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방위 통상압박 예고…소고기·목재 보호막 뚫리나

2025-03-13 13:00:31 게재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 압박, 정부 대응은 ‘미적’ … 목재 등 산림분야 변화도 예측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농축산·산림 분야 통상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와 미국산 목재까지 방어벽이 무너질 것으로 우려된다. 농업계에서는 정부와 국회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반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트럼프, 미 축산업계 의견 검토 후 조치 예상 = 13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축산업계는 30개월 이상된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한국의 검역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목했다.

미국 전국소고기협회(NCBA)는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30개월 연령 제한이 한국에서 민감한 이슈라는 것을 알지만 무시해서는 안 되는 이슈”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NCBA는 중국·일본·대만이 미국산 소고기의 30개월 제한을 해제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 축산업계가 30개월 이상된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한국의 검역 규정을 개선이 필요한 불공정 무역 관행으로 지목하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한국의 소고기 월령 제한을 풀어달라고 요청한 가운데 12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미국산 소고기가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미국 소고기 연령제한 해제가 미국 정부의 공식 의견은 아니지만 미국 농업계의 요구가 분출되고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검토할 가능성도 타진된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구체적인 협상이나 제안을 받지 못했고 아직 이에 대한 대응을 준비할 단계는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과 관련한 미국측 입장은 확인된 바 없다”며 “NCBA 의견서는 USTR에 제출된 것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호주 EU 중국 등 여러 국가에 대한 생산자단체의 입장을 담은 것이며 그간 국가별무역장벽 보고서에 반복적으로 언급된 내용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30개월 미만 소고기만 수입을 허용하는 것은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광우병 우려 때문에 한미 양국 정부가 장기간 협상 끝에 2008년에 합의한 내용이다.

하지만 한국의 소고기 소비량이 늘어나면서 세계 대표 낙농국가들의 수입 압력은 거세지고 있다. 한국은 수년째 미국산 소고기 최대 수입국으로 자리잡았다.

이와 함께 미국내 축산가공업자들은 한국이 소고기 패티와 육포, 소시지 등 가공육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는 점도 협상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축산업계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 압박에 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국한우협회는 12일 성명을 내고 “미국 정부가 미국산 소고기의 30개월령 이상 수입 허용을 요구하더라도 국회와 정부는 농민의 생존권과 국민의 건강권을 생각해서 이를 결코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한우협회는 특히 광우병 우려 때문에 소고기 소비가 전반적으로 하락할 것을 경계했다.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재개 과정에서 광우병이 큰 논란이 됐고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계기가 됐다. 미국에서 발생한 광우병 7건이 모두 30개월령 이상 소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우협회는 “내년이면 미국산 소고기 관세는 0%가 된다”며 “30개월령 이상의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허용된다면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소고기 자체로 이어져 한우 소비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목재 자원 활용 확대, 교역에 변화 = 산림 분야에서도 대미 목재 교역에 변화가 예상된다. 국내 임산업 보호장치 마련이 국정과제로 떠오를지 관심이 높아졌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자국 목재 보호를 위해 산림 분야 관련 2건의 행정명령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미국으로 수입되는 원목 제재목 파생제품 등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평가하고 필요시 관세 부과 등의 조치를 통해 수입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풍부한 목재 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규제로 인해 이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수입 의존도가 높아진 것으로 판단했다. 또 목재 자원의 활용 부족이 산불재난과 야생동식물 서식지 악화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국산 목재 활용 확대가 단순한 경제적 조치가 아니라 산불 예방과 생태계 보호에도 기여할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산림청(USFS)은 효율적 산림경영과 지속 가능한 목재생산 방안을 마련해 목재 조달 기간 감축 및 공급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미국의 목재생산 확대 정책은 국제 목재 시장에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한국도 목재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산림 경영을 추진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산림청은 국제적인 보호무역 강화 추세에 대비해 목재 자급률을 높이고 목조건축 활성화를 위한 국산 목재 사용 확대 정책을 지원하는 등 미국의 산림정책 변화에 대응하는 정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송희 산림청 국제산림협력관은 “미국 내 목재 관련 동향을 지속적으로 파악해 국제 목재 시장의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국내 목재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김성배 기자 기사 더보기