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철강업계, 트럼프 관세폭탄 노출
자동차부품 등 87개 파생상품 대상
중국산 저가공세 반덤핑대책도 분주
산업부, 철강위기 대응방안 3월중 마련
미국이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25% 관세부과를 12일(현지시간) 개시하면서 한국 철강업계가 트럼프 관세폭탄 위협에 전면 노출됐다.
그동안 미국이 중국 캐나다 멕시코 등에게 부과한 관세는 불법 마약이나 불법체류자 유입을 막는 명분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특정 품목과 산업을 목표로 삼았기에 자국산업 보호라는 관세의 본질적 목적에 더 근접한 조치로 분석된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8위 무역적자 대상국임에도 트럼프 2기 출범 후 첫 관세대상 국가명단에선 빠졌지만 품목별 관세가 시작돼 더이상 뒤로 숨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품 중 트럼프 2기의 첫 타깃이 된 철강업계는 극심한 업황부진을 겪고 있는 터여서 그 어느때보다 불안감이 크다. 건설경기 부진으로 국내 철강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중국 철강업체들의 저가공세에 미국관세까지 부과되면 어려움이 가중될 게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은 홈페이지 게시를 통해 당초 미 상무부가 추후 공지하기 전까지 관세 부과를 유예하기로 했던 87개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HS 8단위 기준)에 대해서도 즉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볼트 너트 스프링 등 166개 파생상품은 물론 범퍼 차체 서스펜션 등 자동차 부품과 가전부품 항공기부품 등 87개 파생상품도 모두 관세부과 대상이 됐다.
물론 전 세계 각국 철강업체들이 똑같이 관세를 적용받는 데다 무관세 쿼터가 사라져 수출물량 확대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지만 결과는 한치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이미 국내 철강업체들은 돌릴수록 적자인 일부공장을 세우고 감산에 나서거나 직원들로부터 희망퇴직을 받는 등 비상상황에 돌입했다. 한국은 2018년 미국과 협상을 통해 철강 면세쿼터(연간 263만톤)를 적용받아왔다.
미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청(ITA)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 철강 주요 수출국은 캐나다(71억4000만달러·23%) 멕시코(35억달러·11%) 브라질(29억9000만달러·9%) 한국(29억달러·9%) 독일(19억달러·6%) 일본(17억4000만달러·5%) 등의 순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전체 철강 수출액에서 미국 비중은 약 13%를 차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2일엔 세계 각국의 대미 관세율과 비관세 장벽 등을 고려해 적용하는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와 함께 한국 철강업계는 건설산업 침체 등 업황부진에 중국 일본 등의 저가공세로 고전해 왔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 업체 반덤핑 조사 신청에 따라 규제 1건, 조사 5건을 진행 중이다.
규제중인 제품은 중국산 H형강으로 28.2~32.7%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조사 중인 것은 △STS열연 및 냉연강판(중국 인도네시아 대만산) △STS 냉연강판(베트남산) △STS후판(중국산) △후판(중국산) △열연 (중국 일본산) 등이다.
이중 중국산 STS후판과 후판에 대해서는 올 1~2월 각각 21.6%, 27.9~38.0%의 반덤핑 관세 예비판정을 내렸다.
한편 산업부는 미국의 철강 관세 조치를 비롯 철강산업의 대내외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3월 중 조속히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13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철강업계 간담회를 갖고 이러한 대응 방향을 공유했다.
안 장관은 “높은 불확실성을 상수로 보고 고부가제품 중심 투자 및 수출 전략을 전향적으로 검토해달라”며 “정부도 이러한 방향에 초점을 맞춰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