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사 기소제한 특례’ 추진 논란
의료사고 시 환자 신속구제
의료진, 진료전념 안전망 필요
정부가 의료사고 관련 의사에 대한 기소를 제한하는 특례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간 의료계가 요구해 온 사안이다. 관련해서 환자단체 등은 의사 특권법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료사고 시 환자를 신속 구제하고 의료진이 진료에 전념할 수 있는 안전망 강화 논의가 이어질 예정이다.
6일 보건복지부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미애(국민의힘, 부산해운대구을)의원 주최로 열린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의료사고심의위원회를 신설해 의료사고에 대해 의학적 감정에 따른 필수의료 및 중과실을 판단하고 최대 150일 안에 신속 심의를 거쳐 수사당국에 기소자제나 소환조사 자제 등을 갖춘 수사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중대과실로 인한 의료사고를 중심으로 수사와 기소하는 방향을 제시한 셈이다.
이날 정부안을 발표한 강준 복지부 의료개혁총괄과과장은 ‘의료사고안정망 구축방안’을 설명하면서 “의료사고 발생할 경우 오랜 소송과 갈등으로 환자와 의료진 모두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환자는 원인 규명에 곤란하고 불충분한 보상에 불만이 있어 소송비용과 긴 기간에도 소송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의료과오 소송 1심 평균 소요 기간이 26개월이다. 의료분쟁 평균 조정기간은 86.7일이다. 사망 등 중상해 분쟁조정 성공률은 2019~2023년 간 55.7% 정도다.
환자들은 “의료사고 발생 후 의료진의 진정 어린 소통만 있었어도 형사소송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다. 병원의 납득할 수 있는 설명과 감정·조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의견이 많다.
의료진은 민형사상 리스크와 수사 장기화로 필수의료 기피 및 방어 진료를 하게 된다고 밝힌다. 의료진들은 “수술방에서 환자가 죽을 확률이 살 확률보다 높은 경우도 많다. 현재와 같은 사법리스크가 있는 상황에서는 젊은 의사들이 필수과를 선택할 가능성은 낮다”고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서 의료사고 관련 의사 기소를 제한하는 것은 부당한 특례라는 주장이 나왔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 대표는 “정부는 의료사고심의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어 여기서 필수의료·중과실 여부를 판단하고 중상해까지 불기소 특례를 주려고 하는데, 무과실이 아닌 단순과실로 중상해 의료사고를 낸 의사에게 형사처벌 특혜를 주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현재 불법대리수술 등 12개 유형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병원 의료사고는 단순과실로 인한 것”이라며 “과실이 아예 없는 경우에는 의료진 소환 조사를 생략, 불기소할 수도 있겠지만 단순과실도 불기소한다고 하면 이는 의사만을 위한 특권법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사단체 등이 내세우는 의료사고에 따른 의사 기소 건수가 잘못돼 강조·인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같은 법인 소속의 이정민 변호사는 “의사협회는 ‘우리나라 의사 업무상과실치사상죄 기소 건수가 연평균 754.8건으로 영국의 31.5배’라고 했지만 이는 ‘피고인’이 아니라 ‘피의자’의 경우를 따진 것으로 잘못된 것”이라며 “민사사건이 법원에 1년에 750~800건 정도 접수가 되는데 이를 형사와 혼동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강 과장은 “환자 의료진 모두 신뢰하는 분쟁조정제도 혁신이 필요하다”며 “환자 대변인 신설, 복수 교차 감정을 위한 의료인 감정위원 추가, 협의 기회확대 및 배상액 기준 합리화, 투명성 제고를 위한 국민옴부즈만 도입 등”을 제시했다.
신속한 분쟁 해결을 위한 실효적 배상을 강화하기 위해 △의료기관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 △중증 응급 등 고위험 필수의료 고액 배상 가능 △소액사건은 보험사-공제회 자체 심사 통해 30일 이내 신속 배상 △중상해 등 중대사건 등에 지급 보장 등 방안도 제시됐다.
김규철 이재걸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