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윤 대통령…결집이냐 역결집이냐 ‘양날의 칼’

2025-03-10 13:00:03 게재

보수 구심점 자처했다간 ‘반계엄’ 민심 역풍 가능성

“헌재 결정까지 상황 지켜볼 듯” “통합 메시지 내야”

2월 중순 이후 강경 지지층 결집도 눈에 띄게 약화

결집이냐 역결집이냐.

한남동 관저로 돌아온 윤석열 대통령이 정국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그간 느슨해졌던 보수층이 재결집할 수 있는 구심점이 될 수도 있는 동시에 ‘반계엄’ 민심의 역결집을 부를 수도 있는 양날의 칼 성격을 갖고 있어서다. 윤 대통령 석방 소식에 일순 활기가 돌았던 대통령실이 ‘신중’ 모드로 돌아선 데에는 역풍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는 행보로 해석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돼 한남동 관저로 돌아온 8일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관저 앞에서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구속 취소 사흘째를 맞은 10일 윤 대통령은 관저에 머물며 휴식을 이어가고 있다. 건강검진 등을 하며 심신의 컨디션을 회복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고 한다.

이같은 ‘로키’ 분위기는 애초 예상과는 사뭇 다르다. 석방 직후에는 윤 대통령이 구속 52일 만에 관저로 복귀한 만큼 대국민 메시지 발표, 반탄핵집회 참석 등 관저정치에 이은 광장정치 가능성 등 상당히 적극적 행보가 거론된 바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 쳬포와 구속에 이르기까지 세를 불려가던 보수층이 2월 중순 이후 느슨해진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적극적 행보를 하며 이들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기도 했다.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1월말~2월초 보수층의 국민의힘 지지 비율이 최고치를 찍었다가 최근 들어 하락 추세로 돌아섰다. 한국갤럽의 2월 2주치 조사에서 이념 성향을 보수라고 응답한 층의 국민의힘 지지도는 78%였다. 1월 3주치 조사에서 79%를 기록한 이후 최대한 결집한 흐름이 이어진 셈이다.

그러나 이후 보수층의 국민의힘 지지도를 보면 78%(2월 2주)→74%(2월 3주)→74%(2월 4주)로 하락하다가 가장 최근 조사(3월 1주)에서 71%까지 하락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민주당에 대해 “중도보수”라고 밝히는 등 중도보수층에 대한 적극적 구애 전략을 편 것과 맞물리며 보수층의 결집도가 약화되는 모습으로 해석됐다. 이때 마침 되돌아온 윤 대통령이 보수층의 구심점으로 역할을 하며 또 한번 결집도를 높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나올 만했다. 여론조사의 구체적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러나 대통령실에서 탄핵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차분한 분위기를 이어가는 쪽으로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0일 “탄핵 심판 결정이 나올 때까지는 건강을 살피며 상황을 지켜보실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윤 대통령의 직무복귀를 대비한 의대 정원 등에 대한 보완책을 준비중이라는 관측에 대해서도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면부인했다.

이날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존 발표 정책을 뒤집거나 미리 보완책을 준비 중이라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대통령실이 업무 현안보고를 할 것이라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지금은 의대생 복귀상황을 잘 관리하고 최대한 전원 복귀시키려는 노력, 국회 논의 중인 수급추계 법안의 조속한 입법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대응은 윤 대통령의 존재감이 오히려 역풍을 부를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석방으로) 보수 결집도 높아지겠지만 확장성이 있을 것이냐에 대해선 의문이 있다”면서 “오히려 윤 대통령이 이야기를 하다 보면 결집도 있지만 역결집이 큰 것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결국 헌재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는 결집도 역결집도 일단 잠재워두는 방향이 현명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도 윤 대통령의 활동이 구치소 수감 때보다 자유로워지면서 윤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당장 국민의힘 지도부 및 의원들의 관저 예방, 이들을 통한 간접 메시지 등이 관심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이 최대한 절제된 메시지, 특히 통합의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재형 전 국민의힘 의원은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2차 세계대전 이후 80년간 이어온 국제질서가 완전히 개편되고 있고, 각 나라가 각자도생하고 있는데 우리만 정치에 함몰돼 있다”면서 “윤 대통령 본인의 내란죄나 탄핵심판 다 중요하지만 대한민국 미래에 대해 우리가 지금 정치에 함몰해 있을 때가 아니다, 국민통합의 메시지를 내주셨으면 (윤 대통령이) 국민 신뢰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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