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북부 집어삼킨 산불 ‘초대형 재난’ 돌변
26일 오전 확인된 사망·실종자 19명
태풍급 강풍 만난 화마에 ‘속수무책’

2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25일 초속 25m의 태풍경보급 강풍이 몰아치면서 의성산불이 안동·청송·영양·영덕 등 인근 지자체로 급속하게 번지면서 인명피해가 속출했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확인된 사망·실종자는 최소 19명이다. 부상자는 정확히 집계되지도 않고 있다.
25일 오후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안동 3명, 영양 4명, 청송 3명, 영덕 6명 등 16명이다. 청송에서는 실종자가 1명 발생했다. 여기에 안동 등에서 사망자 2명이 추가로 확인됐다.
경북도 관계자는 “26일 오전 6시 현재까지 파악된 추정 인명피해”라며 “산불이 10여분 만에 인근 시·군으로 확산되는 급박한 상황이어서 추가로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25일 영덕군에서만 6명의 사망자가 확인됐다. 청송군 신촌면에서 영덕군 지품면으로 번진 산불이 급속도로 영덕읍 전체를 덮치면서 몸을 피하던 주민 3명이 숨졌다.
영덕군이 선제적으로 주민 1000여명을 영덕읍 국민체육센터와 축산면사무소 등으로 대피시켰으나, 영덕읍으로 화마가 덮치자 이들을 다시 강구읍으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는 실버타운 입소자로 대피 도중 불이 붙은 차량이 폭발하면서 변을 당했다. 또 영덕읍 매정1리에서도 2명이 불에 탄 채 발견돼 신원 파악 중이며, 축산면 대곡리에서도 주민 1명에 매몰된 채 사망했다.
영양군 석보면에서는 25일 오후 11시쯤 주민 3명이 불에 타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발견 당시 차량에 탑승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같은 날 석보면 화매리에서도 주민 1명이 불에 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들 4명의 신원을 확인중이다.
같은 날 청송군에서는 노인 2명이 자택 등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청송읍 인근에서도 불에 탄 60대 여성이 발견되기도 했다. 진보면에서는 80대 여성 1명이 실종된 상황이다.
시민대피령이 내려진 안동에서도 임하면과 임동면에서 50대와 70대 여성이 숨진 채로 쓰러져 있는 것을 가족 등이 발견했다. 신원 미상의 1명도 숨진 채 발견됐다.
경북도 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는 “요양병원·시설 입소자와 거동불편 주민을 우선 대피시키는 등 사전 조치를 신속하게 취했지만, 강풍을 탄 산불이 급속도로 확산해 안동·청송·영덕 등에서 대피 지역이 고립되는 등 급박한 사태가 곳곳에서 발생했다”며 “초속 20m 이상의 태풍급 바람이 수시로 방향을 바꾸며 불어닥쳐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하회마을·병산서원 위협 = 국가유산 피해도 커지고 있다. 국가 보물 고운사가 전소됐고 안동하회마을과 병산서원도 위협받고 있다.
국가유산청 등에 따르면 25일 오후 의성에 있는 국가지정 보물인 고운사의 연수전·가운루가 전소됐다. 고운사 연수전에 있던 석조여래좌상은 불길이 닿기 전 인근 시설로 옮겨졌다.
이 밖에도 경북도 지정 문화유산인 안동 용담사와 두릉고택, 천연기념물인 안동 송사동 소태나무가 전소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밖에도 다수 국가유산 피해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불길이 확산하면서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인 안동하회마을과 병산서원도 위협받고 있다. 25일 오후 한때 불길이 하회마을과 직선거리 10㎞까지 근접하자 오후 4시 55분쯤 주민 대피령까지 내려졌다. 다행히 26일 오전 바람 방향이 바뀌면서 산불이 더는 하회마을 쪽으로 접근하지 않아 한고비는 넘긴 분위기다. 하지만 언제 바람의 방향이 바뀔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피해를 막기 위해 하회마을에 방사포 등 장비 18대와 소 방대원 77명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이밖에도 이번 전국 동시다발 산불로 인한 국가유산 피해가 상당하다. 경남 산청·하동산불 지역에서 22일 국가지정 명승 백운산 칠족령과 경남도 기념물 하동 두양리 은행나무가 일부 소실됐다. 경남도 문화유산자료인 하동 두방재 부속건물 두채도 전소됐다.
울산 울주산불 지역에서는 23일 국가지정 천연기념물 울주 목도 상록수림이 일부 소실됐으며, 울산시 문화유산자료인 운화리성지가 피해를 봤다. 국가유산청은 25일 오후 5시 30분 국가유산 재난 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발령했다.
한편 산불 피해가 확산하면서 경북북부제2교도소 수용자 등 500여명이 인근 교정시설로 긴급 이송됐다.
김신일·최세호·송현경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