 학습 발달 상황, 행동 특성 및 종합 의견 등 교육부령이 정한 기준에 따라 작성, 관리한다.

학생부는 교육 계획이나 교육과정에 따라 학교에서 실시한 각종 교육 활동의 이수 상황을 기재하는 것이 원칙이다. 교육부는 새 학기 시작 전 학생부 기재 요령을 배부해 학생부에 기재해야 할 내용과 기재하지 말아야 할 내용, 기재 내용 예시 등을 안내한다. 대입에서는 학생부를 핵심 전형 자료로 활용하므로 고교생이라면 학생부 기재 요령의 내용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고교학점제가 본격 시행되는 고1은 기존 고2~3과 달리 학생부 기재 요령에 변화가 많으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단 학생부 기록 마감 시기가 종전 학년말에서 학기 말로 바뀐다. 새 교육과정이 학기 단위 과목 개설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목 교사가 학생을 관찰한 내용을 500자 이내로 기재하는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의 분량이 증가할 전망이다. 영향력도 함께 커질 가능성이 큰 만큼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수업량 유연화 운영 교육활동 기재 불가 = 수업량 유연화에 따른 학교 자율적 교육 활동은 일반고 교육 역량 강화 방안 중 하나였다. 자율적 교육 활동은 학교의 특성과 학생들의 요구를 고려해 1단위 수업량(17회 수업)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왔으며 고2~3은 기재할 수 있다.

고교마다 운영 형태는 다양했지만 주로 교과목 융합형 프로젝트 수업, 동아리 활동 연계 수업, 과제 탐구 수업 등 자율적인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의 진로 역량이나 성장 과정을 드러냈던 항목이었다. 보통 교과와 연계될 때는 해당 과목의 세특에 기재하고 특정 과목의 세특으로 한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개인별 세특에 입력했다. 대학이 교과 세특과 함께 종합전형 정성 평가 시 의미 있게 살펴본 항목이었다.

그러나 학교별 환경과 교육과정의 차이로 인해 활동의 기회나 수준에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고 2022 개정 교육과정이 도입되면서 수업량 유연화 제도가 사라졌다. 고1은 개인별 세특을 기재할 수 없게 됐다.

오창욱 광주 대동고 교사는 “수업량 유연화 시간에 학생들이 진로에 맞춰 또는 학교 특색에 맞춰 프로젝트나 탐구 활동을 하며 학업 역량, 진로 역량을 드러냈다”며 “최근 대학도 학생부 전형에서 이 부분을 의미 있게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방유리나 건국대 입학사정관은 “기존에도 학생부의 다른 기록과 연계해서 살폈다”며 “고1의 경우 개인별 세특이 없어져도 창의적 체험 활동(창체) 활동이나 교과 세특에서 충분히 진로 역량을 담을 수 있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표준편차 사라지고 성취도별 분포 기재 = 2025 학생부 기재 요령에서 가장 큰 변화는 교과 성적 평가 방식이다. 고2~3은 1등급에서 9등급까지 평가하지만 고1은 5등급제다. 고2~3은 기존처럼 체육·예술 교과(군)의 일반선택 과목을 제외한 보통 교과는 원점수, 과목 평균, 과목 표준편차, 성취도(수강자 수, 5단계), 석차(동석차수), 석차등급(9등급)을 표기한다. 진로선택 과목은 일반선택 과목과 달리 원점수, 과목 평균, 성취도(수강자 수), 성취도(3단계)별 분포 비율을 기재한다.

그러나 새 교육과정이 도입된 고1은 ‘과학탐구실험’과 체육·예술 교과군의 과목을 제외하고는 모두 성취도(A-B-C-D-E)로 A(성취도 90% 이상), B(80% 이상90% 미만), C(70% 이상80% 미만), D(60% 이상70% 미만), E(40% 이상60% 미만)로 표기한다.

고1의 석차등급은 1등급(누적 10% 이하), 2등급(10% 초과34% 이하), 3등급(34% 초과66% 이하), 4등급(66% 초과90% 이하), 5등급(90% 초과100% 이하)으로 평가한다. 진로선택 과목에서 등급을 산출하지 않는 고2~3학년과 달리 고1은 5단계 등급과 5단계 성취도를 일반선택 과목과 동일하게 적용한다. 신설된 융합선택 과목도 마찬가지다. 단, 사회·과학 교과의 융합선택 과목은 등급을 산출하지 않는다.

표준편차 대신 성취도별 분포 비율이 기재되는 점도 달라진 사항이다. 표준편차는 평균으로부터 얼마나 퍼져 있는지를 측정하는 통계적 지표로 활용되었다. 그러나 교육부는 성적 평가 방식이 기존의 석차 중심에서 성취도 중심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삭제하기로 했다.

허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연구원은 “표준편차의 크고 작음에 따라 학교 유형이나 특징을 파악할 수 있었다”며 “고1은 표준편차가 삭제되면서 학교 간의 상대적 비교가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고1의 2등급은 고2~3의 2~4등급에 해당한다. 즉, 같은 등급 내에서의 역량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며 “각 등급에 속하는 인원이 증가해 변별력을 확보하기 까다로워진 만큼 대학은 면접 등의 대학별 고사를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소인수 과목 기준 13명→5명으로 변경 =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선 수강 인원이 13명 이하라면 소인수 과목이었다. 보통 해당 등급 인원은 수강자 수에서 등급별 비율을 곱해 나온 값을 반올림해 산출한다. 따라서 9등급제에서는 14명이 넘어야 등급별 인원이 1명(14명×4%=0.56) 이상이 되므로 소인수 과목이 13명 이하였다.

반면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5명 이하여야 소인수 과목으로 인정된다. 5등급제에서는 6명 이상이면 등급별 인원이 1명(6명×10%=0.6)이 되기 때문이다. 소인수 과목은 원점수, 과목 평균, 표준편차, 성취도, 수강자 수, 석차등급(‘·’ 또는 석차등급)을 입력한다.

성취도, 등급, 원점수 중 유리한 점수 또는 여러 활용 지표 비율 적용 등 다양한 평가 방식이 제시될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진로선택 과목의 학업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미이수 시 종합전형에서 불리할 수 있으므로 전공과 관련된 과목 선택의 필요성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보인다.

◆대학 제공 학생부 정보 확대 = 현 고1이 치를 2028학년 대입은 학생부 항목뿐 아니라 평가 방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블라인드 평가로 대학에 제공되는 고교 자료는 제한적이다. 그러나 고1은 학생 개인별 교과 학습 발달상황 성적정보 이외에 과목별 평가 방식, 지필·수행평가 비율, 수행평가 영역명, 학기말 성취도별 분할 점수 등이 대입 전형 자료로 제공된다.

방 입학사정관은 “과목별로 다르겠지만 지필평가와 수행평가의 비율은 60:40이 이상적이라고 알려져 있다”며 “평가 정보가 고1부터 추가로 제공되므로, 수행평가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내실 있게 수업이 운영되는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창체 영역이 3개로 변경되고 학교폭력 조치 상황 기재가 일원화된다. 고1은 창체 영역이 4개에서 3개(자율·자치 활동, 동아리 활동, 진로 활동)로 축소된다. 고2~3은 자율 활동, 동아리 활동, 봉사 활동, 진로 활동으로 유지된다. 고1의 경우 봉사 항목은 사라졌지만 창체 각 영역과 연계해 운영할 수 있으며, 해당 항목이나 행동 발달 및 특이 사항에 관련 내용이 기재될 가능성이 높다.

자율·자치 활동은 정규 교육과정 이수 과정에서 학생 주도로 수행한 자율 탐구 활동에 한해 특기 사항에 기재할 수 있다. 자율 탐구 활동은 주제 선정부터 보고서 작성까지의 전 과정을 의미하며 기재 시 학교교육계획서나 학생활동 산출물 등 증빙 자료를 보관해야 한다. 진로 활동은 진로 희망 분야와 각종 진로 검사 및 상담 결과, 관심 분야 및 진로 희망과 관련된 학생의 활동 내용 등을 담임교사가 기재한다.

◆학교폭력 조치 상황 기재 일원화 = 학교폭력에 대한 조치도 강화되고 있다. 기존에는 학교폭력 가해 학생의 조치 사항이 여러 항목에 분산 기록됐지만 2023년 4월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 발표로 작년 고1부터는 ‘학교폭력 조치상황 관리’에 입력하는 것으로 일원화됐다. 고3은 기존 방식대로 ‘학적사항’, ‘출결상황’ 특기사항,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에 분산 입력한다.

학교폭력 조치사항 제1호부터 제3호까지는 이행 기간 내 이행 시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에 가해학생 조치사항 입력을 유보하고 제4호~제8호는 입력한다. 대학들은 이를 다양하게 반영하는데 경희대 지역균형, 숙명여대 지역균형, 연세대 추천형, 이화여대 고교추천, 한국외대 학교장추천은 학교폭력 기재사항이 있으면 지원이 제한된다.

대입 제도 공정화 강화로 학생부 주요 항목이 미기재되거나 대입에 미반영되기도 한다. 2024학년 대입부터 수상 경력, 자율 동아리, 개인 봉사 활동 실적, 독서 활동은 대입에 미반영된다. 수상 사실은 수상 경력 이외의 어떤 항목에도 입력할 수 없고 대회 참가 사실도 기재가 불가능하다.

대입 미반영 항목이 많아지면서 학교 활동 참여 인원이 줄었지만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과정에서 평가받고 성장한다. 독서활동이 대입에 미반영되어도 교과 세특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듯 과정에 의미를 부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기수·민경순 내일교육 리포터 hellela@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