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전면 개편안’ 부자감세 비판에 국회통과 어렵다
정부, 유산취득세 개편안 5월 국회 제출·연내 통과 계획
야당 “3인 가족 가정하면 유산 50억 넘는 부자만 혜택”
“정국 혼란 틈탄 부자감세, 여야 공감한 공제확대부터”
정부가 75년 만에 상속세 과세 체계를 전면 수정하는 ‘유산취득세’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야당이 즉시 반발하면서 국회 통과는 사실상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특히 야권은 정부 개편안이 ‘부자 감세’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3월중 관련 입법예고를 거쳐 5월 국회에 법률안을 제출한 후 올해 통과시킨다는 방침이지만, 이런 계획이 현실화할지는 불투명하다.
이때문에 국회 심의과정에서 이미 여야가 공감대를 이룬 ‘배우자와 자녀 공제확대’를 골자로 한 일부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상속법 제정 뒤 첫 개편 시도= 1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상속세 체계를 기존의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개편하는 내용의 ‘유산취득세 도입 방안’을 확정했다.
현재는 피상속인 유산 전체를 기준으로 상속세를 매긴다. 이를 유산취득세 체계로 바꿔 각각의 상속인이 자신이 받는 부분에 대해 별도로 세금을 내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결과적으로 인적 공제 수준이 상향돼 세 부담이 낮아진다.
현재는 상속 재산 전체에 대해 기초 공제(2억원)에 자녀 1인당 5000만원을 합산한 금액과 일괄 공제 5억원 중 큰 금액을 공제하는 방식이지만, 자녀 공제액이 적어 대부분 일괄 공제를 적용해 왔다.
정부는 이를 상속인이 실제 취득한 재산에 대해서만 과세하고, 자녀 1인당 최대 5억원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개편을 추진하기로 했다. 기타 상속인(형제·자매)도 2억원이 기본 공제된다.
기재부는 이달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4월 공청회를 거쳐 5월 국회에 법률안을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또 올해 안 국회 통과에 주력한 후 2026~2027년 보완 입법을 거쳐 2028년 최종 시행하는 일정표를 제시했다.
◆고액 자산가에 큰 혜택 = 그러나 해당 방안이 올해 국회를 통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회 과반을 차지하는 야권이 이번 개편으로 인한 혜택이 부자들에게 집중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어서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여야가 사실상 합의한 배우자 상속세 폐지를 우선 추진한 뒤 유산세 체계 전환은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정부 개편안에 대해 “100억원 이상 자산가들에게 이익을 주기 위해 혼란스러운 정국에 부자 감세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심산”이라며 “이것이 정부·여당이 제시하는 민생의 최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임광현 의원은 “배우자 1명, 자녀 1명(3인 가족)을 기준으로 기재부 안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상속 재산 50억원 이하의 1자녀 일반인에게는 유산취득세 도입에 따른 혜택이 없고, 그 이상 고액 자산가부터 상속세가 줄어 혜택을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중산층까지는 아무런 혜택이 없고 사실상 고액자산가 유족에 특혜를 주게 된다는 설명이다.
임 의원은 “유산취득세 도입 준비는 최소 2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제도 설계를 정교하게 해서 중산층 이하에게도 혜택이 가도록 해야 한다”며 “중산층 세 부담 완화를 위한 민주당의 미세조정안(배우자공제 10억, 일괄공제 8억)부터 신속하게 처리하는 데 협조하라”고 했다.
기재부 차관 출신의 안도걸 의원도 “여당은 현행 유산세 체계에서 공제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데, 정부는 현행 유산세를 유산취득세로 아예 변경하자고 한다”며 “비유하자면 여당은 집을 수리하려고 하는데 정부가 불쑥 재건축 계획을 발표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세수감소 대책 없다 = 2년 연속 30조~50조원대 세수 결손 발생한 상황에서 유산취득세 도입이 상속세를 대폭 줄인다는 점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기재부는 유산취득세 개편에 따라 대략 2조원의 세금이 덜 걷힐 것으로 추산한다. 이 중 약 1조7000억원이 인적공제에 따른 세수 감소다.
한편 민주당은 상속세 공제 한도를 현행 10억원에서 18억원으로 올리는 상속세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최근 국민의힘이 제안한 ‘배우자 상속세 폐지’를 이재명 대표가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상속세법 개정안의 여야 합의 처리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다만 민주당은 유산취득세 도입과 관련해 정부·여당과 협상할 여지는 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는 (유산취득세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데엔 공감대가 있다”며 “현재 여당안과 정부안이 서로 차이가 있는 만큼 내용을 수렴해 오면 당 차원에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실제 국회 심의과정에서는 정부안 대신 여야가 공감대를 이룬 공제확대를 골자로 한 상속세법 개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더 높다는 분석이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혼란스러운 상황이어서 논의가 빠르게 진전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