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불참 속 IPCC 보고서 개요 승인

갯벌 탄소흡수원 인정 임박…정신건강 영향 주목

2025-03-05 13:00:04 게재

제7차 실무그룹 평가 보고서 개요에 첫 수산업 영향 … ‘손실과 피해 대응’과 재정 항목 신설도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논의 불참을 선언한 뒤 첫 공동 작업 보고서가 나왔다. IPCC는 기후변화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보고서를 수년에 걸쳐 작성한다. 이들 보고서는 전세계 정책 입안자들에게 지구 온난화로 인한 위험을 알리는 역할을 하며, 각 국가별 과학자 수천명이 참여한다.

5일 기상청은 “IPCC가 2월 24~28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제62차 총회에서 제7차 평가 보고서(AR7) 실무그룹 평가 보고서 3종 개요를 승인했다”며 “이번 보고서 개요는 ‘분야 간 장벽을 허문 통합적인 기후변화 대응책’ 마련에 적합하며 정책결정자와의 소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밝혔다. 이번 총회에는 회원국 대표단 400여명이 참가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주관부처인 기상청(수석대표 김현경 기후과학국장)을 포함해 환경부 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와 전문기관으로 대표단을 구성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기후변화 부정 행동에 대해 기후과학자들 사이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3일 트럼프 행정부는 세계 최고의 기후과학 센터 중 하나인 국립해양대기청(NOAA)에서 수습 직원 약 800명을 해고한 것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자들. AFP=연합뉴스

AR7 보고서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재정의 중요성과 정신건강, 습지의 탄소흡수원으로서의 기능 등에 주목할 전망이다. 2028년 6월 발간 예정인 AR7 제2실무그룹 보고서(Working Group Ⅱ, 기후변화의 영향·적응·취약성 평가)에서 전지구 부문의 경우 ‘손실과 피해 대응’ 및 ‘재정’에 대한 별도 장이 추가됐다. 기후건강 분야 중 신체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 관한 사항도 포함하도록 합의했다. 주제별 평가 부문에 수산업도 추가되었다.

습지를 새로운 탄소흡수원으로 인정하는 부분에 대한 논의도 진일보했다는 평을 받는다. IPCC는 2025년 하반기 열리는 차기 총회에서 ‘이산화탄소 제거/탄소 포집·활용 및 저장 방법론 보고서’ 개요를 승인할 예정이다.

이번 총회에서 2006년 지침 이후 발전한 이산화탄소 제거/탄소 포집·활용 및 저장에 대한 배출량 산정 방법론 갱신을 위한 논의가 있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칠레 노르웨이 영국 등 여러 나라에서 갯벌 해조류 조하대 퇴적물을 새로운 탄소흡수원(블루카본)으로 인정하는 것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혔다. 조하대는 밀물과 썰물의 영향을 받지 않고 물속에 항상 잠겨 있는 구역이다. 블루카본은 해양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다.

5일 류종성 서경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갯벌이 탄소흡수원으로 인정받는 일이 사실상 막바지에 이른 것”이라며 “갯벌이 탄소흡수원으로 인정을 받게 되면 그동안 매립 대상으로 여겨왔던 인식에도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갯벌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게 되면 관련 정책들도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갯벌의 탄소흡수원 인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사진은 전북 고창의 한 갯벌. 사진 이의종

5일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예단할 수는 없지만 갯벌이 탄소흡수원으로 인정받기 위한 논의가 진일보했다고 볼 수 있다”며 “IPCC에서 논의되는 갯벌은 람사르습지 정의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맹그로브 염습지 잘피림은 2013년 IPCC 부속서에 포함돼 해양 탄소흡수원으로 인정된 바 있다. 잘피림은 거머리말 및 새우말 등 바닷물에서 꽃을 피우는 현화식물의 군락지다.

김현경 기상청 기후과학국장은 “이번 총회에서는 조기경보시스템(Early Warning System)의 중요성이 부각됐다”며 “새로운 기술인 이산화탄소 제거(CDR) 접근법에 종합적인 논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CNN에 따르면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IPCC 보고서 작업에 미국 정부 소속 과학자는 더 이상 참여하지 말라고 했다. 또한 AR7에 대한 기술 지원 계약을 끊었다.

기후변화를 부정하긴 했지만 1기 트럼프 행정부의 경우 IPCC 관련 작업에 대해서는 큰 간섭을 하지 않았다. 이번 총회의 경우 스코핑 회의(보고서 범위와 주요 내용을 결정하는 기획) 등이 끝나고 국가별 상황을 반영해 문안 등을 조율하는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미국 불참으로 달라지는 건 없었다는 평이지만 향후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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