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정부 입법 청사진?…단독통과이거나 패스트트랙 올리거나
반도체법 등 쟁점 법안 ‘타협’보다는 ‘강행’처리 선택
“‘행정권+입법권’ 공포 우려 … 국정운영능력 보여야”
더불어민주당이 여당과 의견차가 커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법안에 대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추진하거나 단독 통과를 강행하고 있다. 하지만 여야 타협을 건너뛴 채 법안을 통과시키는 강경 전략이 조기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해 ‘행정권+입법권’을 모두 가져갈 경우의 ‘국정운영 방식’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과 다른 ‘대화와 타협’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유권자들을 안심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7일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반도체특별법과 은행법, 가맹사업법, 상속세법 등 4개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전날 “국민의힘이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임위원회의 계류 법안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주요 민생 4법을 국회법 절차에 따라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이철규 위원장), 정무위(윤한홍 위원장), 기획재정위(송언석 위원장) 등 국민의힘 의원이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임위에서 다루는 법의 경우 단독통과가 어려운 만큼 불가피하게 패스트트랙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패스트트랙은 상임위, 법사위 등을 거쳐 본회의까지 오르는 데 짧게는 180일에서 최장 330일이 소요되고 이 기간이 지나면 민주당이 단독 통과시킬 조건이 완성된다.
패스트트랙 지정은 유권자들에게 ‘입법 추진’ 의지를 명확히 보여줄 수 있고 여당에게는 협상의 시간을 충분히 주고 합의되지 않으면 통과시킨다는 압박용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11개 상임위에서 여당과 타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엔 ‘단독 통과’를 불사하고 있다.
170석의 과반의석을 보유하고 있는 민주당은 ‘단독통과+패스트트랙’으로 입법 독주를 이어왔고 심지어 예산안까지 단독으로 처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에 보장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방어했다. 윤 대통령은 12.3 내란사태에 따른 탄핵심판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때까지 2년7개월동안 25회의 거부권을 행사했고 그 뒤를 이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각각 6회, 7회의 거부권 행사로 민주당의 입법을 막아섰다. 조만간 현 정부의 거부권 행사 횟수가 40번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조기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엔 ‘거부권’이 사실상 무력화된다. 민주당에서 단독 통과시킨 법안을 민주당 당적의 대통령이 막을 가능성은 매우 적기 때문이다. 소수정당이 다수정당의 입법강행을 막기 위한 ‘안건조정위 회부’도 거대야당 앞에서는 무력화된 지 오래다. 입법권까지 확보한 민주당정부의 고속질주 가능성에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수진영에서는 윤 대통령이 12.3 내란 이유로 내건 ‘정부 관료 탄핵, 예산 폭거, 입법 독재’를 거론하며 ‘공포’를 앞세울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 지역구의 친이재명계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이 코앞인 상황에서는 모든 것을 대선 전략에 맞춰야 한다”며 “원내 지도부가 대화와 타협이 아닌 강경한 입장을 보일 경우엔 보수진영의 프레임에 말려들 수 있고 유권자들이 갖고 있는 민주당정부에 대한 공포심을 자극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럴 때일수록 여당에게 손을 내미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수권 능력을 유권자들에게 호소해야 한다”며 “강경일변도는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이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