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없는 국정협의회…갈 길 먼 ‘추경편성·연금개혁’

2025-03-11 13:00:01 게재

상속세 합의 가능성엔 “협상해 봐야” 유보

거대양당 조기 대선 힘겨루기, 지지층 염두

‘서민 경제 위기’ 말로만 … “협상 결렬”

거대 양당이 탄핵정국에서 민생 위기와 트럼프 2기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국정협의회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규모와 내용을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연금 모수 개혁에 대해서도 서로 물러설 수 없는 선을 그어놓고 합의에 주저하고 있다.

자리로 향하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국정협의회에 앞서 기념 촬영을 마친 후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상속세는 배우자 공제한도를 없애는 등 공제한도 축소에 합의할 수 있는 것처럼 얘기되고 있지만 실제 논의에서 여당이 ‘최고세율 인하’를 포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1일 더불어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여당에서 최고세율 인하, 최대주주 할증제도 폐지 등에 대한 논의를 뒤로 미룬 채 배우자 공제한도 폐기와 자녀공제한도 확대에만 먼저 합의할 수 있다는 여당의 반응에 “실제 논의를 해봐야 한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국민의힘이 ‘최고세율 인하’ 주장을 철회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여당 지도부는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복귀하면 조세소위에서 배우자 상속세 폐지와 세액공제 한도 확대 등 합의가 가능한 것부터 우선 처리하고 (최고)세율 인하는 추후 계속 협의해 나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당 지도부는 지금껏 ‘최고세율 인하’를 상속세의 핵심 사안으로 지목해왔고 ‘초부자감세’라는 민주당의 비판에 강력하게 반대해왔기 때문에 이를 후순위로 미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민연금 모수개혁에 대해서도 의견접근에 실패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연금 개혁 문제에 대해서 지난번 민주당이 보험료율을 13%로, 소득대체율을 43%로 받는 것을 전제로 해서 당내 의견을 모아보겠다고 했지만 당 내에서 43%를 받을 수 없다고 했다”면서 “연금 개혁을 원점으로 되돌렸기 때문에 더 이상 논의할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께서 이렇게 되면 추경에 대한 부분도 다 같이 논의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여당이 ‘연금개혁과 연계한 추경 편성’을 고집하면서 거의 합의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진 추경 편성에도 먹구름이 낀 셈이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추경 편성에 대해서 진전이 있었다”고 했지만 실제 합의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이미 여야는 정부가 참여한 첫 국정협의회에서 추경편성에 합의하고 민생 지원, 인공지능(AI) 등 미래산업 지원, 통상 지원 등 3대 편성 방향까지 의견 일치를 봤고 여당과 야당이 각각 15조원과 35조원의 규모까지 제안해 놨다. 그러고는 ‘실무협상’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금껏 실무 논의는 단 한번도 없었다. “실무협의회에 각 당 정책위의장과 예산결산위원회 간사 등이 참여해 추경 편성을 논의하기로 했다”는 게 신뢰를 얻기 어려운 이유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 석방으로 대통령실이 다시 정책 장악에 나섰고 이에 따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편성권 행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의대증원을 원점으로 돌리는 해법’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밝히는 등 제동을 걸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전날 국정협의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회담 결렬”이라고 말하는 등 실질적인 합의내용은 거의 없다는 평가를 내놓은 점이 주목받는 이유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주도권 경쟁에 나선 상황에서 합의점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거대양당과 정부가 앞다퉈 민생의 어려움을 언급하며 재정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실제 추경 편성에는 소극적이다. 내용 규모 시기 등 이견이 커 보인다. 조기 대선과 표심을 계산한 결과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민주당이 연금 개혁의 소득대체율을 44%에서 43%로 낮출 수 없고 여당이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를 포기하기 어려운 점도 지지층을 먼저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접어든 지 오래”라며 “여야가 모든 정책이나 방향이 대선에 맞춰져 있어 타협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박준규·박소원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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